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시삽을마친 뒤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CEO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9일 당선 1주년을 맞아 별도의 기념 행사 대신 '산업 도시' 울산을 찾아 경제·민생 행보를 펼쳤다. 경제 상황 등이 엄중한 가운데 자축 보다는 당장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울산을 방문해 에쓰오일(S-Oil) 온산국가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석유화학 시설 '샤힌(Shaheen) 프로젝트' 기공식에 참석했다.
지난해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선 후 1년이 지난 이날 별도의 기념 행사 없이 산업 도시 울산을 찾아 경제·민생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샤힌 프로젝트가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외교의 대표적 성과이며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라고 치켜세우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사우디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라고 밝혔다. 샤힌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는 9조3천억 원으로 단일 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다.
또한 윤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마음껏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첨단기술, 신산업 전환, 공급망 안정을 위한 외국인 투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내용의 외국인투자 촉진법 시행령을 올해 안에 개정할 계획"이라며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를 반기별로 정례화해 1년에 두 차례,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소통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울산광역시 남구 울산항만공사에서 열린 울산경제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후 윤 대통령은 울산항만공사로 이동해 울산 지역 경제인, 대학총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울산에 대해 "60여년 동안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국가기간산업을 이끌어왔고 우리 수출의 13%를 책임질 만큼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각종 지원과 함께 대선 공약인 '촘촘한 교통망 확충'을 위해 도시철도 트램 1·2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올해 안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지난 10개월간 한미관계, 한일관계를 포함한 외교 정책 방향, 공무원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지만, 국민과 기업이 생활과 사업에서 느끼는 변화를 체감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진단하며 "국민이 노력을 통해 얻은 정당한 보상을 부당한 세력에게 뺏기지 않고, 기업들은 사업하기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를 한 뒤 국내 최초 직류기반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선 '울산태화호'를 타고 울산 현대차 수출 부두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부두에 입항한 자동차운반선인 글로비스 스카이호와 현대차 울산5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을 차례로 둘러봤다. 수출을 앞둔 신형 전기차들을 살펴보다 아이오닉을 가리키며 "이건 무슨 차냐"고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제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수출 드라이브'를 강조한 만큼, 이번 현대차 방문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540억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우리 경제를 뒷받침했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 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선제적 지원 방안을 상반기 중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尹정부, 더 나은 미래를 드리는 하루하루로 당선 무거운 뜻 새길 것"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울산광역시 남구 신정시장 내 한 정육점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윤 대통령의 이날 일정의 마지막으로 울산 남구 신정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직접 만났다. 윤 대통령이 신정시장을 찾은 것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10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부터 신정시장에는 수백 명의 환영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당선 1주년 축하드립니다', '대한민국 화끈하게 살려주이소' 등의 현수막을 들었다.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시민들은 '윤석열'을 연호하며 손뼉을 쳤고, 윤 대통령은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윤 대통령은 시장을 돌며 사과 3박스와 불고기용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구매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는 울산 노인복지관에 기부했다.
윤 대통령이 한 제과점에서 피자빵과 카스텔라를 고르자 상인은 "지난번에 오셨을 때도 이렇게 가져가셨다"고 인사했다. 윤 대통령 역시 반가운 듯 인사하며 "많이 파세요"라며 덕담을 건넸다.
이렇듯 윤 대통령의 민생과 경제에 방점을 둔 당선 1주년 행보는 전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예상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권 교체 1년을 당원들과 함께 의미를 공유했고 1년 전을 회상하면서 원고를 시작했다"며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경각에 달려 있어서 자축보다는 국민들 생활을 나아지게 하는 행보로 인사를 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당대회 연설에서 민간의 자율과 개인의 창의, 법치, 첨단 과학기술 혁신, 국가들 간 연대와 협력, 강력한 안보 태세 등 정부의 주요 국정 철학을 다시 상기시켰다. 특히 핵심 국정 과제인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에 대해선 "흔들림 없이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과거의 낡은 이념에 기반한 정책, 기득권 카르텔의 부당한 지대추구를 방치하고는 한 치 앞의 미래도 꿈꿀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평소의 지론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미래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며 "기득권의 집요한 저항에 부딪혀도 미래세대를 위한 길, 나라의 혁신을 위한 길을 결코 포기하거나 늦춰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당선 1주년 기념 행사와 관련해 "없다"라고 말하면서 "나라의 생존과 번영이 갈림길에 서 있다. 먹고사는 문제로 힘든 국민들께 윤석열 정부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고 개혁을 완수해서 더 나은 미래를 드리는 하루하루로 당선의 무거운 뜻을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축 하기엔 한국이 처한 정세와 경제 안보 상황 매우 엄중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