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별양동 내 한 음식점 출입문에 붙은 신천지 관련 스티커. 박창주 기자이단 신천지가 경기 과천시에서 불법 사용해 온 예배당의 용도변경을 위해 주변 상인들로부터 찬성 동의서를 받아 시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동의서에 서명해준 매장에 대해 신도들이 적극 이용하겠다는 약속 표시로 신천지 관련 단체의 이름이 새겨진 검은색 '스티커'까지 제공했다.
예배당 용도변경 찬성 동의서 접수…"종합적 검토"
6일 과천시에 따르면 최근 시는 별양동 내 집회장으로 사용해 온 상가건물 9층의 용도를 '문화·집회시설'에서 '종교시설'로 바꿔달라는 신천지의 용도변경 신청과 관련한 상인들의 찬성 동의서를 추가 접수했다.
동의서 내용은 '신천지에게 용도변경을 해주면 다수 신도들이 상가를 이용해 상권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으니 조속히 허락해달라'는 취지다.
서명한 업체 수는 60여개다. 과천 별양동 중심 상가에는 상인회가 모두 4개로 전체 점포 수는 식당과 커피숍, 미용실, 옷가게, 가구점 등 430여개다.
과천 도심의 일부 상가에 신천지에서 제공한 스티커가 붙어 있는 모습. 박창주 기자과거 신천지의 용도변경 시도가 시민들 반대 민원으로 무산돼 온 만큼, 이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천지의 용도변경 신청은 2010년 해당 부동산 소유권 취득 직후부터 지금까지 모두 3차례다.
과천시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첨부서류로 신천지 측에서 용도변경 동의서를 제출했다"며 "시민들이 크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부 여부를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결론 내겠다"고 밝혔다.
동의서 서명 가맹점에는 '스티커' 제공
이 같은 동의서를 확보하기 위해 신천지는 신도들이 해당 업체를 적극 이용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매장에 부착할 가맹점 표시 형태의 스티커를 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신천지 예배당 인근 상가건물 내 일부 식당 등에는 이 스티커가 출입문 등지에 붙어 있다.
검은색 바탕의 스티커에는 토끼와 복주머니 캐릭터 그림, 또 'WE ARE ONE'이라는 노란색 문구가 새겨져 있다. '위아원'은 지난해 7월 신천지가 정식 출범한 청년봉사단의 이름이다.
상인들 중에는 동의서 서명 조건으로 받은 신천지 스티커를 붙였다가, 일부 시민들의 항의를 받아 다시 떼거나 아예 부착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지역 한 상인은 "신천지 신도보다 과천시민들이 훨씬 더 많다"며 "매출 기대감으로 신천지 용도변경 동의서에 일단 사인을 했겠지만, 오히려 일반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어 불안해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신천지가 단체 활동 용도 등으로 사용해 온 시설이 위치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의 한 상가건물. 박창주 기자
CBS노컷뉴스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신천지 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31일 신천지 활동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기독교계,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신천지대책 과천시 범시민연대'는 이번 신천지의 용도변경에 반대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시민 2477명의 서명부와 함께 시 건축과에 제출했다.
범시민연대는 진정서에서 "신천지 측은 그간 '문화집회시설' 명목으로 사용하던 9층을 이젠 아예 대놓고 '종교집회시설'로 용도변경 신청을 하고야 말았다"며 "이미 몰상식적인 포교활동을 해왔던 바, 종교집회시설로 버젓이 용도변경이 돼 공격적 활동을 하게 되면 과천시에 미칠 악영향은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해당 건물의 8층에서 9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천국으로 가는 발걸음'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박창주 기자부동산등기부등본을 보면 용도변경 신청된 층은 신천지 소유로, 면적은 축구장 절반 규모인 3380여㎡다. 문화·집회시설 용도인 이곳에서 종교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시는 이행강제금 부과와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는 등 강경 조치를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