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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산 '가짜' 행복일지라도…한 여자의 생을 건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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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으로 산 '가짜' 행복일지라도…한 여자의 생을 건 일탈

    결핍마저 돈으로 채우려는 어긋난 시대의 초상
    日원작 '종이달', 동명 K드라마로 재탄생
    "결핍·욕망 애써 외면하려는 자기기만에 방점"

    '종이달' 스틸컷. 지니TV 제공'종이달' 스틸컷. 지니TV 제공엘리트 남편에 경제적 풍요까지, 가정주부 유이화는 겉보기에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산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기적인 남편은 모든 걸 통제하려 든다. 경력 단절 여성 지원 프로그램 덕에 저축은행에 들어가면서 이화는 숨통이 트였다. VIP 고객 관리를 맡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날수록 그 숨통은 넓어졌다. 그렇게 견뎌가던 이화 앞에 대학생 윤민재가 나타난다. 고단한 삶 탓에 반짝이는 빛을 잃어가던 그를 위해, 이화는 고객 돈을 횡령하는 돌이킬 수 없는 여정을 선택한다.

    "가짜 행복을 위해 진짜 인생을 배신했다."

    배우 김서형이 짧게 설명한 이유화 캐릭터다. 7일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지니TV 오리지널 '종이달' 제작발표회 현장에서였다.

    그는 "극중 이화를 연기하면서 주체성, 만능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전형적이면서도 전형적이지 않은 주부인 이화의 일탈 이야기는 점층적으로 변해가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 남다른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10부작 드라마 '종이달'은 일본에서 먼저 영화·드라마로 소개된 현지 동명 소설에 원작을 뒀다. 1990년대 일본 사회 문제를 들춰내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원작은 시간과 공간을 현재 한국 사회로 옮겨왔다.

    연출을 맡은 유종선 감독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일본 작품의 경우 평범한 가정주부가 거액을 횡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탐구해 억압과 욕망을 그렸다면, 한국 '종이달'은 주인공 이화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결핍과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 그리고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자기기만을 그리려 애썼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김서형 역시 "6년 전 동명 원작 영화를 봤는데, 자유와 행복의 가치에 대해 묻는 주체적인 여성 서사로서 계속 마음에 뒀고, 한국 판권 진행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다"며 "돈이 많으면 행복할 거란 착각과 같은 주제는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 왔지만, '난 나를 갖고 싶다'라는 우리 드라마 카피에 맞게끔 주인공의 주체성을 이야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종이달' 포스터. 지니TV 제공'종이달' 포스터. 지니TV 제공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는 '돈'이다. 자기 욕망을 채우고 누군가를 배려하고,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요 수단으로서 돈 말이다. 결국 주인공들은 돈을 통해 각자 지닌 욕망과 결핍의 깊이를 드러낸다.

    이에 따라 이날 제작발표회를 통해 미리 공개된 '종이달' 1화에서도 각 캐릭터에 관한 기본 설명과 더불어 돈이 지닌 위력을 드러내는 데 주력한 분위기다.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회 안에서 지닐 수밖에 없는 상대적 결핍, 그것을 돈으로 지우려는 무모한 시도가 극 안에서 줄을 이은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으리라.

    그 연장선상에서 극중 이화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 윤민재 역의 배우 이시우는 "민재는 이화와의 관계를 사랑으로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민재가 자신을 기만하고 속이려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심플하고 빠르게 효율적으로" 사는 삶을 신봉하는, 이화 남편 최기현으로 분한 배우 공정환도 "기현 캐릭터에게는 아내인 이화 자체가 결핍이자 선망의 대상"이라며 "이러한 자격지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가 기현"이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종이달'의 사건이 '범죄'와 '불륜'으로 쉽게 개념화 될 수 있는 일들이긴 하지만, 시청자들이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한편 그들을 비난하고 비판하도록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응원과 비난의 경계에서 작업한,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캐릭터들에 대한 거리감이 계속 변하게 것을 지켜본 제 자리가 이제 시청자들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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