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7개월 만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 응원이 열렸다. 양형욱 기자17일 간 시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대한민국 축구 유망주들의 유쾌한 반란이 막을 내렸지만, '붉은 악마'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광화문 광장을 지키며 응원 열기를 이어갔다.
1200여 명의 시민들은 9일 오전 6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 거리응원이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 옹기종기 모여 국가대표팀의 결승 진출을 간절히 바랐다.
새벽부터 시작해 아침 출근시간대까지 열린 거리응원이지만 광화문 광장은 붉은색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로 붐볐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거리 응원을 하는 연인부터 커다란 태극기를 휘날리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할머니까지 응원 열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뜨거웠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전반전에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의 거센 공격에 고전했지만, 이승원 선수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응원 열기가 되살아났다.
학원강사 이영호(40)씨는 전날 야근을 마치고 오전에 쉬는 김에 거리 응원에 나섰다. 이씨는 "이탈리아가 강하게 나와서 밀리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잘 대응하면서 골을 넣었다"고 말했다.
응원 열기만큼 뜨거운 아침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어도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져온 옷가지들을 머리 위에 얹은 채 경기에 집중했다.
시민들이 9일 오전 6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여 대한민국 U-20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4강전을 응원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후반 38분쯤 이영준 선수가 득점기회를 맞았지만 슈팅이 골대 위로 아깝게 벗어났다. 시민들은 큰 탄식을 내질렀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거나 허리를 뒤로 강하게 제쳤다.
중계 화면에서 이 장면을 반복해서 틀어주자 "아쉽다"며 함께 온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경기 막판에 1대2로 이탈리아가 다시 앞서가면서 패색이 짙어졌지만, 시민들은 경기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후반 40분쯤 이탈리아의 시모네 파푼디 선수가 오른쪽 골포스트를 향해 왼발로 강하게 때려 추가골을 기록하자 자리를 뜨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박수를 쳐 꺼져가는 응원의 열기를 다시 살려냈다.
위례신도시에 사는 김수정(28)씨는 "라디오로 지금 (거리응원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출근하는 길에 보러 왔다"며 "선수들이 체력을 유지하며 경기하고 있어서 끝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끝까지 선수들을 응원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이후 7개월 만에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 응원이 열리면서, 경찰과 종로구청은 현장에 180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또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종각역·광화문역·경복궁역 등 인근 지하철역 인근에는 안전요원 16명을 증원했다.
'골짜기 세대'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12일 새벽 2시 30분 이스라엘과 3·4위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