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미디어캐슬 제공'신카이 월드'가 국내에서도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연일 흥행인 가운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직접 영화 속 트리비아에 관해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스즈메는 왜 '스즈메'인가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중에서 주인공 이름으로 영화 제목을 지은 것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처음이다.
주인공 '스즈메'(スズメ)라는 이름은 한국어로 참새라는 뜻을 지니는데,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참새는 우리의 일상을 상징한다.
특히 '스즈메'라는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반려묘에게 붙여준 이름이기도 하다.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드는 도중에 고양이를 입양하게 됐다. 그때 작품에서 이름을 따서 '스즈메'라고 지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다이진은 고양이다!
영화 속 스즈메 앞에 나타나는 다이진을 고양이로 설정한 이유도 흥미롭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참새라는 뜻의 '스즈메'가 일상을 상징한다면, 고양이 '다이진'은 자연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려냈다. 고양이와 자연의 변덕스러운 모습이 닮았기 때문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굉장히 잔잔하고 아름다웠던 바다가 어느 순간 쓰나미를 일으켜서 마을을 덮치기도 한다. 그러한 자연은 인간이 절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며 "이러한 자연과 고양이가 닮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극 중 수수께끼 고양이 다이진은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재난의 문 닫기 위한 주문, 그 탄생 비화
재난의 문을 닫기 위한 소타의 주문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직접 만들었다. "아뢰옵기도 송구한 히미즈의 신이여"로 시작하는 주문의 앞부분은 실제 일본 신사에서 주로 하는 표현으로, 이 주문을 토대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자신만의 새로운 주문을 탄생시켰다.
또한 이 주문에 대해 감독은 "주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강한 바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어떤 평화를 굉장히 원할 때 혹은 엄청난 재해 속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도하거나 바라는 일밖에 없다. 그런 기도나 바람의 메타포로 이 주문을 넣었다"고 전했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스즈메의 교복 치마 길이는 왜 무릎 기장일까?
주인공 스즈메를 현실적인 고등학생으로 그리기 위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세심한 설정도 엿볼 수 있다. 극 중 스즈메는 교복 치마 길이는 무릎까지 오는 기장으로, 이전 신카이 마코토 작품을 비롯해 타 애니메이션에 비교해보면 눈에 띄게 긴 길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작품을 준비할 당시 도쿄에 있는 여자 고등학생을 취재했는데, 이때 교복 치마 길이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했다. 취재 결과 현재의 치마 길이가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미디어캐슬 제공 스즈메 의자의 다리가 세 개인 이유!
노란색이 귀여운 스즈메 의자의 다리가 세 개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숨어 있다. 이 의자는 스즈메의 엄마가 스즈메를 위해 만들어 준 하나뿐인 의자로, 영화 초반부에 스즈메는 언제부터 다리가 3개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다리가 세 개인 이유에 관해 "원래 설정상 쓰나미가 왔을 때 이 의자가 떠내려갔다가 다시 찾게 되는 것이었고, 그 당시 재해의 피해로 다리가 하나 없어졌다는 설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의자의 다리 개수는 스즈메의 마음의 결핍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서 엄마를 잃어버린 스즈메의 상처를 내포하는 동시에 재해의 상처를 상징한다. 의자와 함께 여정에 오른 스즈메는 영화의 끝에 비로소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자신의 상처를 마주 보게 된다. 감독은 이들의 동행을 통해 재해의 상처를 안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