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 MVP 김단비. WKBL 제공"인터뷰할 때 운 적이 없었는데…."
15시즌을 뛴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으면서 부담이 컸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나도 부담이 있었지만, 김단비가 부담을 가지는 것을 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 하지만 김단비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12년 만의 통합 우승. 그리고 생애 첫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쓸었다.
김단비는 23일 끝난 신한은행 SOL 2022-2023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기자단 투표 75표 중 63표를 얻어 MVP를 거머쥐었다. 데뷔 16년 차에 받은 첫 챔피언결정전 MVP. 역시 처음이었던 정규리그 MVP에 이은 MVP 싹쓸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FA로 김단비를 영입했다. 최근 네 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만 두 차례 차지했던 우리은행의 승부수였다. 김단비 역시 우승을 위해 15시즌을 뛴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을 선택했다.
김단비는 "우리은행에 왔으니 잘해야지라는 생각도 있었고, 고향 같은 신한은행을 뒤로 하고 우리은행에 왔을 때 모두 '쟤 왜 저랬어, 프랜차이즈로 끝까지 남을 수 있었는데 왜 고생하지' 그런 말을 들을까 걱정을 했다.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이어 "부담을 이겨내려 따로 노력하기보다 '이 팀에서 더 잘하고 있다는 것을, 즐겁게 선수들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선택이었는데 남의 시선을 신경을 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과 김단비의 만남은 성공으로 끝났다.
김단비는 "신한은행에서 우승을 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16년 차인데 지난 16년의 세월이 생각났다"면서 "나에게는 우승이 이제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태에서 한 우승이라 기쁨이 두 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16년 차에 받은 첫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선수로 활약했지만, 우승과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MVP와 인연이 없었기에 더 값진 MVP다.
김단비는 "MVP와 거리가 멀었을 때 항상 인터뷰를 할 때마다 'MVP가 없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때마다 'MVP 없어도 된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넘겼다. 진짜 내가 괜찮은 줄 알았다. 선수 이력이 MVP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이왕 농구를 했으니 최고의 상을 받아볼까 생각이 들었다. MVP를 받아보니 농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농구를 하다가도 수없이 왜 했을까 생각도 했는데, 농구를 해서 최고의 자리까지 와 기분이 좋다"고 웃음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