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탈당 뒤 무소속이 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연합뉴스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금품수수 사건, 이른바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증거인멸' 정황에 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안이 중대하고 조직적 증거인멸이 이뤄지고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당사자들은 답을 정해놓은 '정치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지난 24일 윤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증거인멸 정황을 기재, 구속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휴대전화를 바꿔 이른바 '깡통폰'을 제출하고 한국수자원공사 전 상임감사위원인 강래구씨와 압수수색 전부터 수차례 통화하면서 말맞추기 시도를 했다는 주장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이성만 의원도 몇 달 전 휴대전화를 바꿔 문자 메시지나 통화 기록 등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혹의 최대 수혜자이자 '정점'으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 또한 파리로 출국한 뒤 국내에서 쓰던 휴대전화를 현지에서 폐기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대학이 제공한 휴대전화를 사용한 뒤 반납했고, 지난달 24일 귀국한 뒤에는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검찰에 제출했다.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관계자들도 증거인멸 혐의에 연루됐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먹사연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PC 하드디스크가 포맷·교체된 사실을 발견하고 먹사연 회계 담당 직원 박모씨 등 직원 2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강씨를 상대로 두 번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끝에 신병을 확보했다. 1차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달 법원은 강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특히 법원은 "강씨가 영향을 줄 정도로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장차 증거를 인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이후 검찰은 보강수사를 진행해 강씨와 공범 사이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진 정황을 추가 포착하고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결국 구속했다. 법원도 1차 때와 달리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주요 피의자들의 행위 등에 비춰봤을 때 공식 수사 개시 전부터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자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결론과 답이 정해진 검찰의 정치행위, 기획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관석(왼쪽)·이성만 의원. 연합뉴스
윤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전혀 없는 저를 무작정 구속부터 하겠다는 검찰의 행태에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무리한 영장청구는 유일한 증거인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뚜렷한 물증을 발견하기 어렵게 되자 구속을 통해 망신을 주고 강압적으로 자백을 받아내겠다는 저의를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검찰이 이미 유죄라는 답을 정해놓고 가는 하나의 수순이자 정치행위에 불과하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가 과연 인신을 구속할 만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송 전 대표 측도 "프랑스에서 국내 회선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 해지하고 버린 것이며 시기도 수사 대상에 오르기 한참 전인 지난해 12월"이라며 증거 인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수사팀은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전날 강씨를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12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강제 수사에 나선 지 44일 만이며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피의자 가운데 첫 기소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신병 처리는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법무부는 전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들 의원의 체포동의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오는 30일 예정된 본회의에 보고된다. 표결은 6월 임시국회에서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