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70여 년 전 제주4·3 당시 불법 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인 64명이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유족의 한을 어루만졌다. 특히 4·3추념식 다음날 이뤄진 명예회복이라 의미가 깊다.
4일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는 4·3일반재판 수형인 故 윤인관 씨와 故 김일현 씨 등 4명의 유가족이 청구한 재심사건 선고 공판을 열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검찰이 재심을 청구한 군사재판 수형인 故 강병익 씨 등 60명도 죄를 벗었다.
재판부는 "공소제기 이후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그런데 죄를 증명할 증거가 없고 검찰에서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4·3일반재판 수형인 故 윤인관 씨 등 4명은 4·3 광풍이 휘몰아친 1947년과 1948년 사이 무장대와 연락을 취하거나 무허가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았다.
이들은 불법 군사재판으로 벌금형 또는 최대 징역 3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군사재판 수형인 60명은 1948년과 1949년 군사재판에서 무장대와 연락을 취했다는 등의 이유로 인천형무소와 대전형무소 등 육지형무소에서 최대 징역 20년을 받아 옥살이를 한 사람이다.
이들은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한국전쟁을 거치며 행방불명돼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특히 이날 수형인 재심은 제주지방법원 4·3전담 재판부 변경 이후 첫 무죄 선고다. 첫 4·3전담 재판부 재판장인 장찬수 부장판사에 이어 강건 부장판사가 담당한 첫 4·3 재심 사건이다.
제주 출신인 강 부장판사는 70여 년 통한의 세월을 견뎌온 유족의 사연에 귀 기울였다.
한 유족은 "4·3으로 일곱 식구가 죽었다. 이후엔 폭도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유족은 "삼촌이 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 유해도 수습하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강 부장판사는 재판을 마치며 희생자 이름을 한 명씩 언급하며 유족의 마음을 위로했다.
"망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망인들의 영혼이 안식할 수 있기를, 그리고 긴긴 세월 동안 깊은 고통, 설움 속에 살아가며 한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망인들의 유족들과 그 아픔을 함께한 일가친지들이 '망인은 무죄'라고 기억을 새로이 하며 작은 위로나마 받으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한편 지금까지 군사재판 수형인 2530명 중 1169명이 개별청구 또는 직권재심으로 죄를 벗었다. 아울러 현재까지 4.3일반재판 수형인 1562명 중 76명이 개별청구를 통해 죄를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