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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채용' 의혹 선관위, 셀프 감사하더니 '꼬리자르기'

국회/정당

    '특혜 채용' 의혹 선관위, 셀프 감사하더니 '꼬리자르기'

    '자녀 특혜 채용' 의혹, 사무총장 등 고위직들인데
    특별감사 결과 정작 징계는 연루된 직원들에게만
    고위직, 결과 발표날 면직 처리…징계 피할 길 열어줘
    자녀 처분無…"부모가 심사했지만 특혜는 없었다"
    "감사원 감사는 못받아"…권익위 조사 착수, 국조 논의도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고위직 간부의 자녀를 경력직으로 특혜 채용하는 등 이른바 '부모 찬스' 의혹을 받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셀프 감사 결과 해당 간부들을 사직당국에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진 않았지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들에 대한 징계도 않기로 했다. 면직 처리돼 징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주 이유다. 하지만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날 이들의 면직을 처리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근무 중인 자녀들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는 않기로 했다. 이들에겐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해당 채용 과정에 실무진으로 개입됐던 직원들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위직에 대해선 애초부터 징계를 피해 퇴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 '특혜 채용' 개입 실무진만 징계…'꼬리자르기' 지적

    1일 선관위는 지난달 17일부터 약 2주간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전남 선관위 직원 3명을 '선관위 공무원규칙' 위반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사무차장이었던 현 박찬진 사무총장의 딸을 경력 채용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직원들이다.

    지난해 전남 선관위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력 공채를 실시한다. 마감 마지막 날까지 지원자가 5명으로 저조하자, 인사과 직원들은 접수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우편 지원자가 9명 있었고, 이들의 지원서는 마감일 안에 도착한다. 굳이 마감일을 연장할 필요가 없어졌음에도 연장은 이뤄졌고, 추가 접수한 이는 2명이었다.

    이렇게 16명의 지원자 중 박 사무총장의 딸을 포함해 6명이 최종적으로 뽑혔다.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홍보과장과 총무과장은 면접자들의 순위만 메기고, 점수란은 비워둔 채 인사담당자에게 이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인사담당자가 점수를 적어 결재를 올렸다. 박 사무총장은 이렇게 뽑힌 자녀의 전입 승인 결재를 직접했다.

    감사 결과 박 사무총장의 딸은 기간 연장과 상관없이 당초 마감일에 접수해 채용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들 또한 '사무총장 자녀의 응시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실제 면접위원들의 순위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확인할 수 없다", "불가피한 사유 없이 접수 기간을 연장했다"며 직원들만 징계위에 회부했다.

    당사자들은 징계 없이 '수사의뢰'만…쇄신 의지 있긴 한가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문제는 정작 박 사무총장에 대한 징계는 없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당시 전결권자인 사무차장으로서 자녀의 전입 승인 결재를 회피하지 아니하고 결재했다"며 "채용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감사로 정확한 사실관계는 밝힐 수 없다"며 수사의뢰하는 데 그쳤다.

    징계를 피한 건 박 사무총장뿐만이 아니다. 송봉섭 사무차장의 경우 딸이 충북 선관위에 2018년 경력 채용됐는데, 당시 외부기관에 파견 중이던 송 사무차장이 직접 충북 및 단양군 선관위 인사담당자에게 전화해 경력 채용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자신의 딸을 직접 소개·추천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시 면접위원은 송 사무차장과 직장·지역 연고가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송 사무차장의 딸에게 만점을 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징계는 없었다. 선관위는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안 했는지를 감사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인해 명확하게 밝힐 수 없었기 때문에 수사의뢰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이들이 면직 처리 됐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가 나왔어도 징계가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처장의 면직은 위원회 의결 사항으로, 특별감사 결과가 발표된 날인 지난달 31일 처리됐다. 징계로 파면·해임될 경우 공무원 재임용이나 연금 수령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선관위는 애초부터 두 사람이 징계 받지 않고 퇴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자녀 처분無…부모가 승진 심사했지만 특혜는 없었다?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3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민 기자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3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민 기자
    선관위는 경력 공채로 들어와 현재 근무 중인 고위직 간부의 자녀들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자녀들에게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 결과 해당 직원이 내부 승진 과정에서 부모가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채용을 되돌릴 순 없더라도 승진은 취소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선관위 김정규 총무과장의 경우 자녀가 채용된 뒤 승진심사를 받을 때, 본인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김 총무과장을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반면 김 총무과장 자녀의 승진을 취소하는 등의 조치는 없었다. 선관위는 "승진에서의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사무총장의 딸, 송 사무차장의 딸, 신 상임위원의 아들에 대한 조치도 별도로 없을 예정이다. 선관위는 "자녀들이 문제인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들 대부분이 선관위에 경력으로 오기 전부터 애초 지방직 공무원이었으니 사기업처럼 마음대로 조치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부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내부 승진에서의 특혜가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이를 되돌리는 등 조치가 없는 것은 전형적인 '내 식구 감싸기'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부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지만 특혜는 없었다"는 선관위 입장에 대해 현 상황에 대한 문제 인식 자체가 결여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한 사안인데 과장만 징계…권익위 조사 착수, 여야 국조 논의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사무처장 겸 부패방지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전수조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사무처장 겸 부패방지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근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전수조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무과장과 박 사무총장 사례 모두 '공직자 이해충돌'에 해당되는데, 김 총무과장만 징계위에 회부하고 박 사무총장은 면직 처리를 해 징계를 피하게 한 것을 두고 선관위의 '이중잣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관위가 밝힌 김 총무과장의 징계 사유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시행에 관한 선거관리위원회 규칙' 위반이다. 해당 규칙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5조(사적이해관계자의 신고 및 회피·기피 신청)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여기엔 공직자가 '채용·승진·전보·상벌·평가에 관계되는 직무' 수행 시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돼 있다.

    김 총무과장은 자녀의 승진 관련 심사위원으로 직접 참여했고, 이를 신고하지 않았으니 위반한 것이 맞다. 문제는 박 사무총장 또한 자녀의 채용 후 전입 승인 과정에서 이를 회피하지 않고 직접 결재한 것이기 때문에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껏 선관위는 문제가 불거진 직후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셀프 감사'만을 고집해 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은 의원면직을 신청했고, 선관위는 감사 결과를 내놓는 날 위원회를 열어 이를 처리했다.

    '감사 결과가 결국 수사의뢰하겠다는 것 뿐인데, 이럴거면 왜 자체적으로 감사하겠다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 선관위 관계자는 "감사를 해야 수사의뢰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도 드러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내놓은 감사 결과는 '꼬리자르기'와 '내 식구 감싸기'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는 독립 기관이라 인사 사무에 관한 감사는 외부로부터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가공무원법 17조는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전담 조사반을 구성하고 단독 전수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30일까지 한 달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국회도 국정조사 협의에 나선 상황이다. 여야는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큰 틀에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날 원내수석부대표 채널을 가동해 논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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