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과 브리트니 아베크롬비. 한국배구연맹행운의 여신은 과연 어느 팀을 향해 미소를 지었을까. 1순위는 IBK기업은행이었지만 막차로 뽑힌 한국도로공사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4년 만에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2023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13일(한국 시간) 마무리됐다. 새 얼굴 4명과 V-리그 경험이 있는 3명이 다음 시즌 V-리그에서 뛰게 됐다.
드래프트 순서는 지난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7위 페퍼저축은행(구슬 35개), 6위 IBK기업은행(30개), 5위 GS칼텍스(25개), 4위 KGC인삼공사(20개), 3위 현대건설(15개), 2위 흥국생명(10개), 1위 한국도로공사(5개)에 구슬이 배분돼 뽑는 방식으로 정해졌다. 초청 선수 34명, 기존 선수 4명 등 38명이 대상이었다. 전날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6·보스니아/세르비아·1m96)와 재계약한 흥국생명을 빼고 6개 구단이 37명 중 1명씩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추첨 결과 IBK기업은행, 페퍼저축은행, 흥국생명, KGC인삼공사, 현대건설, GS칼텍스, 한국도로공사 순으로 선택할 순서가 결정됐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의 선택은 브리트니 아베크롬비(28·미국/푸에르토리코·1m91)였다. 아베크롬비는 트라이아웃 기간 2번의 평가전에 나서지 않았다. 구단 일정을 소화한 뒤 현지 시각으로 드래프트 당일인 이날 새벽 이스탄불에 도착해 곧바로 평가전을 소화했다. 김 감독의 과감한 결정에 다른 구단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먼저 구슬이 뽑히자 크게 웃으며 기뻐했다. 그는 "트라이아웃 오기 전부터 뽑을 생각을 했다"며 "영상은 계속해서 봤다"고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화려하고 파워가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저희 팀에 맞춰서 뽑았다"고 덧붙였다.
공격 폭이 넓고 왼손잡이라는 장점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스피드 배구를 해야 하는 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선수라는 이유도 있다. 김 감독은 "키 큰 선수를 뽑을 수도 있었지만 우리 세터와 잘 맞출 수 있는 선수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아베크롬비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선택받게 돼 기분이 너무 좋고, 한국에서 뛸 것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V-리그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아서 부담도 있고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페퍼저축은행 아헨 킴 감독과 야스민 베다르트. 한국배구연맹페퍼저축은행 아헨 킴 감독은 야스민 베다르트(27·미국/이스라엘·1m93)를 지명했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서 허리 부상 뒤 시즌 아웃돼 회복 중이지만 과감히 승부를 걸었다. 야스민은 이번 트라이아웃 기간 평가전은 나서지 않고 간단히 몸만 풀었다.
킴 감독은 "3년 차로 들어가는 어린 구단에 V-리그 베테랑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야스민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서 베테랑으로 분류되는 게 흔한 일이 아니다"면서 "2년차까지 뛴 외국인 선수는 있지만 3년차를 뛴 선수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상 리스크에 대해서는 "누구를 선택해도 리스크가 있는 건 똑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상도 6개월이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야스민은 베테랑 프로 선수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스민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는 "허리 부상을 당하고 회복될 것을 알게 된 후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V-리그 3년차지만 첫 시즌에는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됐고, 지난 시즌은 허리 부상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꼭 풀 시즌을 소화하겠다는 각오다. 몸 상태에 대해서는 "척추는 완전히 회복했고 힘을 끌어 올리는 중"이라며 "오는 8월 1일 팀 합류 전까지는 몸 상태가 올라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GC인삼공사 고희진 감독은 지오바나 밀라나(25·미국·1m86)를 지목했다. 그러자 드래프트에 참여한 외국인 선수들이 환호와 박수로 축하했다. 이어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지난 시즌 GS칼텍스에서 뛴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30·카메룬·1m84)의 이름을 불렀다. 전날 모마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지젤 실바(32·쿠바/아제르바이잔·1m91)를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트라이아웃 기간 내내 호평을 받은 반야 부키리치(24·세르비아·1m98)를 지목했다. 이번 드래프트에 나선 선수 중 신장이 가장 큰 부키리치는 예전 GS칼텍스에서 활약했던 메레타 러츠(미국)와 비슷한 경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생각했던 선수가 남아 있었고 마지막이었지만 아주 만족한다"면서 "공격력보다는 좀 길게 봤다. 당장 이번 시즌이 아닌 다음 시즌까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높이가 강점"이라면서 "블로킹, 공격 때도 다른 선수보다 굉장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뽑힐 것은 예상했지만 가장 마지막에 선택을 받은 부키리치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했다. 그는 "긴장도 됐고 기쁘기도 했고, 모든 감정을 다 느낀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부키리치는 "지난 12월에 시즌이 끝났다"며 "(트라이아웃 평가전 때)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고 공격할 때 각도를 많이 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V-리그 도전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반야 부키리치. 한국배구연맹이하 감독 및 선수 인터뷰 일문일답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언제부터 뽑을 생각을 했나?
트라이아웃 오기 전부터 뽑을 생각을 했다. 영상은 계속해서 봤다. 작년 대표팀에서 뛴 것과 이번 시즌 튀르키예에서 뛴 것, 마지막에 푸에르토리코에서 5경기 한 것도 계속 체크했다. 화려하고 파워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우리 팀에 맞춰서 뽑았다.
-어떤 부분을 기대하나?
피지컬은 그렇게 좋은 선수가 아니다. 대신 공격 폭이 넓고 왼손잡이라서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다. 그 부분을 높이 샀다. 4번 자리에 갔을 때 블로킹과 공격할 수 있는가를 많이 봤는데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세터들과 호흡은 괜찮다고 생각하나?
김하경도 그렇고 폰푼도 그렇고, 우리 플레이가 어차피 스피드 배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거기 역점을 두고 선수를 봤다. 키 큰 선수 뽑아서 할 수 있었지만 우리 세터들과 잘 맞출 수 있는 선수를 뽑았다.
■페퍼저축은행 아헨 킴 감독-야스민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처럼 3년차로 들어가는 어린 구단에 V-리그 베테랑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미 증명된 선수이지만 그런 의존도까지 책임질 수 있고, 키와 실력이 증명된 것 말고도 이 선수가 베테랑으로 선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서 베테랑 분류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가 2년차까지 뛰는 경우는 있지만 3년차까지 뛴 선수는 많지 않다.
-부상 회복 리스크가 있는데?
누구를 선택해도 리스크가 있는 건 똑 같다. 어제 구단과 선수 인터뷰 시간에 어디서 재활했는지 질문했는데 미국 LA에서 유명한, 믿음직한 곳에서 재활하고 있다고 했다. 부상도 6개월이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야스민은 베테랑 프로 선수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프로 마인드가 있는 것을 알기에 선택했다.
■KGC인삼공사 고희진 감독-선수를 선택한 이유?
기량 등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1순위로 놓고 생각했는데 우리 순위에서 뽑아서 기쁘다. 리시브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한국에서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충분히 자기 역할 할 것으로 본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구슬 운이 따라 주지 않았는데 만족하나?
구슬은 순번이 밀려서 조금 아쉽다, 아시아 쿼터도 그렇고 서운하지만 제가 원한 선수 뽑을 수 있어서 우리 팀 입장에선 천만다행이다.
-어떤 부분에 주목했나?
서브는 굉장히 좋고 수비가 됐을 때 점수를 낼 2단 공격 능력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리스 리그에서 지역 1위도 했고 모든 부분에서 전체적으로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 경험도 많고, 선택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모마와 재계약하지 않았는데?
모마는 우리가 못해서 놓았다기보다는 이번 시즌 끝나고 모마와 2시즌을 하면서 저에게는 팀에 변화가 필요했다. 같은 배구를 반복하면, 상대 분석도 끝난 상황이다. 저도 그렇고 팀도 그렇고 색깔 변화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모마가 못 했다기보다는 저에게는 분명히 변화가 필요했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모마를 선택한 이유?
어떻게 보면 구슬을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리그를 같이 했고 상대 입장에서도 검증이 됐다. 다른 한두 명이 욕심났는데 볼 시간이 없었다. 리그에서도 득점 성공률 봤을 때 공격력은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라 안정성 있고 모든 것 참고해서 우리 팀에 어울리는 선수로 선택했다.
-야스민 부상으로 건강한 몸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듯한데?
야스민이 온다면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중간중간 부상이 있었다. 그게 생각났다. 모마는 2시즌 하면서 쉰 건 한번인가로 기억한다. 그것도 고려됐고 서브 강점도 있었다. 솔직히 구슬이란 게 운이 따르면 첫 번째도 나올 수 있겠지만 야스민도 고민했고 반야 부키리치도 고민했는데 많은 시간이 없어서 모마로 결정했다. 모마도 1~2순위 안에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낮은 순번인데 원하는 선수가 나왔나?
그렇다. 생각했던 선수가 남아 있었고 마지막이지만 아주 만족한다. 공격력보다는 좀 길게 봤다. 당장 이번 시즌 아닌 다음 시즌까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높은 것 같아서 선택했다.
-또 다른 장점은 뭐였나?
일단 높이가 강점이다. 블로킹도, 공격도 다른 선수보다 굉장히 높았다. 대신 아직까지 테크닉적인 부분은 훈련하면서 충분히 맞춰갈 부분 있는 것 같다. 한국 리그가 본인에게 쉽진 않을 것이다. 디펜스가 좋은 리그라서 그만큼 파워도 길러야 하고 해야 할 부분은 많아 보였다.
■IBK기업은행 브리트니 아베크롬비-1순위 소감?
선택받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 한국 가서 뛸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실력을 보여줄 시간이 짧았는데 걱정은 없었나?
당연히 많이 걱정됐다. 비디오도 사전에 많이 보여준 것 같다. 그래도 현장에 와서 실력을 보여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드래프트 대상자가 되려면 참석해야 된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챔피언 결정전 최종전 마무리를 하고 오게 됐다.
-한국이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데, 자신 있나?
새로운 도전이고 준비는 돼 있다. 빨리 체력을 키워 준비하려고 한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아서 부담도 있고 책임감 있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페퍼저축은행 야스민 베다르트-3번째 도전 소감은?
허리 부상을 당하고 회복이 될 것이란 것을 알게 된 이후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3년차인데 1년차는 코로나19로 중단됐고 2년차는 허리 부상으로 마무리를 못했다. 이번에는 꼭 돌아가서 전체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페퍼저축은행을 어떤 팀으로 기억하나?
항상 발전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처음 상대할 때부터 마지막 상대할 때까지 꾸준히 성장한 팀이다. 훈련하면서 점점 좋아지는 팀이다. 가서 팀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척추 관련해서는 회복을 완전히 했고 힘이랑 그런 것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체적 타임라인 봤을 때, 합류 시점까지 몸이 올라와 있을 듯하다. 8월까지 2개월 동안 많이 올라와 있을 것이다.
■KGC인삼공사 지오바나 밀라나-뽑힌 소감은?
너무 영광이다. 웃어야 하는 건지 울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꿈꾸는 것 같다. 앞으로 며칠간 영광스러움을 잘 받아들이겠다.
-뽑힐 때 박수가 많이 나오던데 아는 선수가 많았나?
여기 전부터 알고 있는 선수 많이 있었다. 트라이아웃 와서도 새로운 친구 많이 사귀었다. 좋은 배구 선수를 알게 돼 트라이아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GS칼텍스 지젤 실바-소감은?
매우 놀랐지만 매우 행복하고 좋다. 영어가 잘 안 돼 서 짧게 이야기하겠다.
-뽑히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나?
안 뽑힐 줄 알았다. 전혀 기대를 안 했다. 시즌도 마무리한 지 한 달이 지났고 트라이아웃에서 최선의 컨디션을 보여줄 상태가 아니어서 뽑힐 상태는 아니었다.
-자신의 장점은?
첫 번째는 서브고 두 번째는 공격이다.
■한국도로공사 반야 부키리치
-마지막에 뽑힌 소감은?
긴장도 되고 기쁘기도 했다. 모든 감정을 다 느낀 것 같다.
-뽑힐 것 예상했나?
예상하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50대 50이었다.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얼마만큼 보여줬나?
지난 12월에 시즌이 끝났다. 훈련을 했다가 말았다가 하는 상황이었다. 졸업도 병행해야 해서 최선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공격할 때 각을 많이 내지 못했다. (V-리그에서는) 최고의 컨디션 만들어서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흥국생명 옐레나 므라제노비치
흥국생명에서 다시 뛰게 되어 기쁘다. 흥국생명 팀원들은 가족 같은 존재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또한, 코트에서 엄청난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대된다. 앞으로도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