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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협 '준법투쟁' 닷새 간 불법진료 1만 2천여 건 신고 접수

보건/의료

    간협 '준법투쟁' 닷새 간 불법진료 1만 2천여 건 신고 접수

    개시 첫날 접속 폭주로 서버 다운…간호사들 "나밖에 할 사람 없다"
    종합병원(41%) > 상종병원(36%)…"PA外 일반 간호사도 내몰려"
    검체 채취 등 검사(6932건)가 최다…업무지시 주체 44%는 과 교수
    PA-간호법 관련성 부인한 정부에 반박…"시범사업 의미 스스로 부정"
    향후 신고 관련 수사기관·권익위 조치 검토…"합법적 연가투쟁 지속"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제1부회장이 24일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불법진료 신고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대한간호협회 탁영란 제1부회장이 24일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불법진료 신고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운영 중인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일선 의료기관에서 벌어진 불법 의료행위가 1만 2천여 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간협은 재의요구 직후인 지난 17일부터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의 '준법 투쟁'을 골자로 한 단체행동을 이어오고 있다. PA 간호사는 간호사 본연의 업무가 아닌 처방·시술 등 의사업무 일부를 관행적으로 대리해온 음성적 직군이다. 간협은 이들에게 이같은 업무 지시를 거부할 것과 함께 본인이 직접 연루됐거나 목격한 불법진료 행위를 신고해 달라고 독려해 왔다.

    종합병원 신고 '최다'…"PA 아닌 일반 간호사들도 내몰려"

     
    불법진료 신고센터 신고현황. 대한간호협회 제공불법진료 신고센터 신고현황. 대한간호협회 제공
    간협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현황 등 준법투쟁 1차 진행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간협은 지난 18일부터 개시한 온라인 센터를 통해 협회 회원인 간호사들뿐 아니라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의료기관 내 불법진료 행위 신고를 받아왔다. 총 24가지 종류가 담긴 '간호사가 수행 시 불법인 업무 리스트'도 배포했다.
     
    고질적인 '의사 수 부족'으로 전공의(레지던트)가 해야 할 업무가 PA 간호사들에게 전가됐고, 이들이 업무범위 밖의 일까지 도맡으며 법적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 당정이 좌초시킨 간호법의 핵심은 정부가 주장하는 '간호사 처우 개선'보다는 이렇게 혼재된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하는 데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기도 하다.
     
    센터 운영이 시작된 당일 오후 4시 20분부터 전날 오후 4시까지 닷새 동안 불법진료 신고센터에는 총 1만 2189건의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만 하루 만에 8천 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는데, 특히 18일엔 개시 1시간 반 만에 접속 폭주로 인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상세 내역을 살펴본 결과, 가장 많은 신고가 들어온 의료기관은 '종합병원(41.4%·5046건)'이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35.7%(4352건) △병원(전문병원 포함) 19%(2316건) △기타(의원·보건소 등) 3.9%(475건) 등으로 집계됐다.

     
    대한간호협회 제공대한간호협회 제공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보통 (정부가 지정하는) 상급종합병원, 국·공립 대학병원이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는) 수련병원이기 때문에 거기서 가장 많은 신고가 들어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은 일반 종합병원에서 신고가 많이 들어왔다는 건, 꼭 전공의를 대체하는 PA뿐 아니라 일반 간호사들이 평상시에 이러한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단순한 제 느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협회에 일반 간호사들이 '우리는 간호사인데, 이런 일까지 해야 되나'란 사이버 민원을 많이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다.
     
    허가병상 수 기준으로는 '500병상~1천병상 미만' 병원이 28.6%(3486건)로 최다였고, '1천병상 이상'이 21.6%(2632건)로 2순위였다. 500병상 이상 규모의 대형병원이 전체 신고의 절반을 넘는 셈(50.2%·6118건)이다.
     
    이밖에 △200병상~300병상 미만 14.3%(1744건) △100병상~200병상 미만 11.4%(1390건) △100병상 미만 10.5%(1280건) △300병상~400병상 미만 7.6%(926건) △400병상~500병상 미만 6%(731건) 순으로 나타났다.

    인턴 교육에 '환자 사망선언'까지…"이 일 할 사람, 나밖에 없다"

     
    24일 대한간호협회 대표단이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의 PPT 발표를 지켜보며 '간호법'이 적힌 피켓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 이은지 기자24일 대한간호협회 대표단이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의 PPT 발표를 지켜보며 '간호법'이 적힌 피켓을 들고 앉아 있는 모습. 이은지 기자
    불법진료 행위를 지시한 주체는 '교수(44.2%·4078건)'라고 응답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전공의(24.5%·2261건)와 △기타(수간호사·선임간호사 등 간호부 관리자, 의료기관장 등) 19.5%(1799건) △전임의(펠로우) 11.8%(1089건) 등도 거론됐다.
     
    실제 이뤄진 불법진료 유형(복수 응답)은 검체 채취·천자 등의 '검사(6932건)'가 가장 많았다. 채혈과 혈액 배양검사, 동맥혈 채취, 뇌척수액·골수 천자 등을 아우르는 항목이다.
     
    대리처방·대리기록을 이르는 '처방 및 기록(6876건)'이 그 뒤를 바짝 좇았다. 의약품 처방 및 처치, 검사처방은 물론 진료기록 작성, 오(誤)입력에 대한 수정, 검사 및 판독 의뢰 작성, 협진의뢰 및 진단서·전원의뢰서 작성, 검사·수술동의서 작성, 수술·마취 기록 등이 포함된다.
     
    흔히 '콧줄'로 불리는 엘튜브(L-tube) 및 티튜브(T-tube) 교환, 기관 삽관 등 '튜브 관리(2764건)', 봉합·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등 '치료·처치 및 검사(2112건)', 대리수술·수술 수가 입력·수술부위 봉합·수술보조(1·2번째 어시스트) 등 '수술(1703건)', '약물 관리(항암제 조제·389건)'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최 정책전문위원은 "신고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전화가 굉장히 많이 왔다. '대리처방·대리기록 등 다른 건 다 이해를 하겠는데, 채혈이 왜 불법인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법 제2조에 간호사의 업무는 '진료의 보조'라 되어 있지만, 그 보조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명시돼있지 않다"며 "정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일반적 채혈은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명확하게 채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임상병리사다. 현장에서도 교수 등이 '진료 보조니까 합법'이라 하면서 간호사들에게 계속 압박을 가한다는 민원도 있다"고 부연했다.
     
    자발적 신고에 나선 간호사들은 '불법인지 알면서도' 해당 행위를 수행한 이유로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31.7%·2925건)"를 첫 손에 꼽았다. 간협은 이 역시 '위력 관계(28.7%·2648건)'나 '고용 위협(18.8%·1735건)'이 앞설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다른 결과라고 밝혔다.
     
    "환자를 위해서", "관습이라서", "피고용인 지위 때문에" 등을 적은 '기타(20.8%·1919건)'도 5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협회에서 제시한 항목 외에도 △중심정맥관 관리 △심전도(EKG) △내시경 시술(조직검사의 검체 채취 등) △벤틸레이터(인공호흡기) 조작 △원무과에서 약 판매 △수술부위 소독 △배액관 제거 등이 신고됐다. 아직 업무가 익숙지 않은 인턴·레지던트 교육을 떠맡기곤 이들이 실수를 할 경우 간호사에게 경위를 묻고 따지는가 하면 사망환자의 '사망 선언'을 한 사례도 있었다.

    향후 신고, 수사기관·권익위 조치 검토…"연가투쟁도 지속"


     
    대한간호협회 제공대한간호협회 제공
    일부 의료기관에선 준법투쟁 이후 간호사들에게 단체행동에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하거나 불법진료 거부에 따른 일방적 부서변동 등의 피해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고 간협은 전했다.
     
    간협 탁영란 제1부회장은 "간협은 전국 1800여 개 의료기관장과 간호부서장에게 공식 문서로 간호사 준법투쟁 취지를 알리고 이와 관련해 현장 간호사에게 어떠한 불이익 또는 부당한 대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한 추후 불법진료 직접지시나 목격 관련 신고에 대해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통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신고를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실명신고를 받는 방법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탁 부회장은 "환자 곁을 끝까지 지킨다는 원칙에 따라, 간호사 면허를 활용한 합법적인 연차 파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간호사 면허증 반납운동도 보다 활발하게 전개하겠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간호사들에게 면허증을 반납하고 환자를 간호하지 말라는 의미와 다름없다. 간호사를 무시하고 사지로 내모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한편, 간협은 지난 22일 밤 'PA 문제 해결과 간호법은 무관하다'며 간호법을 제정해도 현장 상황이 달라질 건 없다고 밝힌 복지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협회가 규정한 불법업무 리스트를 모두 불법으로 단정지을 순 없다며, 간호사의 불법진료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돼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어처구니없는 모순"이란 반응이다.
     
    탁 부회장은 "불법업무 리스트는 복지부가 수행하고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충분히 숙의된 2021년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관련 1차 연구를 토대로 작성됐다"며 "복지부 주장대로라면 현장에서 진료 보조 행위를 한 간호사가 개별적 상황에 따라 기소대상이 되고 본인이 직접 법원에서 유·무죄를 가려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한 시범사업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위원도 "연구사업은 발주를 누가 했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연구진의 개별적 생각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이제 와 발뺌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법 반대 근거로 '타 직역 업무영역 침해 가능성'을 언급했던 정부가 지금은 "간호법 상 간호사 업무는 현 의료법과 동일하다"며 법안 제정으로 PA 문제가 개선될 건 없다고 밝힌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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