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공공분양주택 '뉴:홈'의 사전청약 접수가 시작된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고양사업본부 홍보관 내부 모습. 연합뉴스[앵커]
초저출산 원인이 참 복잡하고 다양하지만요, 주거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정부는 인구절벽을 해결할 대책 중의 하나로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을 늘리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공공임대 정책이 여전히 현실을 따라가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기획취재한 내용, 사회부 이은지 기자와 함께 알아보죠. 이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저희 CBS는 인구문제에 대해 계속 기획취재를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에 들여다본 내용은 '공공임대'였다고요?
[기자]
네,
집 살 엄두가 나지 않아 결혼도, 출산도 미룬다는 얘기는 이전부터 많이 나오던 건데요. 이러한 MZ 세대의 하소연이 데이터로도 증명이 됐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주택가격과 출산의 시기와 수준' 보고서를 보면
주택 매매가와 합계출산율의 상관계수가 '-0.7' 전세가와의 상관계수는 '-0.68'로 나왔습니다.
[앵커]
무슨 얘기에요?
[기자]
이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반비례하는 건데요,
즉 주택매매가와 전세가가 높을수록 출산율은 떨어진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국토연구원도 작년 9월 비슷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주택가격이 1% 오르면 합계출산율은 약 0.014명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는데요.
예를 들어서 집값이 5% 상승한다 하면 합계출산율은 0.07명 하락하게 되는 겁니다.
이 여파는 최대 7년이나 이어진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앵커]
수도권은 집값이 정말 많이 올라서 특히 공감이 가는 거 같아요. 특히 요새 청년층이 타깃이 된 '전세 사기'까지 기승을 부렸잖아요.
그럼 청년들이 이런 보증금 떼일 필요 없는, 집값 상승 걱정할 필요 없는 공공임대에 왜 살지 못했던 거예요? [기자]
네, 피해자 이모씨 사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이분은
2020년 수도권의 한 오피스텔을 전세보증금 2억에 계약했는데, 계약 만료를 몇 달 앞두고서야 집주인 권모씨의 실체를 알게 됐습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행복주택 전경. 정영철 기자'무(無)자본 갭투자'로 이씨가 거주하는 오피스텔을 포함해서 전국에 1천 채가 넘는 집을 보유한 '빌라왕'이었던 거죠.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던 권씨의 집은 이미 세금 체납으로 수십억의 가압류가 걸려 있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씨가 살던 건물이 LH에서 전세매입 임대를 하던 곳이었다는 건데요.
총 140채 중 LH가 40여 채를 매입했고, 권씨 일당이 약 60채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아, 피해자 이씨가 살던 집 바로 옆은 LH가 임대하는 주택들이었던 거예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집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같은 오피스텔 입주자들의 운명이 달라진 겁니다.
[앵커]
같은 건물에 (공공임대가) 그렇게 있었는데 왜 못 들어간 겁니까?
[기자]
네,
해당 오피스텔의 공공임대 경쟁률이 무려 315 대 1이었습니다. 이씨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이모씨(음성 변조)]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른 선택하자, 했을 텐데 사실 경쟁이 치열하단 이야기 너무 익히 들었었고, 주변에서. (그걸 했다고) 100프로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되게 운 좋게 약간 복권 당첨되는 느낌으로… . 네, 그런 수준이니까." [앵커]
일반 청년들한테는 사실 공공임대 주택이 '복권 당첨'이랑 같은 수준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그런데 정부는 '그 정도 문제 상황은 아니다', 또 이러지 않나요?
[기자]
국토부는 2020년 말 기준으로 10년 이상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170만 가구로 재고율이 8% 수준이라고 발표했는데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6.9%라는 점을 들어 '한국은 공공임대 상위권이다', 이렇게 주장을 했습니다.
뭐 수치만 보면 정말 그렇게 보일 수 있는데,
시민단체들은 이 숫자가 '뻥튀기'라고 반론합니다. 전세임대나 분양전환 아파트처럼
민간 소유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민간으로 넘어가는 주택도 '공공임대'로 똑같이 묶었다는 겁니다.
실제
'10년 후 분양전환'이나 전세임대를 뺀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작년 기준 5.8%에 그쳤습니다.
[앵커]
아…눈속임이 좀 있다는 거네요. 그래도 신혼부부 같은 경우, 조건이 되는 경우라면 좀 분양받기 쉽지 않아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막상 살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신혼특화단지'인 구로구의 행복주택을 방문해 봤는데요. 실 평수가 13~14평 정도였습니다.
오류동 공공육아나눔터 관계자의 설명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공공육아나눔터 관계자]
"신혼부부들이 이사를 와서 살다가 유아기에 아이들을 키우다가 집이 좁아져서 이사를 하는 경우가 3분의 1 정도이고, 그리고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3분의 1 정도가 이사를 가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아쉽다는 건데…외국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프랑스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프랑스는 보통 공공임대를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라고 부르는데요. 소유주가 국가나 지자체뿐 아니라 주택조합, 비영리단체 등 더 다양한 편입니다.
프랑스 파리의 복합건물 '라 사마리텐'의 백화점 전경과 사회주택 내부. 파리 해비타트 홈페이지 캡처프랑스는 재작년 파리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센 강변에 '라 사마리텐(La Samaritaine)'이라는 사회주택을 지었는데요. 원래는 파리를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리모델링에만 1조원이 들어갔습니다.
5성급 최고급 호텔 등이 들어선 복합건물인데, 여기 96호의 사회주택과 어린이집 등이 포함된 겁니다.
[앵커]
한국으로 치면 집값 정말 비싼 한강변의 주상복합건물, 여기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썼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파리 시에서 사회주택 건설을 인허가 조건으로 붙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프랑스는 10년 전 주택법을 개정하면서 2025년까지 공공임대 비율을 25%, 2030년에는 3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고요.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했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저소득층만 모여 사는 게 아니라
고소득층도 민간임대 절반 이하 가격으로 입주할 수 있게 해서 여러 계층이 어울려 살 수 있게 한 거죠.
[앵커]
너무 부럽습니다, 듣다 보니까…
[기자]
네, 저도 같은 입장인데요.
일각에서는 우리도 용산공원 부지나 철도정비창 같은 곳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역적으로도 많은 계층이 혼합돼 살기에 적합하고, 또 다양한 주거형태를 실험해볼 만한 부지라는 겁니다.
최민아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음성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최민아 수석연구원]
"예를 들어 단독 주택형, 타운하우스형이라든지 좀 이렇게 면적도 넓고 건축적으로 마당도 있고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 같은 것들도 시범적으로 용산공원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이런 생각들을 해봤어요." [앵커]
흔히 공공임대라고 하면 도심 외곽에 위치하는 다소 좁은 주거형태, 사람들이 기피하는 형태가 아직도 떠오르는데요. 이제는 좀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이은지 기자, 잘 들었습니다.
[기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