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이 사령탑 데뷔전인 1일 롯데와 개막전에서 승리한 뒤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노컷뉴스'국민 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47)이 천신만고 끝에 사령탑 데뷔전 승리를 거뒀다. 현역 시절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이 감독이지만 지도자로서 첫 발은 쉽지 않았다.
두산은 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 개막전에서 난타전 끝에 연장 11회말 호세 로하스의 끝내기 3점 홈런으로 12 대 10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9 대 10으로 뒤진 가운데 나온 통렬한 끝내기포였다.
로하스의 홈런이 터지자 이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중 어려운 상황이 나올 때 심각한 표정을 여러 번 지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상기된 표정으로 사령탑으로 첫 공식 경기를 치른 소감을 묻자 "정말 기분이 좋지만 너무 힘듭니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선수 시절과 비교에 대해 "선수 때보다 어렵다"면서 "얼마나 소리를 쳤으면 목이 다 쉬었다"고 했다.
그럴 만했다. 이날 두산은 1회만 3점을 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4이닝 만에 4실점하며 조기 강판했다. 이에 이 감독은 "알칸타라가 4회 만에 물러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산은 불펜도 무너지면서 6회까지 3 대 8로 끌려갔다. 그러나 7회만 김재환의 동점 3점포 등 5점을 내며 동점을 만들었고, 8회말 이 감독의 벤치가 기민한 작전을 내면서 스퀴즈 번트로 9 대 8 역전에 성공했다. 다만 두산은 9회말 마무리 홍건희가 흔들려 동점을 허용했고, 11회초 롯데가 1점을 추가해 10 대 9로 재역전했다.
하지만 두산은 저력을 발휘했다. 11회말 정수빈, 허경민의 연속 안타에 이어 로하스의 끝내기 3점포로 2만3750명 만원 관중을 열광시켰다. 이 감독은 "김재환, 로하스의 홈런은 물론 8회말 작전도 모두 좋다"면서 "선수 때도 끝내기 홈런을 치면 기뻤지만 감독이 되니 기분이 배가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양의지도 멀티 히트, 테이블 세터까지 전 선수가 잘했다"고 칭찬했다.
반성도 잊지 않았다. 이 감독은 "볼넷을 10개나 내줬고, 9회초와 11회초 실점도 볼넷이 빌미가 된 것"이라면서 "남은 정규 리그 143경기 동안 많은 상황이 벌어질 텐데 나와 선수들 모두 실수를 줄여나가야 팀이 더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령탑 데뷔전 승리구는 로하스에게 양보했다. 이 감독은 "한국에서 친 첫 끝내기 홈런인데 당연히 로하스가 가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기념으로 승리구 사진 촬영 포즈는 취했다. 이 감독은 "오늘 시즌을 시작했는데 아직 143경기가 남았다"고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