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강원 강릉 산불로 무너져 내린 한 펜션 모습. 구본호 기자"성수기를 앞두고 시설 전체를 리모델링하고 있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12일 강원 강릉시 경포 해변 인근의 한 펜션. 불과 하루 전까지 손님들이 묵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만 남아 있었다.
진입로부터 채 가시지 않은 매케한 냄새가 진동했고 뒷편으로는 여전히 연기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었다.
지난 11일 오전 산불로 생업이었던 펜션을 화마에 잃은 전모 씨는 급한대로 가족이 있는 평창에서 하루를 머물다 하루 만에 다시 강릉으로 돌아왔다.
산불이 나기 전 이른 새벽 외출을 나갔다가 "(펜션에서)큰 불이 났으니 빨리 와야한다"는 손님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돌아왔지만 이미 건물은 화염에 휩싸인 상태였다.
성수기를 앞두고 새단장을 하던 전씨는 하루 아침에 내려앉은 2층 건물 잔해를 허망한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성수기 전에 펜션 전체 리모델링을 하는 중이었어요. 한꺼번에 하기는 부담스러워 1층은 거의 마무리 된 상태였는데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네요"
건물 잔해 곁에는 불에 타 버린 현금과 형체만 남은 바베큐장, 자전거가 처참함을 더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었다.
12일 오전 강원 강릉 산불로 불에 탄 건물 주변으로 하얀 개 한 마리가 떠돌고 있는 모습. 구본호 기자12일 오전 강원 강릉 산불로 불에 탄 차량. 구본호 기자건너편 또 다른 펜션 밀집 지역에서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 잔해 속에서 주인을 잃은 개 한 마리가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흰 털은 검게 그을렸고 굶주린 듯 잿더미를 뒤지다 주인을 찾아 어디론가 바쁘게 자취를 감췄다.
무너진 한 펜션 근처에는 화마에 미처 옮기지 못한 듯 불에 타 뼈대만 남은 차량들이 당시 산불의 강도를 가늠케 했다.
이번 산불이 휩쓸고 간 곳은 불과 2주 전만 해도 만개한 벚꽃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붐볐던 곳이다.
특히 경포해수욕장과 가까워 여름이면 방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리는 숙박업소 밀집 지역이다.
11일 강원 강릉 산불로 객실 전체가 불에 탄 숙박업소 모습. 구본호 기자하지만 이번 산불로 펜션만 34채가 불에 타면서 성수기를 앞뒀던 업주들은 망연자실한 처지다.
피해를 입은 펜션 주인 진모(59)씨는 "무슨 보험을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민 센터에 가야 되나 당장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1일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의 초기 발화 지점에서 산림청과 소방 등 관계기관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산림청 제공산림과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 감식반 등 전문 조사관들을 투입해 주택과 펜션을 비롯한 건물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조사에 나섰다.
강원도와 산림청, 경찰 등은 최초 산불이 난 지점에서 정확한 산불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산림당국은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인근 전선을 끊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도와 강릉시는 이재민 피해 규모와 현재 임시 거처로 머무르고 있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긴급 지원 등 구호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피해 조사를 최단 기간 내 끝내 이재민들이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에 대한 각계각층의 지원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재민 구호와 소방인력 지원을 위한 긴급구호활동, 급식 지원 등에 나섰다. 통신 3사는 와이파이와 휴대전화 충전부스, 물, 간식 등을 제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으며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피해 조사를 실시해 국비 지원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