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설비를 확인하기 위한 시운전에 착수하면서 사실상 올 여름 해안 방류 준비에 돌입한 분위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가 이달 중 발간될 것으로 보이지만, '오염수 시료 채취' 허용 여부를 두고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이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을 거친 오염수 방류 설비에 대한 시운전을 12일 시작했다. 외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오염수를 후쿠시마 인근 해안에 방류하는 설비 시운전 가동에 착수했다. 이번 시운전은 오염수가 아닌 일반 물과 바닷물을 섞어 방류하는 작업을 약 2주 동안 테스트 차원에서 진행한다.
일본은 당초 예고한 대로 사실상 올 여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다. 지난 10일 후쿠시마현 노자키 데쓰 어업조합연합회장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과 만나 방류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오염수 방류가 임박해지자, 홍콩에서도 수산물 검역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홍콩 체친완 환경부 장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일본 식품들에 대한 검사를 위한 추가 장비를 설치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후쿠시마 인근 해안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우럭 등이 발견되자, 기존 수입 금지 대상이었던 농산물에 이어 수산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어민들도 집단 행동에 나섰다.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은 어민단체들과 함께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어민대회를 열고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뷰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환경운동연합 의뢰, 전국 만 18살 대상 남녀 1천명 대상, 지난달 19~22일 조사)에서 '오염수 방류가 시작될 경우 수산물 소비량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2.3%가 매우 또는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RDD 무선 100%‧ARS 자동응답조사로 응답률은 2.7%,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였다.
해양수산부는 '국민 안심 상황관리반'을 구성하며 진화에 나섰다. 오는 13일부터 부산과 서울, 경남, 강원도, 전남 등 지역별 현장 설명회를 열고 수산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선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수산물의 배달과 검사 등에 최장 5일까지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설비의 시운전에 들어간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 어민들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와 별개로 후쿠시마 오염수 시료 채취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1급 보안시설 등을 이유로 오염수 시료 채취를 제한했다. 지난달 후쿠시마 현지를 방문했던 우리나라 시찰단은 물론 대만과 IAEA 등도 역시 도쿄전력이 채취한 오염수를 받아 분석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도쿄전력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직접 현장에서 '오염수 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어지고 있다. 최근 처리된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고 밝힌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도 게시판 글에서 "주변국에서 요구하는 경우 도쿄전력이 시료의 직접 채취를 허용해 이를 시험함으로써 이중 확인이 가능하도록 해야 필요 없는 오해들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도쿄전력 측은 여전히 오염수 채취 허용 여부에 대해선 완강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입장에선 당연히 오염수 시료를 직접 채취해 검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본이 그걸 허용하겠냐"며 "일본은 주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일본 측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IAEA와 함께 독립검증을 하든지, 아니면 독립검증을 확대하든지 주변국에서 요청하면 도쿄전력이 시료 채취에 협력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