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프로야구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압수 수색 중이다. 검찰은 KBO 간부와 SPOTV 등 TV 채널 등을 운영하는 스포츠마케팅 업체 에이클라와 관련된 배임 수재 혐의를 포착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KBO의 모습. 연합뉴스한국 프로야구 KBO 리그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악재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회 연속 1회전 탈락에 프로 선수의 미성년자 관련 범죄 행위 혐의, 현역 구단 단장의 뒷돈 거래 의혹에 이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검찰 수사까지 벌어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수민 부장검사)는 31일 오전 서울 도곡동 KBO 사무국에 검사와 수사관을 파견해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 간부가 대상자였다고는 하나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개막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검찰의 압수 수색에 분위기는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이미 KBOP의 해당 간부는 지난해부터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의 횡령·로비 혐의를 받아왔다. 해당 간부가 중계권 협상 등에 관한 직무 상의 이점을 이용해 해당 업체로부터 금품 등의 대가를 받은 혐의다.
KBO는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개막 미디어 데이를 마친 다음 날이자 그야말로 개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터진 압수 수색이다. KBO 관계자는 "개막 전날 이런 일이 터져 당황스럽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더욱이 한국 야구는 KBO 리그 개막을 앞두고 악재가 속출한 상황이었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은 호주와 1차전 7 대 8 역전패를 안은 데 이어 숙적 일본에 4 대 13 대패를 당했다. 3회 연속 1회전 탈락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여기에 롯데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3일 퇴단 조치됐다. 서준원은 지난해 8월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 피해자에게 신체 사진을 찍어 전송하게 해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를 구단에 알리지도 않았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장정석 단장이 지난해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과 계약 조율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해임됐다. KIA 구단은 29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한 뒤 "품위 손상 행위를 한 장정석 단장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올 2월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당시 평가전을 지켜보는 장 단장. 연합뉴스 자료사진또 KIA 장정석 단장은 박동원(LG)와 FA(자유계약선수)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해임 조치됐다. 장 전 단장은 농담성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박동원 측은 거듭된 뒷돈 요구에 녹취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고, 이를 확인한 KIA 구단은 가차 없이 결정을 내렸다.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KBOP 간부의 혐의가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잔칫날을 하루 앞두고 압수 수색이 이뤄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말이 나올 만하다. 범죄 사실 여부를 떠나 KBO 리그 개막전은 침통한 분위기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게 됐다.
KBO는 출범 41주년을 맞아 미디어 데이에 410명의 팬들을 초청했고, 10개 구단 감독들과 대표 선수들은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잔치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전개된 검찰 압수 수색에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개막전에 나서게 됐다. 한국 야구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