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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日 애니도 K팝처럼…" 신카이 마코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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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터뷰]"日 애니도 K팝처럼…" 신카이 마코토의 꿈

    핵심요약

    500만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한 때 스튜디오 지브리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2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애니메이션 최초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전세계에서 인정 받았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하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성장세도 주춤했다. 여전히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은 잘나갔지만 대중적 흥행을 잡으며 전세계에 작품성까지 인정 받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숙원을 풀었다. 21년 만에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가 하면, 흥행 수익만 3억 달러(한화 약 4천억 원)를 훌쩍 넘겼다. 일찍이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손꼽혔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잡은 것이다. 그는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동일본 대지진을 테마로 한 '재난 3부작'을 완성했다.

    '한국 관객 300만 돌파 시 내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달 27일 다시 한국을 찾아 기자들과 만났다. 술 한잔 할 여유가 있으면 좋겠는데 역시나 없다며 웃는 그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당시 관객수 500만 명(5월 4일 기준 519만 명)을 향해 달려갈 때였으니 당연히 스케줄이 바빴으리라. 그럼에도 시간을 내 한국 관객들과 팬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평소 자신의 작품을 사랑한 한국에 대한 그의 '내적 친밀감'을 엿볼 수 있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애니메이션 '덕후' 그 자체다. 3차원 사람보다는 2차원 캐릭터에 더 관심이 많다. 한국 콘텐츠를 즐겨 듣고 보지만 연예인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이유는 그래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는 식민 지배 역사로 얽힌 한국과 일본의 긴장관계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K팝과 K드라마가 전세계에 통하는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역시 세계 보편의 정서 속에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글로벌 문화장벽은 국가를 넘어 허물어지고 있고, 그냥 '좋은 작품'이면 당연히 흥행한다는 논리다.

    '날씨의 아이'부터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그가 10년에 걸쳐 공들여 완성한 '신카이 마코토 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감독과의 일문일답.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네이버 영화 캡처'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네이버 영화 캡처Q 약속대로 내한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소감은

    A 일본에서 12년 전 있었던 재해, 일본 사회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 분들이 즐겁게 이 영화를 잘 봐주실 수 있을까' 생각했고, 자신감이 좀 없었습니다. 불안한 느낌이 있었죠. '너의 이름은.' 같은 경우는 혜성 이야기라 좀 더 알기 쉬운 엔터테인먼트 영화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이럴 줄은 상상을 못했기 때문에 놀라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너의 이름은.' 이상으로 한국의 젊은 분들이 많이 봐주셨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지금은 약간 안심하고 있어요. 이번 한국 방문은 마치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Q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관계는 긴장과 완화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스즈메의 문단속'을 한국 관객들이 사랑한 이유가 무엇일까

    A 2004년 이후에 매번 신작을 낼 때마다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 20년 사이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좋았던 적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와 상관없이 우리들은 매번 한국을 찾아왔고, 한국의 관객 분들과 계속해서 소통을 해왔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이번에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노 재팬'(일본 제품 등을 소비하지 않는 운동)을 지나 '예스 재팬'이 왔다고 볼 수도 있을까

    A '예스 재팬'보다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저항이 전혀 없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일본 분들도 요즘 K팝이나 한국 드라마를 굉장히 많이 듣고, 보고 계시죠. 일본의 것이기 때문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나 '스즈메의 문단속'이 흥행한 게 아니라 재미있는 걸 즐기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라는 상관이 없고요. 한국에서도 K팝을 꼭 한국의 것이란 의미보다는 곡이 좋다거나 가수가 예쁘다거나 그러한 이유에서 즐기고 계시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서로에 대한 문화적 장벽이 정말로 없어졌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Q 한국이든 일본이든 만약 '스즈메의 문단속'을 실사화 한다면 생각한 배우가 있을까

    A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기는 한데, 저는 어느 나라 영화이건 '인간' 배우에게는 그렇게 크게 흥미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관심 있게 생각을 하지 않아요. 아마 배우가 없어도 제가 애니메이션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내서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최근 K팝 아이돌 아이브의 최신 싱글 곡도 날마다 듣고 있는데 멤버들의 이름도 잘 외우지 못해서 모릅니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좋아합니다. 질문에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웃음)

    Q 한국 배우나 감독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은 적도 있나. 혹은 협업하고 싶은 제작자가 있다면

    A 지금까지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협업 제안을 받은 적도 없어서 예정이 없습니다. 다만 저와 함께 계속 같이 일을 하고 있는 프로듀서가 봉준호 감독님과 같이 일한다고 막 자랑을 하더라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를 만드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Q 아까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고 했는데 재미있게 봤던 한국 애니메이션도 있을까

    A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영화제에서 상영되거나 하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한국의 좋은 실사 영화나 드라마는 많이 보았는데요, 각본이 매우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부산행'과 '엑시트'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영상이나 연출도 뛰어나지만 각본이 매우 강력하다고 생각을 했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크게 히트하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각본 개발의 힘이 있는 한국인데 왜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글로벌 히트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는지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아마 제가 공부가 부족해서 한국의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추천도 해주시면 좋을 거 같고, 리스트도 받아서 찾아보고 싶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네이버 영화 캡처'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네이버 영화 캡처Q 빛이나 공간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방식인데 여전히 이런 아날로그 방식을 택한 이유는

    A 전작들과 다른 새로운 방식은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프레임은 50년 동안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영화 '아바타2'에서 최신 기술을 쓰면서 프레임을 더 많이 올리는 걸 보면우리도 변해야 되나 생각을 할 때도 있죠. 다만 그런 시도를 해본 적은 없고, 약간 1차원적이면서도 장인적인, 옛날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이 해오던 방식으로 계속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전개 측면에서는 다른 애니메이션들과 다르게 많은 정보량을 담아내면서도 더 빠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장점이자 단점도 될 수 있죠. 다만 호흡이 빠른 틱톡,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자체가 애니메이션의 라이벌이고 그것에 지지 않고자 합니다.

    Q '재난 3부작'을 완성했는데 혹시 차기작은 어떤 테마가 될까

    A 적어도 최근 10년 정도는 제 발 밑을 바라보며 제가 사는 장소(일본)에 대해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기 인생을 변화시킬 큰 사건을 만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었고요, 제가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굉장히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후 12년 동안 계속해서 저는 그 재해를 생각해 온 것 같습니다.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 '스즈메의 문단속' 모두 동일본 대지진을 생각하면서 그린 영화들이고요. 이런 작품들을 해외에서 많이 봐주시는 것이 굉장히 신기합니다. 계속해서 내면을 바라보는 일은 어쩌면 남들을 보는 것과도 이어질 수 있지 않나 합니다. 다음 작품도 또 재해를 소재로 하면 관객 분들이 질려버리실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테마에 도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차기작 배경으로 한국은 어떨까

    A 이번에 제가 제주도를 처음 가봅니다. 한국의 그런 시골 풍경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영감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항상 말로는 그 장소에서 뭘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것이 직접 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어서요. 이번에 많이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제안을 들으면 '괜찮겠다' 싶으면서도 제가 나고 자란 곳이라 앞으로 일단 무대는 일본으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등장인물은 여러 국적으로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그게 지금 세계의 '리얼리티'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Q '스즈메의 문단속' 경쟁작이었던 '슬램덩크'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A 한중일에서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은 모두 라이벌입니다. '슬램덩크'를 넘어서 물론 기뻤습니다. (웃음) 한국에서는 '슬램덩크'가 먼저 개봉했고, 일본 애니메이션이 재미있다고 관객 분들이 느껴주셔서 우리 작품이 개봉을 했을 때 더 관심을 갖고 많이 봐주신 거 같아요. 그랬기에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잠시 주춤했던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의 새로운 전성기가 온 듯하다

    A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매력을 느껴주시는 것은 너무 행복한 상황입니다. K팝이나 한국 드라마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 하나의 장르로서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죠. 사실은 아시아 애니메이션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세계에서 받길 원합니다. 그러면 더 행복할 거 같아요. 아시아 전체가 애니메이션 장르에 있어서 강한 힘을 갖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애니메이션이 나왔으면 좋겠고,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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