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연구원 제공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의 후계자 가능성에 대해 "북한 사회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후계자가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후계자 후보군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26일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여성도 후계자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북한의 수령체제"라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고 원장은 "지금 딸 주애를 후계자로 당장 내세운다기보다는 후계자로서의 덕목을 쌓는 과정"이라며, 김 위원장이 각종 공개 활동 현장에 주애를 데리고 다니는 상황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후계 모델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화성17형 ICBM 시험발사 현장에 아버지 김정은을 따라 처음 등장한 뒤 각종 현장에 동행하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과거 공식 후계자로 내정되기 전에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각종 현지지도를 수행하며 후계자 수업을 한 바 있다.
고 원장은 매우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과연 '여성 수령'이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수령체제는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답변했다.
고 원장은 "주애라는 이름이 발음상 아직은 정확하지 않다"며, "일본 천황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물려받는 것처럼 주애도 어머니 '리설주'에서 '주'자를 따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 원장은 "북한 체제가 종교 체제와 아주 유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교주가 아무리 비리를 저질러도 체제는 무너지지 않고, 또 교주가 세상을 뜨면 그 부인이 이어서 교주를 하는 것처럼 북한의 권력체계도 많은 가능성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특히 둘째로 알려진 주애 위로 김 위원장의 첫째 아들이 없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주애가 맏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 자녀와 관련해 그 동안 2010년생 아들과 2013년생 딸 김주애, 성별을 알 수 없는 2017년생 등 총 세 자녀로 추정해왔으나, 최근에는 장남의 존재에 대해 '유보적 입장'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장남 존재설은 지난 2010년대 초 북한으로 남아용 고급 장난감이 수입된 정황 등을 근거로 제기됐으나,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당시 정보 원천 자체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올해 들어 판단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도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잠행을 하던 김 위원장이 28일 만에 나오면서 또 딸 주애를 데리고 나온 것을 봐가지고는 (장남으로 알려진) 첫째는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고 원장은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한미 `워싱턴 선언` 이후 공포의 균형을 이루며 잠시 휴지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 원장은 "`쌀은 곧 사회주의`라고 하는 북한이 농번기를 맞아 당분간 식량 생산에 주력하며 장기전에 대비할 것"이라며, "그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었다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고 지금은 잠잠한 기간이라 북한도 강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추가적인 경제 제재, 중국과 러시와의 관계에서 부담감을 감수할 수 있겠는가"라면서도, "최종 단계에서 전술핵무기의 비약적인 발전에 필요한 과정이라면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워싱턴 선언에 따라 미국 전략핵잠수함이 한반도에 기항할 경우 무력 도발을 비롯해 어떠한 형태로든 반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