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로 나선 일본 다르빗슈 유. 연합뉴스자국에서 뛰는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 일본의 베테랑 투수 다르빗슈 유(36·샌디에이고)가 2009년 이후 14년 만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위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2005년 일본 프로야구(NPB) 니혼햄에 입단해 프로로 데뷔한 다르빗슈는 2009년 WBC에 출전해 일본 대표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이후 2012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고 텍사스와 LA 다저스, 시카고 컵스를 거쳐 2021년 샌디에이고에 새 둥지를 틀었다. 12년째 현역 빅 리거로 활동 중인 그는 MLB 통산 95승에 빛나는 일본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어느덧 30대 후반이 된 다르빗슈는 자국에서 열린 2023 WBC서 일본 대표팀의 최고참으로 출전했다. 대회 전 소속팀 스프링 캠프를 마치고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해야 했지만, 구단에 허락을 구하고 조기에 합류하며 대표팀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화려한 커리어는 물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대표팀 후배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다르빗슈는 이번 WBC 첫 출전부터 한일전 선발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일본 대표팀의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그가 숙명의 라이벌 매치서 노련한 투구를 보여주길 기대했다.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2차전 한국과 경기. 다르빗슈는 이날 선발로 나서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실점을 기록했다.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뒤이어 등판한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가 3이닝 1실점으로 잘 버텼고, 우다가와 유키(오릭스), 마쓰이 유키(라쿠텐), 타카하시 히로토(주니치)가 실점 없이 1이닝씩 막아내며 뒤를 받쳤다. 여기에 타선은 장단 13안타를 몰아치며 13점을 폭발했다. 13 대 4 대승.
한일전을 승리로 마무리한 다르빗슈는 경기 후 "첫 경기였는데 구속은 그럭저럭 나온 것 같다"면서 "제구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첫 경기 치고 나쁘진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하는 다르빗슈. 도쿄(일본)=김조휘 기자3회초 선제 3실점을 했지만 타선이 곧바로 3회말 4점을 뽑아내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일본은 여세를 몰아 13 대 4 대승을 거뒀다. 이에 다르빗슈는 "3점을 내줘서 흐름이 안 좋았는데, 4점을 회복해 줘서 든든했다"면서 "(타선에서) 계속 점수를 내면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뒷문을 굳게 걸어 잠가준 후배 투수들에 대해서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정상급 선수들이 때문에 믿고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구리야마 감독은 이날 다르빗슈의 활약에 대해 "좋은 투수가 실점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볼 자체는 원하는 곳에 잘 던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음 경기에도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일본 선수들은 다르빗슈의 한일전 패배를 막기 위해 투혼을 발휘했다. 이에 구리야마 감독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 다르빗슈의 공헌이 컸다.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승부를 뒤집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이 다르빗슈를 이기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다르빗슈에겐 이번 WBC가 자국인 일본서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수 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자 소속팀 스프링 캠프를 뒤로하고 대표팀 훈련에 합류했다. 다르빗슈는 "중간에 합류하면 선수들과 어울리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면서 "내겐 1분 1초가 보물 같다. 구단이 어려운 결정을 해줬고, 일찍 합류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다르빗슈가 도쿄돔 마운드에 올라서자 일본 팬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다르빗슈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서 팬들이 우리의 플레이를 봐주고 있다는 건 미국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일"이라며 "너무 감사하다. 팬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없었을 거다. 일본에 와서 공을 던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