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일타 스캔들' 배우 이봉련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AM엔터테인먼트 제공마지막 회에서 17.038%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일타 스캔들'. 초반부터 누군가의 죽음과 연관된 스릴러가 포함돼 있지만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산뜻하고 온기 있는 드라마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쇠구슬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를 시작으로, 드라마 내내 은은하게 드리워져 있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장르가 바뀐 것 아니냐'는 원성이 나왔다.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 차렸기에 '국가대표'라는 이름이 붙은 반찬가게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가장 친한 친구의 남동생 재우(오의식)에게 장난인 듯 진담인 듯했던 영주(이봉련)의 고백 역시 '갑작스러운 전개'라고 비판이 나온 지점 중 하나였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불호' 반응도 꽤 셌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봉련은 "'러브라인이 있을 거야' 해서 저희는 그렇구나 하고 알고 있었다"라며 "저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니까 개인적으로 (재우와) 켜켜이 쌓인 게(관계가) 있는데 흐름상 시청자들에게는 갑작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영주의 포장마차 고백 장면은 12회에 등장했다. "영업 회의는 언제 해?"라고 묻는 재우에게 영주는 "재우야. 누나 진짜 마음이 허하다, 요새. 솔직히 누나 정도면 괜찮은 여자 아니냐? 성격 좋지, 성격 좋고, 성격 좋잖아. 어, 안 그래?"라고 시동을 건다. "누나 괜찮은 여자야"라는 대답이 나오자 별안간 "너 그 낙지 먹으면 나랑 사귀는 거다?"라고 급발진한다. "우리 누나나 다름없고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누나가 내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면 징그러워! 좀 이상할 것 같아"라고 선을 긋는 재우를 바라보며 영주는 허탈하고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줄행랑친다.
이봉련은 "영주는 끊임없이 연애하러 (뜻을) 타진하러 어디든 다니는 중이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어지는 건 재우구나 하는 생각은 있었다. 나중에 10부 넘어가서 행선(전도연)이 연애 시작하니까 허한 거다. 술 몇 잔 먹은 상태에서 둘이 있는데, 내 옆에 오래 있었던 재우를 보고 뭔가 다른 거다. 분위기에 흠뻑 취해서 고백하고 부끄럽게 차이지 않나. 되게 영주다운 고백에 재우다운 반응이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저희는 사실 이 드라마 안에 빠져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까 저는 너무 좋았다. 영주랑 재우 커플을 저희는 너무 응원했고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모든 사람이 다 우리처럼 생각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라는 전도연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일타 스캔들' 배우들은 둘이 가족이 되는 결말에 만족했다. 이봉련 역시 "우리는 폭소탄이었다"라며 "'영주, 너~ 하다 하다 내 동생한테까지!' 하면서 도연 선배님이 제일 많이 웃으셨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봉련은 "'영주라면 재우를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시선이 드라마 속에 존재한다고 본다. 영주 준비하면서 쌓아온 생각은, 재우와의 연애는 제가 봤을 때 그냥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영주랑 재우가 오래봤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 인간으로서 한 남자로서 성장해가는 걸 누구보다도 제일 잘 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한테는 아이 같더라도, 영주는 남자로서 (재우를)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정말 영주다운 선택이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극중 영주는 '금사빠'(금세 사랑에 빠지는 사람)로 그려졌다. 이봉련은 "팽 당한 적이 많을 텐데도 '오늘 뭐 하세요?' 하는 걸 보면 참으로 영주답다. 저는 한 번 정도 그런 기억이 있으면 그다음은 절대 못 할 것 같은데. 이 친구는 사람을 끊임없이 정말 사람을 좋아하고 굉장히 사교적이기도 하고 근데 의외로 아이일 것 같았다"라며 "행선이 연애시키고 다 짝꿍 찾은 뒤에 '내 사랑은 어디에' 하며 외로움을 급격히 느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봉련은 '일타 스캔들'의 엔딩이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영주의 임신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으나 이왕 이렇게 됐으니 순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AM엔터테인먼트 제공영주와 재우가 연결되는 것에 이어, 영주가 임신하는 모습까지 드라마 안에서 그려졌다. 임신 설정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이봉련은 "임신까지는 몰랐다. 2년 후 임신해서 입덧하느라 약간 힘든 장면이 있더라. '아니, 임신까지 해요?' 물었다. 이거는 진짜 영주다운 거라고 생각했다. 행선이한테 굉장히 쿠사리(욕) 먹었을 것 같다. 다른 욕이 아니라 '야, 김영주!' 이런 느낌. (행선은) 누구보다 기뻐했을 것도 같다"라고 답했다.
임신 엔딩을 보고 시청자들이 '그래, 알았다. 너네 연애해라'였다가 '애기 낳고 결혼식 하려고? 그래 행복하게 잘살아라' 하는 마음이 됐을 것 같다고 바라본 이봉련은 "이 정도까지 가는 가면 순산 기원이라고 생각했다. 세상 모든 영주에게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야'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좋은, 행복한 결말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해피엔딩이 조금 급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일타 스캔들'의 후반부는 무겁고 정서적으로 괴롭거나 답답한 부분이 강조됐다. 본래 시청자들이 기대하던 드라마와는 다른 길을 가서 아쉽다는 반응이 쏟아진 이유다. 배우 입장에선 어떻게 봤을까.
이봉련은 "오랜만에 따뜻한 이미지로 가면서 (주인공이) 썸 타는 과정까지 흘러가서 연애 시작됐는데, 사실 앞에서부터 투신하는 학생이 나오다 보니까 이걸 너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들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그러기엔 너무 큰일이었다. 밀도감 있게,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게 필요했다. 그런 지점에서는 드라마 흐름이 이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자들이 밝은 드라마이길 바란 건 저도 공감한다. 저도 시청자여서"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봉련은 같은 배우 일을 하는 남편 이규회도 '일타 스캔들' 본방송을 챙겨봤다고 전했다. AM엔터테인먼트 제공마지막 회 방송 날이었던 지난 5일, '일타 스캔들' 팀은 한자리에 모여 같이 방송을 봤다. 이봉련은 "다들 아쉽다, 벌써 끝났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 이 얘기가 네버엔딩 도돌이표였다"라며 "마지막에 행선이한테 해이(노윤서)가 안기는 장면은 아기 해이랑 교차되면서 우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4.044%로 시작한 '일타 스캔들'은 거의 매회 시청률이 올라 마지막 회 17.038%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봉련은 "다들 놀랐다. 조금씩 계속 올라가는데 마지막까지 계속 올라가서"라며 "기분이 좋다. 이거 정말 잘 나온 시청률이어서 너무 기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주변인 연락도 어느 때보다 많았다. 이에 이봉련은 "되게 많은 분들이 즐겁게 봐주신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료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새삼 감탄했던 적도 있다. 이봉련은 "그때그때 장면을 찍으면서 (배우들이) 실재하는 인물이 돼서 어느 순간 진짜로 배우만 남아 있고, 생각도 장면 안에 있는 인물의 생각으로 갈 때가 정말 신기하더라. 제가 배우이고, 이게 제 일이지만 그런 장면에서 (상대) 배우와 교류했을 때가 정말 인상 깊었다"라고 돌아봤다.
같은 일을 하는 배우인 남편 이규회는 '일타 스캔들'을 어떻게 봤냐고 물었더니, 이봉련은 "본방사수는 다 했다. 제 남편, 선배님께서는 '와, 너 연기 진짜 죽인다' 이런 스타일이시다. '너무 좋다' '너 이번에 잘했다' 저희는 진짜 그런 얘기 많이 하고 일부러 많이 한다. 저도 갚아야 한다, 그분이 하실 때 '너무 좋던데?' 하면서"라며 웃었다.
배우 이봉련. AM엔터테인먼트 제공이어 "왜냐하면 제일 잘 못하고 제일 모자란 부분은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나. 같은 직업을 갖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제일 좋은 걸 먼저 얘기한다. 그러면 실제로 기분도 좋아지더라"라고 부연했다. 이규회는 드라마의 특정한 장면에 어떤 반응을 보였다기보다는 '어제 배우들이랑 뭐 먹었어?' '재미있게 놀았어?' 이런 걸 물어봤다고 한다.
행선에게 영주가 있었듯, 이봉련의 '현재'에 영주 같은 친구는 남편 이규회다. 그는 "같은 직업이다 보니 고충이 있으면 서로 묻기도 하고, 일부러 안 묻고 침묵을 지킬 때도 있다.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남편에게서) 행선을 지켜주려는 영주가 떠오른다"라고 설명했다.
"온전히 휴식만 하면 금방 심심해진다. 정말 기분 좋게 휴식을 취하려면 일을 해야 한다"라며 자신을 집순이라 소개한 이봉련의 차기작은 드라마 '불가항력'이다. 이후에는 뮤지컬로 관객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오세요, 좀 오세요.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