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올린 여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한국배구연맹내정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3일 안에 한 시즌 동안 팀의 공격을 책임질 외국인 주포를 뽑아야 한다.
4년 만에 진행되는 프로배구 여자부 외국인 선수 대면 트라이아웃. 한국배구연맹(KOVO)은 11일 오후(한국 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 하산 도안 스포르 콤플렉시에서 열린 평가전을 시작으로 3일간의 트라이아웃 일정에 돌입했다.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 밝은 표정의 선수들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며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어 현지에서 투입된 세터가 공을 올려주면 선수들이 스파이크를 때렸다. 강력한 스파이크가 터지면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었고, 빗맞거나 원하는 공격이 나오지 않으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난 시즌 V-리그 현대건설에서 활약했지만 허리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던 야스민 베다르트(27·미국·1m93)도 재도전에 나섰다. 다만 수술 뒤 아직 회복되지 않아 공을 때리진 않고 몸을 푸는 데 집중했다.
트라이아웃 일정 첫날 초청 선수 40명 중 31명이 참가했다. 구단의 선호도가 높았던 세리단 앳킨슨(27·미국·1m96), 헬렌 루소(32·벨기에·1m88), 인드레 소로카이테(35·이탈리아/리투아니아·1m86) 등 5명은 소속팀 사정으로 불참했다. 3명은 2일차, 1명을 3일차 드래프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5명씩 6개 조로 나뉘어 평가전이 시작되자 선수들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리베로 없이 실전처럼 진행된 평가전에서 선수들은 처음 만났지만 마치 오래된 팀원처럼 서로 격려했다.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는 박수로 칭찬했고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여자부 7개 구단 관계자들도 유심히 선수들을 관찰했다. 스마트폰으로 경기 영상을 찍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기량을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진행한 비대면 트라이아웃과 달리 관계자들의 눈빛은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일꾼을 직접 보고 뽑겠다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감독들 대부분은 코트로 내려와 최대한 선수들 곁에서 관찰했다. 미리 찍어둔 선수가 스파이크를 할 때는 시선이 따라갔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2층 높은 곳에서 선수들을 살폈다. 페퍼저축은행 아헨 킴 감독도 코트 제일 뒤에서 코칭스태프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 명단을 보며 필기까지 하는 열정을 보였다.
V-리그에 첫 도전장을 낸 나스야 드미트로바(31·불가리아·1m90)는 강한 스파이크와 연타를 섞어가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샤론 쳅춤나(25·케냐·1m86)도 선수들 사이에서 펄쩍 뛰어올라 강타를 때렸다. 키는 작지만 점프력이 좋은 미카야 화이트(27·미국·1m83)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반대로 신장이 큰 반야 부키리치(24·세르비아·1m98)는 높은 타점에서 손쉽게 공격을 퍼부었고 캐시 윌리엄스(24·미국·1m83)는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강서브를 구사했다.
선수들을 지켜본 감독들은 말을 아꼈다. 속내를 확실하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특정 선수는 여러 감독 입에 오르내렸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비대면과 대면 트라이아웃에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면 영상은 시즌 중이라 선수의 컨디션이 좋고, 잘하는 상태지만 지금은 리그가 끝나고 와서 몸이 100%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눈으로 직접 보는 장점이 있지만 선수들 몸 상태는 아쉽다는 평가였다. 도로공사 김 감독은 "오늘 준비가 덜 된 게 보여서 파악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V-리그 외국인 선수 레전드 마델라이네 몬타뇨(콜롬비아)도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지켜봤다. 유럽에 머물지만 격려 차원에서 튀르키예에서 열린 현장을 방문했다. 몬타뇨는 2009시즌부터 2012년까지 KGC인삼공사에서 3시즌을 뛰며 2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이날 메디컬 테스트까지 마친 선수들은 12일 평가전 뒤 감독들과 면담한다. 13일 마지막 평가전 뒤 최종 드래프트로 V-리그에서 뛸 선수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