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이 뇌물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법정에서 '입맞춤용 쪽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 초기 이 전 부지사와 허위진술을 모의했다고도 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이 사건 23차 공판에서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방 부회장에게 지난해 9월 구속된 이후 약 5개월동안 허위진술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간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해오던 방 부회장은 지난달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계속 카드를 제공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증인석에 앉은 방 부회장은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쪽지를 받았다"며 서류봉투를 들어보였다. 그는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회장에게 전달했으니 잘 기억하라'면서 (재판 도중 법정에서) 메모를 건넸다"며 "김 전 회장이 검거됐을 즈음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쪽지에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이 김 전 회장과 20년 전에 만났다는 내용, 이 전 부지사의 지인 A씨 관련 내용 등이 적혀있었다고 방 부회장은 증언했다.
방 부회장은 "메모를 읽고 다시 돌려줬는데 (마음에 걸려서) 당시 변호인에게 법정에 CCTV가 있는지를 물었다"며 "쪽지를 읽고 돌려주는 과정이 찍혔다면 억울할 것 같아서"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수사 초기만 해도 검찰 측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시하는 증거를 보니 빠져나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김 전 회장이 검거되기 전부터 이미 '자백하겠다'고 주변에 말해왔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이 서류봉투를 들어올리자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이 전 부지사는 어이없다는 듯 "쪽지?"라고 되물었다. 그는 방 부회장이 설명하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고개를 저었다. 재판이 끝난 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CBS노컷뉴스에 "피고인은 방 부회장에게 쪽지를 준 적이 없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방 부회장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이 전 부지사와 사전에 모의를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이 전 부지사로부터 변호사를 소개받았다"며 "해당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향후 어떻게 조사를 받을지도 맞췄다"고 했다.
"北에 300만달러 보내고, 이재명 방북 거의 성사" 주장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
방 부회장은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대납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이 성사될뻔 했다고도 주장했다. 쌍방울이 북한에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보낸 것이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는 "그렇다. 거의 확답을 받았다"고 답했다.
방 부회장은 이 대표의 방북으로 당시 경색됐던 대북관계가 개선되면, 쌍방울도 대북사업 등으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2019년 말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이듬해에는 국경이 봉쇄되는 등 북한과의 교류가 단절되면서 방북 초청이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방 부회장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만 진행됐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방 부회장 진술이 지난 번과 계속 다르고, 새로운 내용도 많다"며 신문 일정을 다음 기일로 미뤘다.
한편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재판과 대북송금 혐의 재판을 병합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지난 21일 이 전 부지사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2020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공모해 스마트팜 사업 지원 명목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대가 등으로 북한에 800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사외이사를 그만둔 이후인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법인차량(3대)을 제공받는 등 3억 2천만원의 정치자금(뇌물 2억 6천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