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의 차남 전재용(58)씨. 연합뉴스 전두환씨의 차남 전재용(58)씨가 '가짜 위임장'을 이용해 억대의 배당금을 수년 간 챙긴 의혹이 제기됐다.
22일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27)씨가 IT보안업체 '웨어밸리'로부터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전우원씨는 2015년과 2019년, 2020년, 2021년 각각 웨어밸리에 자신의 배당금을 부친인 전재용씨에게 양도할 것이라는 위임장을 제출했다.
웨어밸리는 전재용씨가 대표를 지내다가 전두환씨 청와대 비서관과 제1부속실장 등을 지낸 손삼수씨가 현재 대표로 있는 회사다. 손씨는 '전두환의 그림자'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전두환씨의 최측근이다.
각 해마다 위임장이 제출됐는데, 2015년과 2019년 위임장에는 '서명' 부분에 전재용씨가 대리 서명을 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전우원씨가 직접 서명·날인한 것으로 돼 있다.
전우원씨가 웨어밸리로부터 받은 2021년 4월 7일 위임장. 전우원씨는 해당 문서에 날인과 서명을 하지 않았으며, 위임장의 존재도 몰랐다고 한다. 문제는 전우원씨는 해당 문서에 서명은커녕 배당금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전씨는 2015년 군복무 중이었으며, 2020년과 2021년에는 미국에서 유학 생활 중이었다.
전우원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위임장에 사인을 한 적이 없고, 배당금이 나온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웨어밸리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총 24억 원. 전재용씨가 '황제노역'을 마치고 출소한 이듬해인 2020년부터 3년 동안에만 19억 원을 지급하는 등 집중적으로 배당금이 나왔다.
전우원씨의 지분은 7%로, 원래 받았어야 할 배당금 1억 6800만 원은 고스란히 전재용씨에게 흘러 갔다.
전재용씨 장남 전우성씨 역시 웨어밸리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다. 전재용씨가 유사한 방법으로 배당금을 가져갔다면, 최대 2억 7천만원 이상을 받은 셈이다.
웨어밸리는 전우원씨가 주주명부 등 열람 및 등사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답변서에서 "전우원씨의 군복무나 해외 거주로 인해 현금 배당금을 전재용씨가 수취하도록 위임하는 내용의 전우원 명의 위임장을 제출했다"며 "그 간의 경위로 보아 전재용이 전우원 보유 지분의 실제 소유자라고 생각할 수밖어 없어 위임장의 내용을 신뢰했다"고 배당금 지급 경위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당장 제기되는 문제는 사문서 위조 의혹이다. 전우원씨도 모르게 만들어지고 제출된 위임장을 전재용씨가 위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변호사는 "자신의 서명과 날인이 무단으로 사용된 문서가 법인에 제출돼 배당금이 지급된 것은 명백한 사문서 위조"라며 "비상장법인의 경우, 주주명부 관리가 꼼꼼히 되지 않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김경율 회계사는 "타인의 명의로 배당금을 받게 하고 실제 돈은 자신이 챙겨가는 상황"이라며 "매우 전형적인 조세포탈범죄"라고 말했다.
전재용씨는 CBS노컷뉴스에 "전우원씨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전우원씨의 거짓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편집해 편파적으로 보도했다. 더 이상의 인터뷰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