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가 운영한 블로그 사진 캡처제주에서 퇴마를 빙자해 여성 수십 명을 추행하거나 유사강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무속인이 실형을 받았다. 이 무속인은 법정에서 "치료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 범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굿 역시 사기 범죄로 판단했다.
퇴마 빙자해 추행하고 돈 가로채
6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유사강간과 강제추행,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속인 임모(49)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임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함께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 복지기관에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서귀포시에서 신당을 운영하며 무속 행위를 해온 임씨는 2019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여성들을 강제로 추행하거나 유사강간 하는 등 성범죄를 저지르고 복비 1천만여 원을 가로챈 혐의다. 임씨는 피해자들로부터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받고 퇴마를 빙자해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 여성만 20여 명으로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 사이로 다양하다. 피해자들은 주로 지인을 통하거나 인터넷 블로그를 보고 임씨가 운영하는 신당을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의 '약한 고리'를 악용했다. 신당을 찾은 피해자들에게 대뜸 "귀신이 붙어 있다" "쫓아내지 않으면 가족이 죽는다" "귀신을 떼지 않으면 너는 평생 동안 술 따르고 노래방에 나가야 한다" "자녀가 죽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퇴마 의식을 받도록 했다.
임씨가 운영한 블로그 글 캡처임씨는 또 2018년 9월과 지난해 1월 굿을 해준 명목으로 각각 2천만 원과 5천만 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굿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여 부정한 이득을 봤다고 판단했다.
한 피해 여성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처음 신당에 갔을 때 '귀신 190마리가 붙어 있다. 귀신을 없애지 않으면 신랑이 5년 안에 죽는다'고 해서 퇴마의식을 받게 됐다. 처음에는 추행 같은 것은 없었지만, 계속해서 '귀신이 더 많아졌다'라고 말하며 '가스라이팅'을 하며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피해자 절박한 심정 악용"
재판 과정에서 임씨 측은 "돈을 받거나 신체를 접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무속인으로서 퇴마를 위한 치료에 불과해 범행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가령 마사지사가 돈을 받고 마사지를 하거나 의사가 환자에게 진료를 해주고 돈을 받는 행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 쟁점은 임씨의 행위가 전통적인 관습과 종교행위, 무속행위 등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것인지, 추행인지 또는 정상적인 무속행위인지였다.
재판부는 임씨의 행위가 정상적인 무속행위라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퇴마 명목으로 한 행위가 '전통적으로 전해지는 퇴마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무속학 전공 교수 진술이 있다. '어느 문헌에서도 임씨의 행위를 보지도 못했고,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은 또 무속인 협회에 가입돼 있지 않고 퇴마나 굿을 누구한테 배웠는지, 어떻게 배웠는지도 불분명하다. 특히 피고인 스스로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다' '암도 고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피해자의 자궁 근종 사실조차 알지 못했으며, 피해자들이 전혀 치료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고상현 기자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려운 문제와 고민이 있어서 무속행위를 통해서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피해자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추행하고 돈을 가로챘다. 피해자가 수십 명에 달하고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재판에 이르기까지 피해 회복 노력이 없다. 또 피해자가 합의금을 얻으려고 허위로 고소했다고 인격적으로 비난했다. 범행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씨의 범행 사실을 알고도 지인들을 소개해주는 등 방조한 혐의로 함께 법정에 선 A씨는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을 인정하려면 임씨의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데, 자신의 남편을 소개해주는 등 범행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