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암남공원 내 설치된 안내표지판의 영문 표기가 엉망으로 돼 있다는 민원이 여러 건 접수됐다. SNS 캡처부산 서구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암남공원 내 안내표지판에 휴식 시설인 정자(亭子)의 영문 표기를 생식세포 정자를 뜻하는 'sperm'으로 표기한 채 3년 가까이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는 민원이 빗발치자 뒤늦게 정비에 나섰지만 안내판 설치 당시부터 최근 정비까지 공식적인 검수조차 거치지 않는가 하면, 영문 오기가 발생한 경위조차 파악하지 않아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부산 서구청에는 암남공원과 관련한 민원이 여러 차례 접수됐다. 공원 시설 안내판의 영문이 엉터리로 번역돼 외국인 관광객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암남공원 내 정자인 '희망정'은 휴식을 위한 시설물인 정자의 영문명 대신 수컷의 생식세포를 뜻하는 'sperm'으로 번역해 표기돼 있었다. 팽나무를 뜻하는 '포구나무'는 뜬금없이 'a port dance'로 표기하는 등 그야말로 '낯 뜨겁다'는 민원과 불만이 잇따랐다. '제2전망대'의 영문 서수는 '2nd'가 아닌 '2st'로 잘못 표기하기도 했다.
부산 서구 암남공원 내 안내표지판을 보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김혜민 기자암남공원은 부산 송도 앞바다를 보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어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도 즐겨찾는 지역 대표 관광지로 꼽힌다. 하지만 이처럼 황당한 영문 표기 때문에 "유명 관광지인데 민망하고 부끄럽다", "안내도를 보던 영국인 손님이 폭소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확인 결과 해당 안내판은 2020년 서구청이 '혈청소 일원 치유의 숲길 조성사업'을 통해 설치한 시설물이었다. 무려 3년 동안 낯뜨거운 안내판이 버젓이 노출돼 있었지만, 서구청은 민원이 들어오기 전까지 이런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서구청은 부랴부랴 안내판 정비에 나서 지난 2월 영어 번역 오역문 정비 작업을 통해 표지판 정비용 스티커로 해당 영문을 수정했다.
하지만 정비 작업에도 불구하고 '포구나무' 영문에 항구라는 뜻의 'port'를 사용한 부분 등 일부 번역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포구나무는 팽나무의 방언으로 정식 영문은 'East Asian hackberry' 또는 'Chinese hackberry'로 사용된다.
부산 서구청. 김혜민 기자이같은 결과는 구청이 안내판 설치 작업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서구청은 3년 전 안내판 설치 당시는 물론 이번 오역문 정비 과정에서도 공식적인 검수나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3년 전 설치 과정에 오류가 발생한 경위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각종 비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안내판 설치의 경우 외주업체로부터 제공받은 번역문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오역이 발생한 게 아닐까 싶다"면서 "코로나19로 방문객이 적어 번역 오류 발견이 늦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비 사업에 번역 의뢰 등에 대한 예산이 별도로 잡히지 않아 공식적인 검수는 받지 않았고, 구에서 직업 수정했다"고 인정하며 "이번 주 안으로 영문 오기를 곧바로 수정하고, 추후 안내판 설치 시 다른 부서와 협력해 점검하겠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