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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 "고은 책 발간? 귀찮고 허망…축구가 더 신나"[한판승부]

문화 일반

    시인 최영미 "고은 책 발간? 귀찮고 허망…축구가 더 신나"[한판승부]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김성회 소장
    ■ 대담 : 최영미 시인

    내가 한 때 축구협회 이사…클린스만 선임 회의적
    이란 문화 폄하 설전…한국 문화 이해할까 우려
    정대세·손흥민·이청용·백승호·박지성 인터뷰 한 적도
    고은 책 발간…위선을 실천한 문학
    고은 옹호자? 생명력 있다면 시는 살아남을 수도
    '난 그 여자 불편해' 제목 짓고 후회되지만…

    ▶ 알립니다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금요일 2부는 한판 클라스 시간입니다. 오늘 한판 클라스 어떤 수업 시간일까요. 오늘은 시인을 만나겠습니다. 오랜만에 산문집을 펴내셨어요. 최영미 시인을 모셨는데 시인이자 지금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시기도 합니다.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 최영미> 반갑습니다.

    ◇ 박재홍> 책 내용을 얘기하기 앞서서 출판사,1인 출판사를 만드셨어요.

    ◆ 최영미> 벌써 4년 됐어요. 저도 제가 사업자가 될 줄 몰랐습니다.

    ◇ 박재홍> 그러셨군요. 그러면 그 당시에 미투 선언을 하시고.

    ◆ 최영미> 그러니까 그 출판사 설립한 시점이 제가 1심 승소한 뒤에 2019년이죠. 2019년 초에 승소한 뒤에 항소심이 여름에 시작되는데 그 사이에 몇 달 휴지기가 있어요. 그 시간이 좀 아깝더라고요. 저는 성격이 뭐 하나… 동시에 두 가지 못 해요. 재판 생각이 머리에서 안 떠나니까 글을 쓸 수도 없고 해서 아무튼 제가 그냥 4월 초에 출판자 등록하고 1인 출판사. 그리고 석 달 안에 책을 냈어요.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 대한 시집을. 정말 빨리 한 거죠.

    ◆ 김성회> 그때도 냄비를 2개쯤 태워드셨습니까?

    ◆ 최영미> 저는 시집 낼 때마다 냄비를 좀 태워요.

    ◆ 김성회> 한꺼번에 두 가지 일 못하셔서 고구마 삶는 냄비 하나, 달걀 삶는 냄비 하나 태우셨다고.

    ◆ 최영미> 그게 잘 안 돼요.

    ◇ 박재홍> 그렇군요. 출판사를 차리고 운영하는 거 굉장히 힘든 일이잖아요, 선생님. 잘 운영이 되시나요? 어떻습니까?

    ◆ 최영미> 힘들죠. 저는 사실은 처음에는 계산서 발행에 대한 공포가 가장 컸어요.

    ◇ 박재홍> 계산서 발행이요?

    ◆ 최영미> 그게 저는 일단 홈택스에 로그인하는 이런 것도 쉽지 않았고 제가 원래 기계치예요. 제가 출판사 등록하면서 온갖 서점이며 하여튼 국립도서관 포함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하여튼 몇십 개 만든 것 같고 그리고 홈택스 로그인해서 계산서 발행하는데 공급받는 자와 공급자가 헷갈려서 지금도 헷갈려요. 그래서 배워도 잘 모르겠어요, 나이 들어서 그런지. 그런데 어느 날 사업자인 친구한테 직접 그 친구가 계산서 발행하는 걸 보고 거의 외우다시피 해서 베껴서 집에 와서 제가 처음 동네 서점에 5권을 팔았거든요. 그랬더니 계산서를 발행한 날 밤에 긴장과 떨림 그리고 드디어 계산서 발행에 성공했을 때의 그 기쁨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 진중권> 방금 이재오 고문 나가셨는데 이재오 고문께서 선운사라는 시 있지 않습니까? 그걸 줄줄이 외우고 계시더라고요, 시구를.

    ◇ 박재홍> 우리 최영미 시인 만나고 있는데요. 다소 좀 마음 무거우실 수 있는 얘기를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지난 2017년에 그러니까 황해문화에 실렸던 시 괴물. 그리고 그 이후 미투로 파장이 컸었는데 소송도 겪으셨잖아요. 작가님이 아까 말씀하셨습니다만.

    ◆ 최영미> 제가 이겼죠.

    ◇ 박재홍> 그 이후에 삶이 많이 바뀌셨다라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아요.

    ◆ 최영미> 좀 바뀌었고 간단히 말씀을. 저는 소송하기 전에는 제가 진실만 말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재판하면서 진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내가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말만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 기자들 만나는 게 너무 힘들어요, 긴장되고. 다 체크해야 되니까. 내가 10년 전 일이다? 아니다, 5년 전 일일 수도 있다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성격도 성격이 안 변하겠지만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고 할까요?

    ◆ 김성회> 실제로 그런 폭로와 이런 분쟁을 겪으신 다음에 책을 내시는 데도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이 안에서 어떤 압력이 작용했나요?

    ◆ 최영미> 그건 저는 하여튼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단 저한테 시인인데 시 청탁보다 산문 청탁이 참 저한테 많이 오고 글 쓰는 노동자죠. 저도 몇십 년 한 20년간 글자로 먹고 살았고 매체와 이런 데… 1심 승소한 뒤에도 출판사들에서 산문집을 내자, 미투가 핫한 이슈니까. 재판 과정을 기록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연락이 왔는데 제가 별로 내키지가 않았고. 왜냐하면 저는 재판하는 것만도 지겨워서 그걸 다시 돌아보면서 쓰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는. 그런데 시집은 내고 싶었고. 제가 원래 한 5년 내지 6년 만에 시집을 한 권씩 내거든요. 그런데 제가 한두 군데 접촉을 했는데 시집을 내는 문학 전문 출판사. 물론 제 시집을 내겠다는 출판사가 대한민국에 없을 수는 없죠. 있죠. 제가 그래도 한때 글쎄.

    ◇ 박재홍>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진중권> 서른, 잔치는 끝났다. 시를 절대 읽지 않는 저도 읽었는데.

    ◇ 박재홍> 저 같은 사람도 알았으니까.

    ◆ 최영미> 제가 시시한 시인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 박재홍> 그럼요.

    ◆ 최영미> 그런데 중요한 문예지가 나오는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지 않으면 서점에 꽂히지가 않아요. 한 두 번 신간 나오고 한 두 달 이러고 사라지니까 저는 시인 선에 들어가고 싶었던 거죠. 어떻게 말하면 저도 좀 비겁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그러니까 좀 권위에 의지하겠다, 그런 메이저 출판사들에. 그런 마음이 좀 있었고 그래서 접촉을 했는데 답이 아예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때 사태를 깨달았어요. 이들은 다 En 선생하고 친한 데죠. 다 메이저 출판사 중에 En 선생하고 책을 안 낸 데가 없을 거예요, 아마. 그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 나는 이 바닥에서 안 되겠다 이래서 제가 내 시는 내가 내자 해서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 박재홍> 출판사를 만드신 거고. 그동안 참 어려운 시간을 겪으신 것 같고. 그런데 최근에 고은 시인이 시집과 대담집을 발간했다가 논란이 일자 출판사가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책 공급을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는데 선생님도 그런 과정을 보시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셨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 드셨습니까?

    ◆ 최영미> 일단 저는 너무 귀찮았어요. 왜냐하면 기자들이 제 입장을 묻는 전화와 문자와 이메일이 너무나 많이 와서 일일이 응답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저는 짧게 처음에는 허망하다 말했고 그다음에는 위선을 실천한 문화라고 짧게 말했는데. 그 출판사 이름과 한꺼번에 제가 약간 풍자한 거죠. 그 뒤에 제가 기자들하고 말로 입장내기는 그렇고 제가 글로 써서 이 책 지금 난 그 여자 불편해 안에 들어가 있는데 위선을 실천한 문학이라는 제목으로 헤럴드경제에. 제가 헤럴드경제에 원래 한 달에 한 번씩 연재를 해요. 지난 3년간 연재를 했는데 연재 날짜가 그다다음 사건이 터진 2주 뒤에 돌아왔어요. 그때까지 묵혔다가 이제 썼죠.

    ◆ 진중권> 그런데 참 이게 페이스북에도 올라오는데 참 En 선생님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이른바 문인들 중에서도.

    ◆ 최영미> 저는 이해합니다. 저는 충분히 이해하고요. 그의 시가 생명력 있다면 그의 시는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교과서에서 제외되든 말든. 그건 세월이 말해 주겠죠.

    ◇ 박재홍> 그런데 관련 사건이 폭로되기 이전부터 이미 1993년에 우리 선생님이 등단 소감에 그 문제를 지적하는 시를 쓰셨잖아요. 그렇죠?

    ◆ 최영미> 일부분만 읽을게요. "내가 정말 여류 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고급 거시기라도 되었단 말인가? "
    참 지금 읽으니까 참담하네요.

    ◇ 박재홍> 그때 이미.

    ◆ 최영미> 그렇죠. 등단 직후에 등단 소감을 쓰라고 당시 민족문학작가회의 제가 신입 회원이잖아요. 신입 회원은 등단 소감이나 이런 걸 써요. 그게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건지 그 간격은 잊어버렸지만 몇 페이지 안 되는 리플릿 같은 거였는데 거기에 제가 원래 에세이를 쓰는 건데 앞에 시를 쓰고 뒤에다 에세이를 붙였죠, 산문을 붙였죠. 그래서 겁도 없이 그거를 붙였죠.

    ◇ 박재홍> 2023년도 아니고 1993년이었는데.

    ◆ 최영미> 그때는 아무 문제 없었던 게 아마 사람들이 농담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래요? 당시 그때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은유적으로 쓰시던 거였는데.

    ◆ 최영미> 그래서 제가 그걸 시집이 나중에 시집 낼 때 이 시를 넣을까 했는데 어떤 편집자가 이거 넣지 말자고, 시집에. 곤란하다 그래서 뺐다가 정말 거의 20년 더 지나서 제가  1인 출판사 차린 뒤에 2019년에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시집 안에 넣었어요. 그리고 그전에 재판했기 때문에 제가 다 증거로 제출한 거라서 2000년경에 사회평론이라는 데서 제가 산문집을 냈어요.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된 사람에게. 그게 초판은 사회 평론 그리고 2판은 문학동네에서 나왔는데 1판 나온 2000년에 이걸 집어넣었죠, 그 에세이 전체를. 나중에 그 증거 자료의 하나로 제가 제출했죠. 그쪽에서 하도 나를 거짓말한다, 최영미가 가난해서 노이즈마케팅한다. 이런 말하길래 제가 나중에 문단 성폭력에 대해서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고 넣었죠.

    ◆ 김성회> 93년 당시에는 소위 말하는 인사동이나 이런 데서 질펀하게 앉아서 술먹고 꼬장부리는 것이 객기이고 낭만이던 시절이었던 건가요?

    ◆ 진중권> 문인의 특권이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런 문화가 있었고. 그러니까 당시에는 사실 이게 그냥 넘어간 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맥락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미투 이런 게 있은 다음에야 이게 딱 눈에 띄는 거고.

    ◆ 김성회> 실제로 자기들끼리도 술만 먹으면 개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 진중권>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고.

    ◆ 김성회> 그걸 딱히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고요.

    ◆ 최영미> 그 얘기는 그만합시다.

    ◆ 진중권> 죄송합니다.

    ◆ 최영미> 잊어버리고 싶어요, 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정말 일찍부터 소리를 내셨었군요 라면서 선생님의 문제제기를 많이 공감해 주시는 분 계셔서 함께 좀 말씀 나눴고요. 그래서 그러한 아픔을 겪으시고 그리고 다시 일어서시고 출판사도 내시면서 이번에 산문집을 내셨습니다. '난 그 여자 불편해'라는 책을 들고 오셨는데, 일단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물론 항상 모든 시집 제목이 인상적이셔서.

    ◆ 최영미> 저 그 제목 붙인 거 지금 후회해요.

    ◇ 박재홍> 그렇습니까?

    ◆ 최영미> 그 책이 저는 불편해요, 지금.(웃음)

    ◇ 박재홍> 그런가요? 그 제목이 불편하십니까?

    ◆ 최영미> 이 제목이 불편해요. 왜냐하면 그 제목은 저는 원래 '어렵다고 생각한 일이 가장 쉽더라' 이걸 제목으로 짓고 싶었어요. 헤럴드경제에 몇 년 전 연재할 때 반응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원래 책을 낼 때 제목을 후보를 한 서너 개를 뽑아요, 제목 후보를. 그래서 주변의 지인들한테 앙케이트 조사를 해요.

    ◇ 박재홍> 뭐가 좋냐.

    ◆ 최영미>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난 그 여자 불편해'가 여태까지 별로 없던 제목이다, 한국 출판 쪽에서 신선하다, 강렬하다. 그래서 저는 사실 내가 맨 처음에 생각한 제목이 아니라서 조금 그랬는데. 그래도 사람들 말을 들어야 돼요, 출판사 제가 대표면 시인이라면 내가 생각한 제목 관철시키지만. 아무튼 그래서 제목을 이렇게 잡았는데 그 뒤에 좀 곤란이 생긴 게, 이 책이 페미니즘이나 미투에 관련된 글만 있는 책이 아니에요.

    ◇ 박재홍> 그렇죠. 제가 읽어보니 스포츠 얘기도 있고.

    ◆ 최영미> 제가 이 책 전체에 60꼭지의 산문이 있는데 그중에 미투를 정면으로 다룬 꼭지는 5개인가 4개밖에 안 되고 약간 양념으로 사이드로 다룬 게 한 2개. 크게 잡아봤자 7꼭지밖에 안 되는데 전체 글의 한 11~12% 정도인데 이 제목 때문에 이게 마치 페미니즘 책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여져서 책이 나온 다음에 언론에서 다룰 때도 소개할 때도 굉장히 세게 제목을 무슨 저격수 이런 식으로 제가 손해본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저는 제 글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 글에 집중하고 싶은데 글 외적인 요소로. 미투라든가 누구와의 재판이라든가 이런 식으로 글 외적인 요소로 조명을 받으니까 저는 정말 불편해요. 작가로서 손해라고 생각해요.

    ◇ 박재홍> 그래서 오늘은 그 제목이 불편하다라는 말씀을 하고 계신 거군요.

    ◆ 최영미> 후회하고 있어요.

    ◆ 김성회> 보니까 중간중간에 요리 얘기, 음식 재료 얘기 나오는 거 보면 호박, 고구마, 달걀 이렇게 간소하게 간 많이 안 하고 드시는 음식들을 많이 드시는 것 같은데.

    ◆ 최영미> 저는 5분 안에 하는 요리 좋아해요.

    ◆ 진중권> 5분 안에 가능한 요리가 있구나.(웃음)

    ◆ 최영미> 길게 잡으면 축구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하기 전에.

    ◆ 진중권> 그 사이에.

    ◇ 박재홍> 하프타임 때.

    ◆ 김성회> 축구 얘기 나오니까 제가 봤던 대목 중에 인상적인 게 손흥민 선수하고 살라. 득점왕 할 때 득점왕 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 최영미> 제가 썼죠.

    ◆ 김성회> 시사저널에 기고를 하실 때 둘이 공동 1등을 할 것이다를 맞히셨더라고요. 축구를 많이 보시는 편이신가요?

    ◇ 박재홍> 심지어는 2018년 월드컵 때도 승부를 예측한 게 대부분 맞았다, 이런 글도 보이고. 축구에 대한 식견이 엄청나시던데요?

    ◆ 최영미> 그거는 제가 증명할 수는 없지만 제가 한때 대한축구협회 이사였어요.

    ◇ 박재홍> 축구협회 이사.

    ◆ 최영미> 2013년경에 축구사랑 나눔재단이라고 있어요. 원래 그러니까 옛날에 유소년축구재단이었을 거예요. 아마 이름을 변경했을 텐데 어떤 게 앞이고 어떤 게 뒤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유소년축구재단 혹은 축구사랑나눔재단의 이사로 위촉받아서 한 1년을 활동하다가 장편소설 청동정원을 쓰기 위해서 이사진을 그만뒀는데 그것도 지금 후회돼요. 그만 둔 다음부터 A매치 표가 안 와요.(웃음)

    ◇ 박재홍> 그래서 산문집 2부 제목이 인간은 스포츠 없이 살 수가 없다예요. 스포츠가 주는 매력이 뭡니까, 시인님?

    ◆ 최영미> 그 순간에 그것이 되는 것.

    ◇ 박재홍> 그 순간에 이입이 되는 것?

    ◆ 최영미> 축구 시도 꽤 썼었어요. 저는 축구 산문집도 냈고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책도 냈는데 별로 팔리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고통을 잠재우는 마약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말이냐면 제가 좋아하는 경기, 제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기 위해서 경기를 보면서 몰입하면 근심, 걱정, 불안, 고통을 잊게 돼요. 인생의 슬픔을 잊게 돼요. 완전히 잊지는 않죠.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경기, 이를테면 월드컵 파이널이다, 결승전이다 그러면 정말 아무 생각 없는 거죠. 그 순간에 몰입하는 거지. 저는 그게 저한테 가장 큰 축구의 매력이에요.

    ◇ 박재홍> 청취자가 갑자기 질문이 왔습니다. 혹시 진짜 플레이어로 골때녀 혹시 아세요, 여성?

    ◆ 최영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 박재홍> 그러세요? 이거 직접 전문 축구선수가 아니어서? 예능에서 여성 연예인들이 축구…

    ◆ 최영미> 제가 원래 예능을 안 보고요. 텔레비전은 뉴스밖에 안 보고 오로지 스포츠 중계만 봐요. 드라마도 안 보고 영화도 안 보고 제가 책에도 썼지만 제 인생이 영화보다 재미있어서, 제 인생이 어떤 드라마보다 재미있어서 드라마 지루해서 못 봐요. 드라마, 영화는.

    ◇ 박재홍> 오직 스포츠만.

    ◆ 최영미> 스포츠만. 왜냐하면 승부를 알 수 없으니까.

    ◆ 김성회> 직접 하시는 스포츠도 있으신가요?

    ◆ 최영미> 수영도 하고 농구도 하고. 농구도 했고, 과거에. 사진도 있어요. 얼마 전에 연합뉴스하고 인터뷰했는데 옛날 사진 달라고 해서 제가 홍대 다닐 때 대학원 다닐 때 홍대 체육관에서 골 넣는 걸 누가 뒤에서 찍었어요. 그래서 그걸 줬어요. 아무튼 제가 어릴 때부터 운동 아주 좋아하고…

    ◇ 박재홍> 아버님 운동선수셨잖아요. 투포환, 역도선수.

    ◆ 최영미> 그래서 그런 DNA가 있었고 딸이 많은데 아들이 없어서 그런… 딸 많은 집에는 아버님이 건강한 딸 하나 아들처럼 키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운동하는 거를 부추겼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줄넘기를 한 100번, 200번 하면 "영미 쟤는 어떻게 저렇게 잘하니? " 그러면 나는 또 500번 할 수 있어 이런 식으로. 하여튼 제 인생의 열정, 오늘날까지 저를 지탱해 준 열정은 스포츠였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니까 글을 읽어보면 스포츠에 대한 통찰이 엄청나세요. 지난번에 올림픽 때는 2020년 올림픽의 명장면 몇 가지를 쓰신 글도 있었는데 저는 인상 깊게 본 게 육상 높이뛰기 결승에서 우상혁 선수의 웃음을 명장면으로 꼽으셨어요. 저도 참 우상혁 선수의 웃음과 경기를 즐기는 그 땀, 메달 못 땄다고 막 이런 게 아니라.

    ◆ 최영미> 새로운 대한민국의 젊은이 이미지였죠.

    ◇ 박재홍> 그렇죠.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서 통찰… 그럼 모든 경기를 다 보시는 거네요. 그러니까 축구뿐만 아니라.

    ◆ 최영미> 저는 제가 볼 수 있는 국제 경기는 하여튼 시간 되는 대로 다 봐요, 제가 좋아하니까,모든 종목을.

    ◇ 박재홍> 그렇군요.

    ◆ 최영미> 그러니까 배구선수들 실망하지 마세요. 축구, 야구만 아니라 거의 다 보고 있어요.

    ◇ 박재홍>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 백승호 선수를 눈여겨보셨다고. 왜 그렇습니까?

    ◆ 최영미> A매치… 그러니까 평가전 했는데, 월드컵 전에.

    ◇ 박재홍> 월드컵 전에.

    ◆ 최영미> 제 기억에는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 백승호 선수가 나와서 코너킥을 찼어요. 크로스라고 하죠, 원래 영어는 크로스인데. 그런데 굉장히 정확하고 위협적이어서 바로 골대 앞에 떨어졌는데 그게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에 이거 괜찮다. 제가 사실 백승호 선수가 한 10살 무렵에 본 적이 있어요.

    ◇ 박재홍> 실제로?

    ◆ 진중권> 유소년 클럽에서 보셨구나.

    ◆ 최영미>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뛸 때 제가 당시 중앙일보에 유럽축구기행을 연재했어요. 5회인가 6회인가를. 그때 갔을 때 다… 심지어 독일에서 뛰는 정대세 선수, 손흥민, 박지성, 이청용 그리고 바르셀로나 가서 백승호 선수 봤죠. 그 훈련장까지 따라갔죠. 어머님이 해 준 밥을 집에서 먹고 지금도 굉장히 미안하면서 고마워요. 그러니까 여행하면 한국 밥, 한국 음식 먹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 박재홍> 너무 먹고 싶잖아요. 라면 하나가 너무 귀하고.

    ◆ 최영미> 그래서 어머님이 집으로 초대해서 정말 지금 생각하면 조금 실례인데. 가서 얻어먹고 백승호 선수랑, 어린 백승호 선수랑 인터뷰도 하고 내가 방을 보고 싶다고 했어요. 제가 기억나는 게 축구선수의 방을 보고 싶더라고요.

    ◇ 박재홍> 취재를 위해서.

    ◆ 최영미> 그러니까 어떤 어린이, 어떤 소년이 자라서 축구선수가 되나, 제 호기심은 그거였어요. 약간 작가로서의 호기심이었는데 그 방도 지금 기억나고 백승호 선수가 저한테 선물로 축구 메모를 줬어요. 축구장이 이렇게 선으로 그어져 있고 우리 편…

    ◇ 박재홍> 전술을 할 때.

    ◆ 최영미> 그렇죠, 전술. 어떻게 패스하고 그런 거. 그래서 그걸 한동안 오랫동안 간직했는데 지금 어디 있는지는 찾아봐야 될 거예요.

    ◇ 박재홍> 백승호 선수가 또 이번에 골도 넣었잖아요, 마지막에 브라질전에서.

    ◆ 최영미> 제가 너무 기뻤어요. 제가 사실은 그래서 월드컵 시작하기 전에 어느 신문에 글을 쓰면서 백승호를 선발 엔트리에 포함시켜야 된다. (웃음)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면서. 그런데 선발 엔트리에 포함된 거예요. 그래서 너무 기쁘다 그걸 쓰고 그래서 골 좀 넣으면 좋겠다. 계속 선발로 안 나오더라고요.

    ◇ 박재홍> 안 나왔었어요. 브라질전에서 나왔죠.

    ◆ 최영미> 마지막 경기 후반에서. 그 순간에 제가 사실은 거의 이렇게 새벽에 있잖아요. 침대에서 기대서 보다가 백승호 선수가 나온 줄 알고 똑바로 앉아서 일어나서 이렇게 자세 고쳐서 봤는데 진짜.

    ◇ 박재홍> 멋있는 골을 넣었어요.

    ◆ 최영미> 튀어나온 볼이에요, 그냥. 이렇게 상대 그냥 넣어서 다이렉트로. 너무 멋있었어요.

    ◇ 박재홍> 그렇군요. 지난 2018년 월드컵 때 보시고 나서 감독 교체해야 된다는 의견을 내셨는데 진짜 벤투로 교체된 다음에 좋은 성과를 냈죠.

    ◆ 최영미> 아마 축구협회에서 제 글 본 것 같아요.(웃음) 저는 진짜 이건 농담이 아니라 제가 쓴 축구에 대한 글을 축구협회에서 본다고 생각해요. 그거 증명할 수도 있는데 지금 시간이 없네요. 증명할 수도 있어요. 나중에 증명해 줄게요, 끝나고.

    ◆ 진중권> 법정 싸움을 하시더니 증명에 집착을 하시네.(웃음)

    ◆ 김성회> 이번에 클린스만 감독 영입한 거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에 감독이 바뀐 거.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에 클린스만 전 독일 감독      (서울=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는 남자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을 선임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과의 계약 기간은 3월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로 약 3년 5개월이다. 사진은 2014년 클린스만 감독 모습. 2023.2.27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끝)   연합뉴스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에 클린스만 전 독일 감독 (서울=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는 남자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을 선임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과의 계약 기간은 3월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로 약 3년 5개월이다. 사진은 2014년 클린스만 감독 모습. 2023.2.27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끝) 연합뉴스
    ◆ 최영미> 그거 좋은 질문이에요. 저는 조금 회의적인데 왜냐하면 그분독일인이고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에요. 그런데 한국 선수의 정서를 이해할까. 그러니까 한 번도 제대로 좌절한 적 없는 사람이에요, 항상. 말하자면 스타인 이것도 유럽 축구의 중심이 독일인이고. 저는 차라리 독일인보다는 유럽 축구의 완전한 변방은 아니지만 네덜란드라든가 예를 들면 포르투갈이든가 약간 중심은 또 아닌 그런 나라 출신 감독이 오면 좋겠고, 스타 플레이어가 훌륭한 축구 감독이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어요. 지단처럼 한  두 명 있지만. 그래서 아무튼 하필 독일인에다가 하필 스타 플레이어. 그래서 한국 선수들의 그런 정서를 이해할까? 한국 문화를 이해할까? 그런 의문이 있어요. 그리고 약간의 혐의도 있는 게 카타르월드컵 때 클린스만 그분이 이란 대표팀 감독인 케이로스인가 그분하고 설전을 벌인 게 있어요. 설전을 벌였어요. 이란 문화 관계해서 이란 축구팀하고 이란 축구 감독은 경기 중에 심판한테 계속 얘기한다 그러면서 그게 이란의 문화다 이런 식으로.

    ◇ 박재홍> 폄훼 발언 비슷하게.

    ◆ 최영미> 약간 이란 문화를 모독한 거죠, 아시아 문화를. 약간 그게 문제가 돼서 설전을 벌였거든요. 제가 그걸 보다가 저장해 놨어요, 언젠가 쓰려고. 왜냐하면 제가 계속 연재를 하니까 연재거리가 떨어질 때가 있잖아요. 저는 축구에 대해, 스포츠에 대해 쓰는 거 좋아하니까. 그런데 마침 클린스만이 온다고 해서 사실 제일 좋았던 건 이거 써먹어야지.

    ◇ 박재홍> 조만간 쓰시겠네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 최영미> 시사저널에 쓸 거예요.

    ◆ 김성회> 시 얘기보다는 축구 얘기를 훨씬 신나하시네요.(웃음)

    ◆ 최영미> 얼굴이… 하루 종일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어요.

    ◇ 박재홍> 하루 종일 축구 얘기하실 수 있다.

    ◆ 최영미> 축구, 야구, 테니스 하루 종일 얘기할 수 있어요.

    ◇ 박재홍> 야구 조만간 WBC 야구 경기가 예정돼 있는데 선생님 또 야구 경기도 주목해서 기다리고 계십니까, 그러면?

    ◆ 최영미> 저는 시구도 했어요.

    ◇ 박재홍> 야구 시구도 했어요?

    ◆ 최영미> 두산베어스 제가 김현수 선수 팬이라는 걸 또 인터뷰할 때 신문에 말했더니 두산베어스 구단에서 연락이 와서 제가 춘천 살 때니까 정확히 연도는 팩트체크해야겠다. 하여튼 제가 40대 중반에 하여튼 춘천에서 버스 타고 잠실 가서 시구했어요. 시구한 사진 떠요, 지금.

    ◇ 박재홍> 대단하시네요. 배** 님도 스포츠 안목 대단하신 것 같다, 청취자가 반응 주시고 75** 님도 한판승부 오랜 세월 경청 중인데 최영미 시인과의 지금 인터뷰 너무 고맙다라는 말씀을 주셨어요. 이번에 WBC에서 어떤 것을 관전 포인트로 우리 선생님 갖고 계세요?

    ◆ 최영미> 저는 성적은 크게 관심 없고.

    ◇ 박재홍> 성적 관심 없어요?

    ◆ 최영미> 김현수 선수가 아마 팀을 이끌어갈 주장이고.

    ◇ 박재홍> 주장이죠.

    ◆ 최영미> 옛날에 베이징올림픽 때 막내였지만 그래서 김현수 선수나 이정후 선수나 그런 여러 나이 든 경험 있는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과의 조화 기대돼요.

    ◇ 박재홍> 경기 자체가?

    ◆ 최영미> 한국이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 박재홍> 이번에 우승까지도 기대하세요?

    ◆ 최영미> 승부는 알 수 없죠.

    ◇ 박재홍> 또 선생님이 얘기하니까 저도 왠지 기대가 되는데… 오늘 한 1분 정도 남아서요. 선생님이 저희가 책을 읽은 내내 생활인으로서의 애환도 느껴지고 또 우리 사회가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바람을 또 글을 읽으시면서 말씀하고 싶다고 하셔서 그 대목을 한번 읽으면서 오늘 시간을 마무리해 볼까 합니다.

    ◆ 최영미> 저는 사실은 제가 아무튼 너무 분열되어 있고, 지금 사회가. 그래서 이게 최근에 SNS가 보급되면서 그런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빠르게 전파시켜서 더 갈등이 심화되었어요. 그래서 그게 좀 아쉽고 정치 과잉이에요. 사실은 한판승부도 정치 시사 프로그램인데.(웃음)

    ◆ 진중권> 과잉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이죠.(웃음)

    ◆ 최영미> 저는 평소에 정치 생각 거의 안 해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제가 굳이 발언하라면 발언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진실이 통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그리고 진정한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제가 이번 책 산문집도 홍보할 겸 '난 그 여자 불편해'에 쓴 한 구절을 읽어볼게요.

    ◇ 박재홍> 20초 정도 드리겠습니다.

    ◆ 최영미> "진정한 노력은 보상받는다는 믿음을 스포츠는 우리에게 준다. 진정한 노력은 보상받는다는 환상 없이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은 나를 속였지만 게임은 나를 속이지 않았다." 이건데 제가 사실 이게 굉장히 압축적인 표현인데 그런 환상 스포츠가 줘서 여태까지 사회가 유지되는 거예요. 특히 영국에서 혁명이 안 일어난 이유가 축구 때문이다.

    ◇ 박재홍> 오늘 최영미 시인님 너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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