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칼럼]"초선이라서 미안합니다" 초선소신은 없고 초선정치만 있다



칼럼

    [칼럼]"초선이라서 미안합니다" 초선소신은 없고 초선정치만 있다

    전설이 된 '남원정', 흔적은 사라지고
    윤핵관의 하수인돼 미어캣, 홍위병 정치
    민주당 초선 81명은 개딸과 팬덤정치에 볼모 잡혀
    무지성 정치 벗어나 선거법 등 정치개혁 주도해야
    초선이라서 미안할게 아니라 용감할 때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
    이회창 총재가 제왕적 총재로 군림하던 2000년대 초 한나라당 시절, 이 총재를 유일하게 견제한 세력이 있었다.
     
    미래연대라는 이름의 젊은 의원들 그룹으로 주로 소장파 초선 의원들이 참여했다. 오늘날까지 '남원정'으로 불리는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이 미래연대를 이끌었으며, 이들은 보수 개혁과 쇄신 정치인의 상징이 됐고 이후 한국정치를 이끌어왔다.
     

    이들은 당시 이회창 총재를 둘러싸고 있는 민정계 3인방 등 기득권 중진들에 맞서 끊임없이 쇄신의 목소리를 냈다.
     
    미래연대 소속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시 자신의 불출마까지 감수하며 지금의 엄격한 선거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보수개혁파 정치인들은 미래연대 이후 민본21(18대 국회), 경제민주화실천모임(19대 국회)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소장파 정치인의 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친이, 친박으로 갈린 극심한 계파 갈등을 겪으면서 소장파 쇄신 정치인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초선 의원으로서 차기 공천을 우려해 줄서기에 급급했다.
     
    이후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 힘에 이르기까지 초선 정치들에게 미래연대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오히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에서는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실세 정치인들에게 초선 정치인들이 미어캣처럼 달려드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유안나(유승민, 안철수, 나경원)를 쳐내려는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경선 개입을 목도하고도 이를 비판하기는커녕 홍위병 노릇을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명은 지난달 중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려는 나경원 전 의원을 공격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주류 중의 주류이자 정통 보수 정치인인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윤 대통령의 뜻을 왜곡하고 당 내부갈등을 조장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당시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한 초선 의원은 "당내 초선 의원 63명 중에 50명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일은 씻을 수 없는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이런 사정은 민주당도 마찬가지. 

    민주당은 초선 의원이 전체 의석의 절반에 가까운 81명이나 되지만 초선 의원들의 존재감 자체가 없다.
     
    민주당이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2, 30대 초선 의원 5명은 "당의 기득권 구조, 오만과 독선, 국민 설득없이 추진되는 정책들에 침묵하지 않겠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더민초'라는 소장파 모임을 만들어 쇄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러나, 그 뿐. 이들은 당내 주류와 친문 극성지지 세력의 비난을 받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이들은 나아가 지난 17일 워크샵을 열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는 '단일대오'를 결의했다.
     
    당 주변에서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와 방탄논란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소장파 초선 의원들 사이에 성찰의 목소리는 거의 없다.
     
    우려하는 목소리는 장막 뒤에 숨어 있거나 익명을 전제로 할 뿐 공개적으로 소신을 밝히는 현직 초선 의원은 없다.
     
    몇몇 초선 의원들은 "초선이라서 미안할 뿐이다. 초선 의원에게 힘이 있어야 목소리도 낼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소연한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무서운 것은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이다. 초선 의원들은 하나같이 "욕은 참을 수 있어도 '공천받기 싫으냐?'라는 말은 무섭다"라고 말한다.
     
    개딸로 불리는 팬덤정치가 초선 의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 시절에 미래연대 소속 초선 의원들은 당의 진로와 개혁방향에 대해 자주 소신을 냈지만 당은 이를 이유로 징계는커녕 공천 때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
     
    당 역시 이들 초선 의원들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에 지금의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탄생한 것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초선 의원들이 지금 할 일은 윤핵관에 줄서기를 하거나 개딸들의 눈치를 보는 홍위병이나 미어캣 같은 무지성 정치를 할 때가 아니라 선거법 개정과 공천 개혁의 목소리를 낼 때이다.
     
    "초선이라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미안하지만 정치인은 재선은 돼야 자기정치를 할 수 있다"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초선이라서 미안해야 할 때가 아니라 초선이라서 용감해야 할 때이다.
     
    초선 의원들이 정치개혁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 다면 한낱 정치신인일 뿐이다. 초선 소신은 없고 초선 정치만 있다면 우리정치는 영원히 '핵관'과 '개딸'들이 판치는 후진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