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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전 사고, '횡단보도 위치 조정'하면 줄어든다?[노컷체크]

사회 일반

    우회전 사고, '횡단보도 위치 조정'하면 줄어든다?[노컷체크]

    핵심요약

    수원 스쿨존 사망 조은결 父, 횡단보도 위치 조정 요구하는 청원 올려
    전문가 "직선부 초입으로 횡단보도 옮기면 운전자·보행자 모두 유리"
    "보행자 이동거리 늘고 교차로 내 사고 위험 커져" 지적도

    지난달 24일 경찰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위반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달 24일 경찰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 위반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우회전 일시정지가 도입됐지만 관련 사망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원 스쿨존 교통사고 사망자 조은결 군의 아버지가 횡단보도 위치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많은 누리꾼들이 공감하며 우회전 사고 대책으로 '횡단보도 위치 조정'이 대두되고 있다.

    올 1월 직진 차량의 신호가 빨간불일 때는 우회전 차량도 횡단보도 내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일시 정지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시행 규칙이 도입됐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진입하는 차량은 전방의 차량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횡단보도 앞에서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 우회전 신호등이 별도로 설치돼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초록불일 때만 우회전해야 한다. 다만 신호에 따라 우회전을 하던 중이라도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진입하면 일시정지해야 한다.


    조은결 군의 아버지가 올린 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 캡처조은결 군의 아버지가 올린 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 캡처

    그러나 관련 사고가 잇따르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조은결 군의 아버지는 스쿨존 제도 개선 관련 내용을 담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올렸다.

    조군의 아버지는 '교차로 회전 구간과 횡단보도 간 거리 확장'을 포함한 5가지 사항을 청원하며 "우회전을 하자마자 횡단보도가 나타나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누리꾼들의 공감이 모이고 있다. 우회전 교통사고 관련 다수의 기사에 "시야 문제로 우회전 사고가 생기는데 횡단보도를 사거리에 두는 이유가 뭐냐", "사각지대에 설치한 횡단보도를 옮겨야 근본적인 해결이 된다" 등의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횡단보도 위치 조정으로 우회전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직선부 초입으로 횡단보도 옮기면 운전자·보행자 모두 유리"

    대형화물차 우측 사각지대. 도로교통공단 제공대형화물차 우측 사각지대. 도로교통공단 제공
    운전자의 시야 확보와 사각지대 내 사고 예방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도로교통공단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일반 승용차는 4.2m, SUV는 5m의 우측 사각지대가 생긴다. 특히, 운전석과 창틀이 높은 대형 화물차의 사각지대는 8.3m로 약 2배 더 길다. 키 140cm 어린이가 우측 2.4m 내로 다가올 경우 운전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회전 차량이 직진 차량과 같은 방향이 될 때까지 회전부와 횡단보도를 떨어트려 놓으면 보행자가 운전자의 전방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인지하기 쉬워진다. 이때 전방 사각지대는 대형 화물차 기준 4.4m로 우측의 절반 수준이다.


    곡선부에 위치한 횡단보도(좌)와 직선부에 위치한 횡단보도. 강지윤 기자 곡선부에 위치한 횡단보도(좌)와 직선부에 위치한 횡단보도. 강지윤 기자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횡단보도를 직선부 초입에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보행자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연구원은 "횡단보도가 우회전 곡선부에 설치된 사례가 많다"며 "(횡단보도를) 직선부 초입으로 옮긴다면 운전자는 우회전 시에는 좌측통행 차량만, 직선부에서는 전방만 살피면 되기 때문에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모두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채홍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횡단보도 위치 조정은 우회전 차량이 보행자를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에 보행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보행자 이동거리 늘고 교차로 내 상충 면적 커져"

    횡단보도 위치 조정이 능사가 아니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5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횡단보도를 교차로 바깥에 설치하면 우회전 시 공간을 확보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꼭 안전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과거 보행자 중심의 도로를 만들기 위해 횡단보도를 교차로 안쪽으로 옮긴 바 있다"며 "(교차로 바깥쪽으로 횡단보도 이설 시) 보행자의 이동거리가 늘어나 교통약자의 불편이 커지고 편의에 따라 무단횡단을 할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여수 한재사거리의 횡단보도 이설 전과 후의 모습. 교차로 영역이 넓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여수경찰서 제공여수 한재사거리의 횡단보도 이설 전과 후의 모습. 교차로 영역이 넓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여수경찰서 제공
    보행자의 이동거리뿐만 아니라 신호 대기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를 교차로 바깥 방향으로 5m씩 옮길 경우 교차로 영역 범위의 종과 횡은 각각 10m씩 늘어난다. 원활한 차량 통행을 위해서는 늘어난 면적에 맞게 차량 신호 시간을 늘려야 하고 그에 따른 대기는 보행자의 몫이 된다.

    또, 교차로 영역 범위가 커지면 차대차 사고의 개연성도 커진다. 차량 간의 상충 면적이 커지기 때문이다. 상충이란 2개 이상의 교통류가 동일한 교통 공간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교차, 합류 및 분류되는 것을 말한다.


    곡선반경 줄여 속도 늦추고 동시보행신호로 단순화를

    회전반경을 줄이기 위해 고깔을 설치한 예. 건축공간연구원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 개선방안' 보고서 캡처 회전반경을 줄이기 위해 고깔을 설치한 예. 건축공간연구원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 개선방안' 보고서 캡처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없을까?

    심재익 선임연구원은 "회전반경 줄이는 것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곡선반경을 줄여 직각에 가깝게 만든다면 감속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우회전 회전반경은 대형차 기준 15km 이하로 통과하게끔 설정돼 있다. 그렇다 보니 승용차의 경우 그보다 빠른 2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실정이다.

    회전반경이 클수록 차량이 속도를 늦추지 않아도 되고,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때문에 노면표시, 기둥, 쇄석 등을 물리적 환경을 조성해 회전반경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회전반경을 줄이면 감속과 더불어 보행자 횡단 거리 및 보행 거리 감소 효과도 볼 수 있다. 건축공간연구원의 2017년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모퉁이의 회전반경을 약 60% 정도 줄였을 때 횡단거리는 약 84~88%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유정훈 교수는 '대각선 횡단보도'와 '동시 보행신호' 설치 확대가 "보행자 중심의 도로를 유지하며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각선 횡단보도'와 '동시보행신호'는 모든 방향의 보행 녹색 신호를 켜서 차량을 진입을 차단시키고 보행자가 대각선을 포함한 모든 방향으로 건널 수 있게 하는 교통 시스템이다.

    지난 2018년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를 통해 일반도로는 9.4%, 스쿨존은 15.3%의 사고 감소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우회전 일시정지 도입 고작 4개월…아직은 '시기상조'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횡단보도 위치 조정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으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각 도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횡단보도 위치 조정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제도 보완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채홍 수석연구원은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일률적으로 교차로에 횡단보도를 붙여놓는 것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유정훈 교수는 "교차로 내 횡단보도 조정은 맞춤복처럼 하는 것이 기본 전제"라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도로 사정에 맞는지, 적정 이격 거리는 얼마인지, 신호체계에 영향은 없는지, 보호자가 감내할 만한 동선인지 등 관련 연구와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횡단보도 위치 조정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심재익 선임연구원 역시 "아직 우회전 일시정지가 안착되지 않았다"며 "(우회전 일시정지는) 단순히 바퀴를 멈추는 행위가 아닌 20~30초 간 멈춰 주위를 살피자는 취지로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우회전 일시정지'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1월 22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서울 지역 보행자 사고 건수는 2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1건) 대비 20.3%p 감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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