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대표팀. 연합뉴스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 무려 9점 차로 무릎을 꿇었다.
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2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4 대 13으로 대패를 당했다. 7회 이후 10점 차 이상 벌어지면 선언되는 콜드 게임 위기까지 몰렸던 굴욕적인 패배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자회견실에 들어왔다. 그는 "전체적으로 힘든 경기를 했다"면서 "초반에는 승기를 잡았지만 투수 교체가 늦었다. 투수 운영의 실패였다"고 자책했다.
경기 초반에는 선취점을 뽑아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3회초 양의지가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이정후가 적시타를 날려 3득점, 일본 타선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곧바로 3회말 4점을 내주며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이 감독은 "3회말이 승부처였던 것 같다"면서 "득점 후 실점하지 않았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곧바로 점수를 내줬다"고 아쉬워했다.
5회말에도 2점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6회초 박건우가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이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일본의 좋은 투수들을 만났지만 어제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이 잘 따라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6회말에 이어 7회말까지 무려 7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투수 10명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무의미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좋은 투수들인데 자기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좋은 경험을 쌓았을 것이다. 다음 경기에 더 좋아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일본 취재진은 이날 큰 점수차로 패한 것에 대해 "일본과 차이를 보여주는 수치라 생각하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건넸다. 이에 이 감독은 "일본이 잘했다. 잘한 건 인정한다"면서도 "선수들의 능력은 이게 전부가 아니라 생각한다. 더 성장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한일전에서 완패를 당했지만 대회가 끝난 건 아니다. 오는 12일 체코, 13일 중국과 경기가 남아있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던진 투수 중 좋은 구위를 가진 선수를 최대한 활용해서 남은 두 경기를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