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강백호. 연합뉴스가장 중요한 첫 경기인 호주전서 황당한 실수를 저지른 강백호(24·kt)에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강백호는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1차전 호주와 경기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팀이 4 대 5로 뒤진 상황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지만 어이없는 실수로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
7회말 1사에서 강백호는 최정(SSG)의 대타로 좌중월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뽑아낸 뒤 힘차게 2루까지 달렸다. 그런데 2루를 밟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리를 하다 그만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호주 내야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강백호를 태그해 아웃시켰다. 이후 양의지(두산)의 중전 안타가 나와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후 대표팀은 8회초 로비 퍼킨스에 3점 홈런을 내줬고, 격차는 순식간에 4점으로 크게 벌어졌다. 앞서 강백호가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대표팀은 8회말 3점을 따내며 호주를 1점 차로 바짝 쫓았다. 하지만 9회말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7 대 8로 패했다. 팀이 승리했다면 강백호의 실수는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겠지만 1점, 1점이 소중한 상황에서 패배의 원흉이 된 셈이기 때문에 빈축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야구 선배들인 방송 3사 해설위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찬호 KBS 해설위원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종범 MBC 해설위원은 "끝까지 공을 확인했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 했고, 이대호 SBS 해설위원은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장면"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외신들은 조롱과 비난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매체 폭스스포츠는 강백호가 실수를 저지른 장면을 편집한 영상과 함께 "놀랍다. 강백호가 세리머니를 하다가 베이스에서 발을 뗐다"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글은 조회수 200만 뷰를 훌쩍 넘기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매체에서도 해당 장면을 주목했다. 닛칸스포츠는 "한국은 첫 경기에서 통한의 실수로 승리를 놓쳤다"면서 "강백호의 주루사로 인해 흐름을 잃었다"고 전했고, 풀카운트는 "강백호의 다리가 세리머니 도중 베이스에서 떨어져 태그 아웃을 당했다. 호주에겐 기뻤던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강백호는 지난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3·4위 결정전에서 껌을 잘근잘근 씹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돼 태도 논란으로 일으켰다. 팀이 지고 있던 시점에 일어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센 비난을 면치 못했다.
불과 2년 만에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건 강백호가 대표팀에 합류할 자격을 갖춘 선수인지 의문을 품을 만한 대목이다. 물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세리머니였지만 야구의 기본을 저버린 행동이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대표팀은 10일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2차전을 치러야 한다. 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강백호의 실수에 대해 아쉬워한 뒤 "앞으로도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빨리 잊고 다음 경기에 대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과연 강백호가 잇딴 실수를 만회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