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제공13일(토) 밤 11시 10분 방송될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전남 고흥 바닷마을에서 벌어진 방화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고흥에 있는 한 바닷마을. 어선 수리를 업으로 하는 유 노인이 어느 날 마을에서 사라졌다. 집도 비어 있었다. 그의 오토바이는 밭고랑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도 열흘 넘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실종 13일째 유 노인의 행방이 확인됐다. 뜻밖에도 그는 광주 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얼굴과 가슴, 양팔 등 온몸 30%가량에 위중한 화상을 입어 미라처럼 온몸을 붕대로 감은 채였다.
유 노인 병실에는 다른 동네 주민 장씨가 있었다. 그는 자초지종을 묻는 가족에게 "윷놀이를 하던 중 유 노인의 친한 동생인 황씨가 실수로 난로를 넘어뜨렸고, 유 노인 몸에 불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황씨와 함께 불을 끄려고 노력했지만, 불운한 사고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가족을 찾아온 황씨 또한 난로를 넘어뜨린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간병비를 포함한 치료비용을 부담하겠다며 가족에게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유 노인은 중증화상으로 투병하다가 사고 발생 136일 만인 지난 3월 20일 사망했다. 그런데 장례가 한창이던 때 경찰이 황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지난 1월 경찰에 익명의 첩보가 접수됐다.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해 11월 4일 돈을 건 내기 윷놀이가 벌어졌는데, 연달아 돈을 잃어 화가 난 황씨가 실수로 난로를 넘어뜨린 게 아니라 유 노인을 향해 석유통을 던졌다는 내용이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황씨는 내기 윷놀이를 했던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거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돈을 딴 유 노인이 자신에게 욕을 하자 기분이 나빠 석유통을 던진 것은 맞지만, 빈 석유통인 줄 알고 던졌을 뿐 휘발유가 튀었을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후 자신은 그저 담뱃불을 붙이기 위해 라이터를 켰을 뿐인데, 30㎝ 정도 거리에 있던 유 노인 몸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경찰에 방화 살인 혐의로 체포됐던 황씨는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마을 사랑방으로 불렸던 컨테이너 안에서 일어난 이 화재 사건을 풀 열쇠는 그날 이 안에 있었던 사람들 진술뿐이다. CCTV 등 별다른 단서가 없었던 탓이다. 유 노인과 황씨를 제외하면 그날 컨테이너 안에 있던 사람은 전부 4명이다.
제작진은 "우리가 만난 세 사람은 황씨 말이 사실이라거나 화재 당시 정확한 상황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며 "몇몇은 우리의 취재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전했다.
이어 "남은 목격자는 그날 사건 이후 자취를 감췄다는 농아인(聾啞人) 서씨를 수소문 끝에 만나게 됐는데, 수어통역사를 대동해 만난 그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며 "'밤에 오토바이를 타러 가는 유 노인을 황씨가 붙잡아 데리고 와서 머리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 서씨 증언"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서씨는 화가 나 빈 석유통을 던졌고, 우연히 담뱃불에 불이 옮겨 붙었다는 황씨의 주장과 달리, 황씨가 유 노인 머리에 기름을 두르듯 직접 뿌렸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서씨는 황씨가 30㎝ 거리에서 담뱃불을 붙인 것이 아니라 유 노인 몸에 라이터 불을 갖다 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이번 방송에서는 사건이 있었던 컨테이너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황씨 주장대로 빈 석유통에서 튄 휘발유에 라이터 불이 붙을 수 있는지 실험을 통해 검증한다"며 "유 노인의 몸에 남은 화상 흔적과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실화(失火)와 방화(放火) 사이 진실을 추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