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받아 든 더불어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부결할 경우 방탄 이미지가 강해지고, 가결할 경우 향후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딜레마 때문이다. 당은 간호법 재의결을 추진하는 등 '민생'으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간호법 재상정…尹 정부 '거부권 부담' 전략
민주당은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재상정할 방침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재상정 방침에) 현재까지 변화는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지금 와서 간호사들이 원치 않는 중재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과하다"고 밝혔다. 앞서 간호법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간호법 통과를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정족수 문턱이 높아진 만큼, 현재 민주당 의석으로는 사실상 통과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13일 재의결에 부쳐진 양곡관리법도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통과되지 않더라도 재의결 추진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서민과 민생을 위한 입법을 대통령이 막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민주당 서용주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을 통해 "농민을 위한 양곡관리법, 대통령 본인이 약속했던 간호법에 이어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일상을 회복시켜 줄 노란봉투법 모두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대통령의 묻지마 거부권 행사는 반서민 선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돈 봉투' 체포안 보고에 민주당 '난감'…가결·부결 '딜레마'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법무부 관계자가 무소속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이 적극적인 입법 공세에 힘쓰는 배경에는 같은날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관련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탈당한 윤관석·이성만의 체포동의안을 보고받는다. 표결은 다음달 12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해당 의원들이 이미 탈당한 만큼 당 차원에서 표결 방침을 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는 일단 국회로 넘어오는 체포동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 주류다. 돈이 오고 간 과정을 입증할 물증이 충분히 확보됐는지 여부가 판단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든 민주당은 부담을 안게 된다. 부결될 경우 당에 방탄 이미지가 씌워질 수 있다. 이재명 대표,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이어 줄줄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한 상태에서 방탄 비난까지 가중될 경우 충격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반면 가결될 경우 향후 검찰 수사 국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란 여론도 있다. 돈 봉투 연루 의원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주도권을 내주는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부결과 가결 모두 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다들 결정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체포안 내용을 본 뒤 현장에서 결정하겠다는 의견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