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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부산 온 F-35B 스텔스기 탑재 미 경항모를 타보다

국방/외교

    [르포]부산 온 F-35B 스텔스기 탑재 미 경항모를 타보다

    미 해군 마킨 아일랜드함, 부산 입항

    다음달까지 열리는 한미 해병대 '쌍룡훈련' 참가차 입항
    F-35B 스텔스 전투기 1개 대대 탑재 후 입항은 사상 처음
    취재진 직접 찾아간 함에는 전투기, 헬기에 상륙부대 물자까지 빼곡
    원래 '강습상륙함' 이었지만 F-35B 탑재해 '경항공모함'으로도 운용
    그때그때 필요에 맞게 헬기, 전투기 등 구성 바꿀 수 있는 항공전력
    바꿔 말하면 대규모 물자 실어나르거나 인원 대량 수송 가능
    함장 "어디서 위협이 오는지는 중요치 않다, 어떤 위협이든 방어 가능"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 미 해군 강습상륙함(경항공모함) 마킨 아일랜드함 갑판에 미 해병대 F-35B 스텔스 전투기가 탑재돼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 미 해군 강습상륙함(경항공모함) 마킨 아일랜드함 갑판에 미 해병대 F-35B 스텔스 전투기가 탑재돼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2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경하배수량 4만톤 규모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함 위에는 각종 함재기가 늘어서 있다. 영국 해군 항공모함과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F-35B 스텔스 전투기부터 시작해 상륙부대를 해안으로 실어나르는 MV-22 틸트로터기, MH-60S 시 호크 해상작전헬기까지 모두 3종류가 버스를 타고 함 앞에 도착한 취재진의 눈에 띄었다.

    마킨 아일랜드함에 탑재된, 해병대 상륙부대가 사용하는 각종 차량들. 김형준 기자마킨 아일랜드함에 탑재된, 해병대 상륙부대가 사용하는 각종 차량들. 김형준 기자
    소총으로 무장한 수병들이 지키는 현문을 통해 함 안으로 들어가자 LAV-25 수륙양용 장갑차, JLTV(합동경량전술차량)등 상륙부대가 사용할 차량들도 가득 적재돼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장비들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해병대의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다음 주로 예정된 '결정적 행동'에서 미 해군 13상륙원정군(MEU)이 사용할 물자들이다.

    미군은 마킨 아일랜드함이 입항한 바로 다음날인 23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내외신 취재진에 이 함을 공개했다.

    스텔스기 싣고 온 '해병대 상륙지원' 강습상륙함…이렇게 입항은 처음


    2016년 이후 7년만에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와스프급, 즉 마킨 아일랜드함은 본래 항공전력을 통해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강습상륙함(amphibious assault ship)이다.

    취재진이 오른 배는 쌍룡훈련에 최적화돼 있으므로, 일단 '상륙부대 세팅'이 된 상태였다. F-35B 10대로 구성된 미 해병대 122전투비행대대(VMFA-122), MV-22 틸트로터기 10대, 그리고 해상작전을 위한 MH-60S 시 호크 헬기 2대가 탑재돼 있었다. F-35를 실은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이 한반도에 와 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행갑판과 비행격납고 아래에는 함 자체에 물을 채워 해병대 병력이 바다로 나갈 수 있게 마련된 웰 덱(well deck)이 있다.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 미 해군 마킨 아일랜드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함장 토니 차베스 대령(오른쪽 두번째)과 해군작전사령부 전투발전처장 이희정 대령(오른쪽 세번째)이 악수하고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 미 해군 마킨 아일랜드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함장 토니 차베스 대령(오른쪽 두번째)과 해군작전사령부 전투발전처장 이희정 대령(오른쪽 세번째)이 악수하고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
    이러한 장비들은 현재 열리고 있는 한미 해병대의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의 마지막 단계인 '결정적 행동', 즉 실제 상륙작전에서 함을 박차고 나가 해안으로 향해, 방어병력을 무찌르고 대규모 병력을 적 후방에 그대로 투입하는 데 쓰인다. 해병대를 '국가전략기동부대'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쌍룡훈련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해 2018년 이맘때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가 재개되었으며, 그만큼 올해는 큰 규모로 열린다. 해군작전사령부 이희정 전투발전처장(대령)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훈련은 동맹의 전투준비태세 강화와 상호운용성 향상을 위해 사단급 규모 상륙군을 비롯해 우리 해군 함정 20여척과 마킨 아일랜드함 등 미 해군 상륙함 3척 등이 상륙기동부대로 참가해 대규모로 실시한다"고 말했다.

    23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 해군 샌안토니오급 상륙함 그린베이함. 김형준 기자23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해 있는 미 해군 샌안토니오급 상륙함 그린베이함. 김형준 기자
    실제로 비행격납고에서 밖을 내다보자 샌안토니오급 상륙함 그린베이함, 앵커리지함, 존 P. 머서함이 함께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킨 아일랜드함이 상륙부대의 기함으로서 총지휘를 하고 항공전력을 운용한다면, 이들은 여기에 다 싣지 못한 병력들을 싣고 가 내려놓는 역할을 한다.

    탑재 항공전력은 그때그때 조정 가능…미 해군, 강습상륙함도 '경항공모함' 운용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한 마킨 아일랜드함 비행갑판에 미 해병대 F-35B 스텔스 전투기들이 늘어서 있다. 김형준 기자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정박한 마킨 아일랜드함 비행갑판에 미 해병대 F-35B 스텔스 전투기들이 늘어서 있다. 김형준 기자
    이 함의 진짜 가치는 과거와 달리 해병대 상륙부대를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용도로 쓸 수 있다는 데 있다. 미 해군이 중국의 미사일 위협을 회피하기 위해 분산된 치명성(distributed lethality)이라는 개념을 추구하면서, 기존의 정규 항모가 받는 위협을 분산시키기 위해 강습상륙함에도 F-35B를 탑재해 경항공모함으로 운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이 함은 경항공모함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이 배가 경하배수량 4만톤급인데 우리 해군이 초기에 추진하던 계획상의 경항공모함은 경하배수량 3만톤급으로 계획돼 있었다.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 미 해군 마킨 아일랜드함 비행갑판에 F-35B 스텔스 전투기, MV-22 오스프리 틸트로터기가 주기돼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는 미 해군 마킨 아일랜드함 비행갑판에 F-35B 스텔스 전투기, MV-22 오스프리 틸트로터기가 주기돼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
    미군 기준에선 해병대의 상륙을 지원하는 강습상륙함이 우리 해군 경항공모함보다 더 큰 셈이다. 와스프급엔 20대 남짓한 F-35B를 탑재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우리 경항공모함 계획의 스펙과 일치한다. 우리 해군의 독도급 대형수송함 2척도 현재 해군항공사령부가 운용하는 항공전력이 그때그때 필요에 맞게 배치되듯이, 마킨 아일랜드함에 탑재되는 항공전력은 그때그때 필요에 맞게 바꿀 수 있다. 이번에는 대규모 상륙부대를 지원할 항공전력이 필요한 만큼 거기에 맞게 '세팅'을 했을 뿐이다.

    대규모 상륙부대를 해안으로 실어나를 수 있다는 것은, 바꿔 이야기하면 거꾸로 대규모 인원과 물자를 배에 실을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상륙작전에서는 지휘함과 항공전력 운용을 맡지만, 만약 세계 어디선가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해 인도적 수색구조용으로 파견될 경우 이에 대한 지휘와 함께 헬기 등의 전력을 급히 파견하고, 필요하다면 피난민들을 수용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함에는 웬만한 병원을 방불케 하는 수준의 의무시설도 함께 갖춰져 있으며, 그 외에도 바다에서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독도함이 비슷한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하와이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 촬영된, 마킨 아일랜드함과 같은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에식스함의 지휘통제실. 김형준 기자지난해 7월 하와이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 촬영된, 마킨 아일랜드함과 같은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에식스함의 지휘통제실. 김형준 기자
    군사적으로는 무엇보다 드넓은 인도양-태평양의 제해권 확보에 필수적인 항공모함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F-35B에 공대함 공격 능력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지만, 미 해군과 해병대는 F-35B의 레이더 능력을 활용해 탐지한 데이터를 다른 함정에 전달해 적 함정을 공격할 수 있도록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기자회견에서 마킨 아일랜드함의 토니 차베즈 함장(대령)은 "위협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어떤 위협이 덮치더라도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해양과 공중 우세를 달성하고 방어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미 해군이 어떠한 방법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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