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준법투쟁을 선언한 간호사들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인근에서 간호법 거부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간호사들이 준법투쟁과 대규모 집회에 나선 가운데 일선 병원에서 의료 공백 등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준법투쟁 범위와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간호사의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의료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준법투쟁·대규모 집회…일선 병원 '정상 운영'
수원지역 대학병원 진료 대기실. 이준석 기자대한간호협회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대회'가 열린 19일 오전 11시 경기도 수원시 한 대학병원 외래진료 대기실에는 환자들이 번호표를 뽑고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자는 모두 30여명. 3~5분에 1명씩 대기인원이 줄었다.
진료를 받고 병원을 빠져나가던 김모(34)씨는 "간호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뉴스를 보고 진료를 받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며 "진료 이후 처방전 출력과 다음 진료 안내도 문제 없이 받았다"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지난 18일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의사 지시에 따라 불법적으로 해 온 대리 처방이나 대리 수술, 채혈, 초음파 검사 등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큰 혼란은 없었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간호사들로부터 준법투쟁에 대한 내용은 전달받지 못했다"라며 "집회에 참여한 일부 간호사를 제외하면 평소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1차 진료기관인 동네 병원에도 우려됐던 의료 공백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원시 권선구에서 내과를 운영 중인 A씨는 "우리 병원에는 5명의 간호사와 8명의 간호조무사가 근무 중인데, 집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간호사 1명이 연차를 냈다"며 "1명 분의 공백은 다른 간호사와 조무사들이 충분히 메꿀 수 있어 문제 없이 진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탄 집회에 경기지역 간호사 3천명 참여…"수위 높일 것"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준법투쟁을 선언한 간호사들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인근에서 간호법 거부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경기도간호사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대회'에 경기지역 간호사 3천여명이 참석했다.
도내 간호사는 모두 3만7천여명으로, 집회 참석자는 전체 인원의 10% 수준이다.
집회는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따른 간호계의 집단 반발차원에서 열렸다.
간호협회는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가 간호법 반대단체의 허위주장을 근거로 거부권을 건의했다. 간호법의 진실은 감춰지고 거짓에 기반해 국가 중대사가 결정되고 말았다"며 " 명백한 사실관계를 조작해 5천만 국민을 우롱하고, 62만 간호인들에게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저항할 것을 선언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보다 나은 간호 돌봄을 누릴 권리를 박탈당한 5천만 국민들께서도 무엇이 진실인지 분명히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간호협회는 대통령이 계속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기간호사회 김미아 사무처장은 "환자들이 정상적인 진료·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준법투쟁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가 간호사들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한다면 진료 거부, 대규모 집단 행동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