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원 소대. 건축가 알바르 시자. 김용관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30년간 건축물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건축 사진가 김용관이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전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디자인랩 1층 디자인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그동안 촬영한 수천만 장의 건축 사진 중 40여 점을 추렸다.
김용관 작가는 8일 서울 DDP에서 가진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전 기자간담회에서 "불특정 다수 시민이 찾는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인만큼 유명하거나 공적인 건축물을 우선적으로 골랐다. 작가의 시각이 담긴 건축물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유원 소대(건축가 알바르 시자),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김찬중), 비오토피아 수·풍·석뮤지엄, 방주교회(이타미 준), 지평집(조병수), 아모레 퍼시픽 용산 사옥(데이비드 치퍼필드).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건축가 김찬중. 김용관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건축물의 설계자와 용도는 제각각이지만 출품작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작가가 건축물을 풍경의 일부로 해석했다는 것.
경북 군위군의 방대한 수목원 안에 조형 작품처럼 자리 잡은 사유원의 소대를 작가는 자연의 일부로 표현했다. 울릉도 해안가 절경 아래 진주처럼 빛나는 힐링 스테이 코스모스 역시 새벽 동 틀 무렵 하나의 풍경처럼 자리잡았다. 풀숲이 우거진 지평집 담벼락은 산수화를 보는 듯 근사하다.
작가는 "건축 사진은 저의 기록이자 인생이지만 건축가의 고민과 시간을 담아낸 함축적 이미지이기도 하다"며 "건축물을 단순히 피사체가 아니라 자연이나 도시의 관계 속에서 바라보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이타미 준의 건축물 사진은 6점을 배치했다. 작가는 스스로 "인생 사진"으로 꼽는 비오토피아 석뮤지엄에 대한 뒷이야기도 전했다.
비오토피아 석뮤지엄. 건축가 이타미 준. 김용관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2005년 여름, 건축가로부터 의뢰받은 사진을 마무리한 후였죠. 그해 겨울 제주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불현듯 흰 눈밭 위에 무심코 앉혀진 건물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주저 없이 제주도로 날아갔죠.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지고 쌓인 눈을 헤쳐 그 곳에 도착했을 때 상상만 하던 장면을 마주했어요."
건축물을 넘어서 도시의 삶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불 켜진 다세대 주택이 빼곡한 서울 해방촌과 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평창동 고급 주택 풍경이 대비를 이룬다.
서울 해방촌. 사진 김용관.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작가는 "핸드폰 카메라로 누구나 사진을 찍고 보정할 수 있는 시대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진 본연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며 "'한국 여행하는 것 같았다' '한국에 다시 오면 사진 속 장소를 가보고 싶다'는 외국인 관람객의 반응을 듣고 뿌듯했다"고 전했다.
작가는 건축 잡지 '공간'과 '건축과 환경'(현 C3)의 전속 작가로 활동했다. 1999년에는 플라토갤러리(구 로뎅갤러리) 건축 사진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건축가협회(AIA) 건축 사진가상을 받았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 건축 사진 필름 1만여 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건축 잡지 '다큐멘텀'을 창간·발행했고, 덴마크의 세계적인 건축가 비아르케 잉엘스의 첫 작품집을 출판했다. 전시 관람은 무료.
서울 DDP. 건축가 자하 하디드. 서울디자인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