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제공 여로
독특한 세계관으로 MZ세대들의 관심을 받아오던 이묵돌이 여행 에세이 신간을 냈다. 반복되는 일상과 기계적인 마감, 나아지지 않는 경제 형편, 때론 건강까지 위협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짐을 싼 그는 무작정 러시아행을 택하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다.
인터넷 리뷰어로 주목을 받았던 저자는 여러 번의 창업과 실패, 생존의 어둠을 거치며 전업 작가로서의 인생을 지내고 있다. 이 여행 에세이는 그의 가치관과 시선을 버무린 이야기들로 흘러간다. 흔한 여행의 미사여구나 문화적 찬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친 이방의 시베리아 횡단 철길에 몸을 실었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고 사기, 전쟁, 바이러스 감염, 격리, 결항 등 역마살 가득한 경험을 하며 저자는 때론 거친 필체로 때론 자신을 되짚는 깊은 속 이야기로 자신만의 여로(旅路)를 써내려 간다
이묵돌 지음ㅣ김영사ㅣ432쪽ㅣ1만 7800원
현대문학 제공 딩
작가 문진영이 옴니버스 중편 소설을 출간했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아빠와 둘이 살다 서울로 훌쩍 떠난 주인공은 고향 바닷가 마을에 잠시 들르게 된다. 거기서 만난 각자의 이유와 목적이 다른 5명의 사연을 각 장에 옴니버스 형식으로 소개한다.
'딩'은 파도에 부딪혀 생긴 서핑보드의 손상된 부분을 말한다. 서로의 상처를 알고 있지만 저극적으로 개입하는 대신 서로의 곁을 내어준다. "남겨진 사람이 아니라 그냥 여기 있는 사람, 누군가 '나 왔어' 하고 돌아왔을 때 거기 있는 사람, 아무 때나 연락해도 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각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그곳에 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구원하는 이야기다.
"그렇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구원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단번에 일어나는 구원은 시의 일이겠지만, 인간들은 서로를 시도 때도 없이, 볼품없이 구해줄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의 주인공들처럼 서로 '딩'났던 상처들을 보듬어 보자.
문진 지음ㅣ현대문학ㅣ172쪽ㅣ1만 3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