배우 문채원.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문채원의 필모그래피에서 '법쩐'은 새로운 전환점이다. 사극으로 시작해 주로 멜로, 로맨틱 코미디 등에서 활약했던 문채원에게 더 넓은 세계를 경험케 했다.
SBS 금토드라마 '법쩐'에서 문채원은 전직 검사, 현 법무관 육군 소령 박준경 역을 맡아 누구보다 정의롭고 일관성 있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선배 검사의 음모에 휘말려 죽은 어머니를 위해 복수를 준비하는 인물이다. 첫 장르물에 도전한 문채원에게 박준경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무심하고 차가워 보이되 지나치게 건조해 보이진 않아야 했다.
문채원의 MBTI는 현실주의자이자 논리주의자인 ISTJ이다. 배우로서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간직하면서도 현실의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해 적용한다. 나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효과가 있다면 취한다. 문채원은 이런 스타일에 맞게 자신의 연기를 발전시켜왔다.
오랜만에 복귀한 '법쩐'이 10% 넘는 시청률로 승승장구했지만 문채원에게 들뜬 분위기는 없었다. 오히려 차분하게, 굳이 '텐션'을 높이 올리지 않고 솔직한 생각들을 털어놨다. 억지로 없는 계획을 구상하거나, 보기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았다. 그 '일관성'이 지금의 문채원을 만든 것은 아닐까.
다음은 문채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배우 문채원.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Q '법쩐'이 시청률 11.1%로 마무리됐다. 종영 소감은A 요즘 복수하는 드라마가 많이 나오는데 그런 게 또 잘 되는 것 같다. 사람들도 선호하고. 보시는 분들이 재밌다고 해주시니까 보람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봐주셔서 처음에는 얼떨떨하기도 했다.
Q 사적 복수도 있고, 어떤 시스템 안에서 행해지는 복수도 있다. '법쩐'에서의 복수는 어땠나A 여러 복수의 종류가 있는데 작가님과 감독님은 과연 어떻게 끝이 나야 복수를 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지 고민한 것 같다. 아주 통쾌하거나 짜릿하진 않아도 복수한 후의 마음까지 보여줘서 제 취향과 잘 맞았다. 각자 죗값을 받게 되니까 소중하게 생각했던 돈과 권력은 사라진다. 이보다 더한 복수는 어떻게 하나 싶었다. 물론 시청자 분들이 더 사이다를 원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로서는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현실에서도 이 정도 복수를 하고 싶어도 못하지 않나. 나름대로 고뇌하셨다고 생각한다.
Q 그 동안 이런 장르물 연기는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다A 저한테 들어오는 대본 중에 이런 류가 많지 않다. 마음은 엄청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해보고 싶기도 한데 드라마가 엄청 많아졌다고 해서 그런 드라마의 양이 많아지진 않는 거 같다. 배우는 많고, 새로운 드라마는 한정돼 있다. 그럼 기존 이야기에서 조금 새롭게 하는 건데 '법쩐'이 그랬다. 장르물의 재미를 알게 됐다. 여자 배우들은 아무래도 멜로 같은 장르 경험이 더 많다. 그걸 빼고 다른 걸 하는 내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더라. 어떤 장르를 해보면 그려지는 게 있는데 '악의 꽃'에서는 잠깐 맛만 봤다. 다음엔 이런 장르를 만나면 긴장감이 덜할 것 같다.
배우 문채원.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Q 전직 검사, 법무관 육군 소령으로 법률기술자 박준경 역을 연기했다. 이 캐릭터의 매력은A 머릿속에서 상상을 한대로 나와줬으면 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현실에서 준경처럼 일관성 있게 행동은 못할 거 같다. 친해지기 전에는 어렵고 불편할 수 있지만 친해지면 정의롭고 멋있는 사람일 거 같은데 제가 현실에서 그런 사람까진 되기 어려우니까 작품 속에서 해보는 게 재밌었다. 일관성 있는 사람은 멋있으니까 그걸 제일 많이 유지하려고 했다. 너무 건조하면 생명력이 없어 보일 수도 있어서 그런 게 또 어려웠다. 상대적으로 남자 배우들이 많으니까 이 안에서 조화롭게 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도 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면 여자 배우 한 명이 나오는데 앙상블이 잘 맞더라. 그걸 참고했다.
Q 돈 장사꾼 은용 역의 배우 이선균과 콤비 연기였다. 호흡은 어땠나A 저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선균 선배가 나온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나 다양하게 많이 봤다. 표현하는 스펙트럼이 넓었다. 상상한 것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었다. 같이 있는 장면은 선배님에게 의지하면서 찍었다. 어떤 거 찍을 땐 '우와' 하면서 보고…. 사람이 기대치라는 게 다 있지 않나. 내 나름대로 기대한 모습과 비슷했던 거 같다. 사람 냄새 많이 나는 그런 느낌이 연기할 때도 있었다. 옆에서 일하니까 그런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작품들에서 그런 모습이 나왔나 싶었다.
Q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배우들이 도전하는 장르나 캐릭터가 더욱 다양해지는 것 같다. '법쩐'은 지상파 드라마였지만 최근 눈여겨 본 작품도 있는지A 사실 OTT나 지상파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결국 보는 것 같다. 재미가 없으면 어디서 해도 결국 안보고…. 영화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어릴 때는 내가 무슨 캐릭터인지에 더 욕심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 이야기 전체가 신선하고 새로운지 보게 된다. 한국 작품은 아직 우리 드라마에 너무 몰두해서 못 봤고 '더 글로리'는 재미있다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서 이제 한 번 볼 거다. 저도 일을 하고 있으니까 한국 드라마들은 시기를 지나서 보게 되고, 외국 드라마에 더 편하게 접근하게 되더라.
배우 문채원.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Q 본인이 출연한 드라마 관련 모니터링도 좀 하는 편인가A 데뷔해서 어느 순간까지는 되게 어려웠는데 지금은 한다. 영화를 보고 재미있으면 제작기를 찾아보게 되는데 영화는 꼭 배우들이 모니터를 한다. 그래서 어떤 효과가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보고 나서 무언가라도 도움이 될까 했는데 분명히 보탬이 되는 것 같아서 더 많이 하게 됐다. 감독님 옆에서 모니터하면 쑥스럽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대화를 하게 되니까 친해지는데 속도가 붙는다. 뭔가 상상한대로 연기를 해도 막상 모니터를 하면 전혀 다르기도 하다. 저는 상상이 되게 큰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연기에 계산 지점이 필요하단 배우들의 이야기도 접하면서 달라진 것 같다. 현실이 아니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현실이면 그게 정말 있는 그대로 보이지만 연기는 그게 아니니까 상상한 대로만 나오지 않는다.
Q 이제 좀 휴식 기간을 가질텐데 새로운 취미를 찾은 게 있다면A 너무 평범해서 말씀드리기가 쑥스럽다. (웃음) 그냥 똑같다. 영화 보고, 가족하고 쉬고, 산책하고…. 좀 새로운 취미를 찾아야 되는데 15년째 못 찾고 있어서. 그림을 그릴 때도 있었는데 자주 그리진 않고 몇 년에 한 번 그리는 것 같다. 아무래도 혼자 있으니까 요리를 할 줄 알면 음식을 다양하게 해먹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제가 많이 활동적이지 않다 보니까 올해는 제발 마음을 열고 하나만 활동적인 걸 해보자 생각한다.
Q 원래 혼자 있는 게 편한, 내향적인 스타일인가보다. 집에서 브이로그 등을 올려 유튜브 채널 운영하는 연예인들도 있는데
A 맞다. 너무 사람을 많이 만나고 오면 뭐가 다 털린 느낌이 든다. (웃음) 활동적인 게 피곤하다. 확실히 성향이란 게 있는 거 같다. 혼자 쉬는 시간이 필요한데 또 적당히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있다. 꼭 혼자만 좋은 거 같진 않아서 비율을 조절한다. MBTI가 ISTJ인데 그렇게까지 신뢰는 안하지만 혈액형보다는 경우의 수가 많아서 맞는 거 같다. 유튜브는, 저는 감각이 좀 떨어지는 거 같은데 모든 일에 단언을 하면 안되니까…. (웃음) 그러다 하면 나중에 쑥스러워지지 않나. 현재는 깊이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Q 올해 활동 계획과, '법쩐'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남길 말이 있다면A 봐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다음 작품도 할 수 있는 거다.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다. 과정도 좋았는데 결과도 재미있다고 해주시니까 기분 좋은 에너지와 용기를 가지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렇게 서로 맞물려 가는 거 같다. 처음에 팬들이 생길 때는 얼떨떨하다가 그 감사를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게 된다. 피드백에 너무 감사드린다. 드라마 하기 전에 찍은 영화가 있는데 올해 안에는 꼭 개봉을 했으면 좋겠다. 개봉하면 영화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나머지 계획은 그 때 가봐야 아는 거니까…. (웃음) 너무 계획하면 실망을 해서, 그렇게 세우지 않는 걸로 하겠다.
배우 문채원. 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