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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트롤리' 정수빈 "김현주 선배는 '좋은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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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트롤리' 정수빈 "김현주 선배는 '좋은 어른'"

    핵심요약

    SBS 수목드라마 '트롤리'서 유산 겪는 미혼모 수빈 역

    배우 정수빈.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배우 정수빈.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배우 정수빈에게 SBS 수목드라마 '트롤리'의 '수빈'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어쩌면 이름이 같은 것만으로도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디션에서 그는 제작진에게 자신이 아니라도 누군가 '수빈'을 잘 표현해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1~2일만 연기를 하더라도 이런 캐릭터와 작품이라면 누구든지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진정으로 '수빈'을 응원하는 마음이 닿았던 것일까. 정수빈은 오디션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순간, 바로 캐스팅 확정 연락을 받았다. 그에게 수빈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겉은 잔뜩 날을 세우지만 속은 따뜻하고,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 표현할 줄 몰랐다. 때문에 스스로 수빈을 이해하며 보듬었다.

    '배우는 배우는 사람'이라는 그의 정의처럼 정수빈은 '수빈'을 통해 협력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피해자들의 아픔에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 진정으로 깨우쳤다. 미스터리한 '수빈'의 정체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정수빈의 애정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정수빈은 수빈이 '트롤리' 반전의 열쇠를 꽂는 '키맨'이 되도록 층층이 서사를 쌓아 나갔다.

    '자신의 마음이 건강해야 캐릭터의 아픔에 다가갈 수 있다'. 정수빈의 지론이다. 지금껏 촉법소년, 데이트 폭력 피해자, 유산을 겪는 미혼모까지, 다른 20대 배우들이 한 번 소화하기도 버거운 역할을 계속 맡는 데는 이런 남다른 단단함이 뒷받침됐다. 다음은 정수빈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배우 정수빈.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배우 정수빈.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Q 각자 인물이 비밀을 갖고 있으면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 상당히 복잡한 구성의 작품이었는데 수빈이 나중에는 결정적 폭로자로 기능한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려 했나

    A 작품에 일어난 사건을 이해해야 수빈이가 하는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확신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마치 한국사를 외우듯이 타임라인을 준비해서 수빈이의 삶을 이해해갔다. 그래야 서사를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빈이는 지훈이(정택현) 아버지 남중도(박희순)의 불륜관계와 남중도가 아들을 죽였을 것이라 생각해 그 집에 들어갔다. 그걸 믿고 충실히 연기했다.

    수빈이가 모질고 불편하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 사실 따뜻한 아이인데 누구에게 사랑을 받은 적이 없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서툴다. 좋은 어른을 만나본 적도 없어 힘든 친구다. 그랬던 수빈이가 좋은 어른, 혜주를 만나서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지키는 힘을 배운다. 결말에는 내가 수빈이를 사랑했던 방식대로 대중에게 사랑 받았으면 했다.

    Q 미혼모 임신, 유산 등 아픔이 있는 캐릭터였다. 상당히 신경 써서 준비해나갔을 것 같다

    A 산부인과 선생님께 자문했더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임신한 대한민국 여성 중 3분의 1이 유산 경험을 한다. 보통 그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니 아픔을 숨기고 있는 건데, 수빈이도 그런 아픔을 겪는다. 사실 수빈이의 잘못이 아니다. 조금은 그런 아픔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더 잘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에서 유산을 겪은 분들이 솔직하게 고백하는 영상도 봤다. 신체적 아픔 뿐만 아니라 심리적 변화도 이해하면서 이후 사건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Q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의심의 끈을 놓지 않게 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초반에 남중도와 수빈의 관계에 대해 여러 추측이 오가기도 했다

    A 처음에는 모두를 솔직하게 적대시하는 인물이다. 끊임없이 수빈이에 대한 의심을 할 수 있게 한 가지 시선이 아니라 여러 측면을 많이 생각했던 거 같다. 일단 저 스스로 수빈이에게 충실했다. 그렇게 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수빈이의 감정과 삶을 표현하니 더욱 다양한 시각으로 의심하고 바라봐 주셨다. 혼란과 혼선을 드렸지만 그런 반응들이 오히려 작품을 함께 풍부하게 만들어 주셨던 거 같다. 배우로서 감사드린다.

    배우 정수빈.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배우 정수빈.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Q '트롤리 딜레마'(Trolley dilemma)를 다룬 작품이었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작품을 거치면서 본인도 답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A 이 작품을 통해 '큰 배움'을 얻었다는 소감과 맞닿아 있다. 처음에는 나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고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만나면서 함께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인지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처음 '트롤리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함께 하는 힘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으니까 혼자는 방향키를 바꾸는 선택지에 그치겠지만 함께라면 전차를 멈춰서 빠져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결국 수빈은 '좋은 어른' 혜주를 만나면서 스스로 변하게 된다. 본인도 배우 김현주라는 '어른'을 만나 변한 점이 있다면

    A (김)현주 선배님이 사랑의 감정에서 모든 게 시작된다고 하셨다. 사랑하기에 서운하고, 실망한다는 이야기다. 수빈이가 사랑을 받지 못해 여러 다양한 인물을 대했을 때, 섬세함의 척도가 풍부해졌던 것 같다. 연기를 한다는 행위가 어쩌면 가정이 될 수 있는 행위다. 그런데 현주 선배님은 다른 시선을 갖게 해주셨다. 연기를 하지 않고 그냥 그 상황에 놓이면서 담긴다는 것. 제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셔서 감사했고, 정말 좋은 어른이셨다.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신 분이다. 애써서 연기하려는 측면을 저절로 담기게 만들어주셔서 행복했다.

    Q 부패한 정치인, 이용 당하는 약자, 마약, 성범죄 등 상당히 사회적 시선이 많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성범죄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막는 법안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 소재이기도 한데

    A 선배님들도 사회가 더 나은 방향성으로 나아가도록 힘을 싣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좋은 작품이라고 하셨던 게 기억난다. 극에서 다루는 공소권 폐지 법안에 대해 관심 어린 시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만약 가능하다면 피해자들이 조금은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진실을 믿을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세상이 되지 않을까. 나도 조금은 따뜻한 사회,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 용기를 내서 작품을 선택했다. 이런 측면이 '트롤리'의 전차를 멈추는 힘과 일맥상통한 것 같다. 이 작품이 쓰여진 후에 유사한 사건들이 실제 발생하는 걸 보면서 다양한 사회의 아픔을 다룬 드라마가 현실이 되는 세상이 됐구나 싶었다. 정말 다함께 그런 피해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

    배우 정수빈.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배우 정수빈.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Q '소년심판'에서는 촉법소년, '아일랜드'에서는 스토킹,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피해자 역이었다. 유독 아픈 서사의 인물을 자주 맡는 것 같다

    A 배우 정수빈이 아파 보이지 말자는 생각이다. 다행히 배우랑 동일시되기 보다는 사건에 얽힌 인물의 아픔으로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 아픔이 있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제가 아파 보이지 않게 더 조사하고, 공부하고 배워서 인물로 기억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한다. 아픔으로 힘들지만 마지막에는 다 웃는 캐릭터들이었고, 제 안에서 빠져 나와준다. '트롤리' 현장에서도 마지막에 매일 웃고 다녔다. (웃음) 힘들 때 일어나는 법, 단단해지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그런데 일단 내가 건강해야 아픈 인물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그런 고민을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다. 같은 아픔을 겪으면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조금 더 단단하게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Q 6개 작품을 거치면서 달려왔는데 이제 휴식을 좀 가질 것 같다. 올해 활동 계획과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하다

    A 온전한 쉼이 행복하다는 걸 만끽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뭘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숨쉬기 운동 자체가 즐겁다. 제가 연기할 때는 작품을 인물로 보게 되니 즐기지 않는데 배우 정수빈이 보지 못했던 작품을 재미나게 보고 있다. 심야 영화도 좋아한다. 또 다른 저의 행복을 채워나가고 있다. 올해는 촬영을 마친 장편 영화가 개봉하면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애써주신 선배님들이 있어 제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된 것처럼 그런 배턴을 잘 전해줄 수 있는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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