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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취업난 이대로 괜찮나…부익부 빈익빈 내몰린 청년들

경제정책

    청년취업난 이대로 괜찮나…부익부 빈익빈 내몰린 청년들

    편집자 주

    청년 체감실업률 17%.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 25.1.
    학령인구 감소에 경기둔화까지 겹치며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좋은 일자리가 적다보니 상대적으로 취준생끼리, 취업자끼리도 상황이 여유 있는 청년과 아닌 청년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이같은 청년취업 상황을 실태와 정책 측면으로 나눠 살펴보기로 했다.

    [청년취업 어떻게①]
    생활고 피하려 구한 일자리…예전 취업 목표와 멀어지는 현실
    코로나로 줄어든 일자리, 경기둔화에 여전히 부족
    가정형편 여유있는 취준생들은 취업 안 돼도 학력 높이며 다음 단계 준비
    전문가 "같은 정규직이라 해도 양극화…경력 부족 취준생들 좋지 못한 일자리로 내몰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청년취업난 이대로 괜찮나…부익부 빈익빈 내몰린 청년들
    (계속)

    "저도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싶죠. 그런데 마냥 놀 수 없다보니 이곳 저곳에 원서를 넣게 되고, 그렇게 얻게 된 직장을 다니다보니 원래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네요."
     
    수도권에서 2년째 플로리스트로 활동 중인 H씨(31)는 자신이 꽃과 관련된 삶을 살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선 실업은 피하고 보자고 잡은 일자리…좋은 일자리와 점점 멀어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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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국내 대학으로 복귀한 후 경영학과를 졸업하던 해, 국내 최대 규모의 대기업에 지원해 최종면접 단계까지 올라갔을 때만 해도 탄탄대로를 기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쉽게 탈락한 그 회사 외에 다른 기업으로부터는 서류심사 통과 결과를 받아들기도 쉽지 않았다.
     
    구직활동이 1년 조금 넘게 이어지던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중국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들어 넘겼는데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된 것이다.
     
    집안 형편이 급작스레 나빠졌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꽃가게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구직활동에만 전념하던 H씨는 내가 먹고 입는 것이라도 책임져야겠다는 마음으로 동네 커피숍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생활비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다고는 느꼈지만 코로나 탓에 취업전선은 더욱 빡빡해졌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데다, 커피숍 알바 일은 경력으로 인정되기는 커녕 오히려 공백으로 인식돼 면접관으로부터 부정적인 답변을 듣게 하는 소재가 됐다. 목표로 삼았던 대기업은 고사하고 중소기업에서도 번번이 퇴짜를 맞게 되자 취업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다.
     
    마침 꽃가게를 하던 부모님이 플로리스트를 권유했다. 부모님 가게에서 꽃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가게 일도 함께 도울 수 있으니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고심 끝에 시험을 준비하게 됐고, 자격증을 취득해 1년이 넘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아쉬움이 있다. H씨는 "기업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 소식을 들을 때 마다 '나도 좀 더 노력해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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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지자체가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에서 아동복지교사로 일하고 있는 J씨(29)도 H씨처럼 일자리를 찾다보니 복지교사가 된 경우다.
     
    수도권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지만 좀처럼 일자리를 얻을 수 없던 탓에 일단 생활비부터 벌자는 심정으로 한 대기업 그룹 내 소규모 자회사의 판매서비스업종에 발을 내디뎠다. 업무 자체는 어렵지는 않았지만 해도 해도 심리적으로 적응이 쉽지 않았고, 상사들을 볼 때면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다.
     
    사표를 던지고 싶었지만 입사 2년차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마땅히 이직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마침 사회복지사로의 전직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일을 그만두지 않고 준비를 하면서 잘 되면 직장을 옮기면 되겠다는 생각에 관련 학점을 이수했다.
     
    3학기만에 학점 이수를 마치고,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할 때만 해도 기존 직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지만, 막상 새 일자리를 얻고 보니 새로운 고충이 다가왔다. 장기간 일해도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급여, 정년보장 등에 대한 걱정이 생기면서 새 직장에서 일을 한 지 6개월 만에 다른 시설 또는 다른 직군으로의 이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J씨는 4~6년차 직장인이 된 친구들의 이직 준비 소식을 접할 때면 '다시 일반회사로 돌아가 볼까' 하는 욕심이 잠시 생기다가도 '나이랑 경력 때문에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에 금방 마음을 접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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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취준생 C씨(28)는 그나마 H씨와 J씨는 다행인 상태라고 말한다.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별다른 대출이 없어 생활부담이 적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방 출신인 C씨. 4년 전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취업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렇게 오래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문직을 지망하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 비해 일자리가 적은 것은 맞지만 3년 넘게 일자리를 찾아다니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간 중간 인턴십으로 채용이 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구해서 겨우 생활은 하는 중인데 최근에는 점점 빡빡해지고 있다. 고향보다는 서울에 일자리가 많다보니 학생 때부터 살던 집에 계속 월세로 거주 중인데, 최근 월세값 상승으로 없는 형편에 월 지출이 15만원 늘어나게 됐다.
     
    부모님 또한 자영업장을 겨우 운영하시고 있어 지원을 받기 어려운 데다, 고물가로 인해 나가서 밥 한 끼 편하게 먹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마음을 더욱 짓누르는 것은 아직 원금 상환을 시작도 못한 학자금 대출이다.
     

    여유 있을수록 좋아지는 일자리의 질…'빨리 취업해도 좋고, 아니어도 괜찮고'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반면 당장의 생계가 빠듯하지 않은 취준생들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수도권 명문대에 재학 중인 P씨(24)는 올해 4학년이 되지만 취업에 대한 부담이 크게 없다.
     
    어학연수도 1년 다녀왔고, 군대까지 제대했기에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붙으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고' 식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 가지 않았거나, 어학연수·유학 등을 다녀오지 않은 동기들 중 상당수는 이미 대기업이나 전망이 좋다고 알려진 업종의 스타트업 등에 취업을 했다.
     
    아울러 서울에서 기업체를 운영하시는 부모님의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아서 학교를 오래 다녀도 생활에 큰 부담이 없는데다가, 혹시 재학 중에 취업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라는 말씀을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다.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형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해 현재의 직장에 자리를 잡았다.
     
    P씨의 형은 당초 대학원을 마치고 한 연구소에 취직했는데 상급기관인 정부부처와의 업무관계, 장래성 등을 고려했을 때 그다지 밝은 전망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기관은 지방에 있기는 하지만 복리후생, 업무강도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지난번 연구소보다 낫다는 얘기를 형으로부터 들은 P씨. 올해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지 못하면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의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취업전선을 오가던 L씨(33)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L씨는 제조업체에 취직도 해보고, 영업직에서도 활동해봤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던 차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외삼촌으로부터 자신이 교편을 잡고 있는 대학원에 지원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기출문제를 비롯해 동료 교수들의 질문 유형까지 도움을 준 외삼촌은 L씨가 입학에 성공하자 자신의 조교로 채용해 생활비 부담까지 덜어줬다.
     
    L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 외국 생활을 시작했지만 큰 부담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미국 플로리다에서 박사후과정(포스트닥터)까지 마치고 자리를 잡은 누나에게 했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재정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에 진입한 L씨는 자신이 전공 중인 경영학 분야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라며 학위를 취득하면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교수직이 나오는 대로 지원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유빈 선임연구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청년은 같은 정규직이라고 해도 한 쪽은 매우 힘들고, 다른 한 쪽은 더 나은 상황에 놓이는 고용에서 일종의 양극화가 돼 있는 계층"이라며 기업들이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기 전에는 경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좋지 못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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