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1시쯤 순천 송광면 봉산리 일대에 발생한 산불로 산척마을 어르신들이 경로당으로 긴급 대피했다. 박사라 기자 "혈압 약이다 뭐다 다 놓고 나왔어. 뜬 눈으로 밤샜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전남 순천시 송광면 봉산리 일대에 산불이 발생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4일 오전 찾은 전남 순천시 송광면 이읍마을 경로당에는 긴급 대피하라는 소식에 황급히 집에서 이주한 어르신 20여 명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산척 마을, 평촌 마을 등을 둘러싸고 있는 송광면 봉산리 야산에 불이 난 건 전날 오후 1시 2분쯤. 건조한 대기 속에서 불길은 바람을 타고 확산됐고, 겨우내 진화된 불씨는 밤에 다시 살아났다. 자정쯤 큰 불길이 다시 일자 송광면사무소는 인근 마을 2곳의 주민 89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평촌마을 36명은 신흥마을회관으로 산척마을 53명은 신정마을회관으로 흩어졌다.
산척마을 최순희 할머니(74)는 "집 안에서도 시커먼 불길이 보여 '이걸 어쩌나'하고 있었는데 마을에서 대피하라고 했다"며 "여기서도 불이 보이니까 혹여나 불이 마을로 내려오지 않을까 걱정돼 새벽에도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수차례 했다"고 전했다.
최정님 할머니(74)는 "오늘 아침 보건소에서 나와 혈압 검사를 했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혈압이 평소보다 20이나 높게 나왔다"며 " 뉴스를 통해 알게된 자식들과 친척들이 밤새 전화를 받느라 잠을 자지도 못했는데 불길이 잡히고 있어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김봉순 할머니(81)는 "자고 있는데 빨리 대피하라는 이웃 목소리에 놀라서 혈압약이랑 관절약도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나왔다"며 "오늘 토란을 심어야 하는데 못심어서 그것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경로당으로 대피한 어르신들이 진화 중인 산을 바라보고 있다. 박사라 기자 산림당국은 4일 산불 영향권 면적이 127h로 추정되면서 새벽 5시를 기해 산불 대응 3단계로 격상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헬기 11대, 인원 706명을 확대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면서 오전 11시를 기해 진화율이 70%를 보였다.
산림당국은 오후부터 바람이 강해진다는 예보로 최대한 주불을 진화할 계획이다.
다행히 오후 6시쯤 전남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예보돼 있어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