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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전북 고개를 넘어야만 했다"…홍명보가 바꾼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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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전북 고개를 넘어야만 했다"…홍명보가 바꾼 '울산'

    '전북·아마노·인종 차별' 모든 이슈에 솔직했던 울산 홍명보 감독
    한국 축구 레전드, 홍명보 감독과 90분 대화①

       울산 현대의 사령탑 홍명보 감독. 울산 현대 제공울산 현대의 사령탑 홍명보 감독. 울산 현대 제공
    한국 축구계 상위 0.1%의 커리어. 고려대 졸업, 이른 군복무, 곧바로 프로에 입문했다. 데뷔 첫해 팀은 우승했고 자신은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곧바로 일본 무대로 진출해 굵직한 성과를 냈다. 일본 클럽 팀의 주장으로 활약했고 일본 만화책의 주인공도 장식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연령별 대표를 거쳤고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도 역사를 썼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8강 스페인전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확정하는 승부차기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K리그1 울산 현대의 사령탑 홍명보(54) 감독. 2021년부터 울산을 지휘 중이다. 지난해 굵직한 커리어를 추가했다. 울산이 17년 동안 바라던 K리그1 우승을 부임 2년 차에 달성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2023시즌을 치르는 홍 감독. 지난 16일 A매치 휴식기를 맞아 울산 현대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홍 감독을 만났다. 아침부터 훈련을 지휘한 그는 강렬한 햇볕에 그을려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민감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90분 동안 홍 감독은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올스타팀' 같던 울산과 첫 만남, 그리고 전북 트라우마
       
    2022년 10월 현대가 더비에서 전북 현대 서포터즈들이 울산 현대를 향해 트라우마를 언급하는 장면. 한국프로축구연맹2022년 10월 현대가 더비에서 전북 현대 서포터즈들이 울산 현대를 향해 트라우마를 언급하는 장면. 한국프로축구연맹
    지금은 리그 선두이자 지난 시즌 챔피언 팀. 하지만 2021년 처음 울산에 부임했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홍 감독은 "여기 와서 제 첫인상은 프로 클럽팀이지만 뭔가 올스타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선수들이 즐겁게 하는 것은 좋지만 아주 헌신하면서, 독하게 하고 있지 않았다"며 "훈련에서 그런 모습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가장 기본적인 러닝 훈련을 예로 들었다. 콘을 세워 놓고 조깅하라고 지시하면 도는 선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었다. 한 명이 돌지 않으면 그 뒤에 선수도 돌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것이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건 팀이 아니다. 다 돌자고 이야기했으면 전부 다 돌아라!' 그것부터 이야기했다"며 팀을 바꿔간 히스토리를 풀어냈다.
       
    기본부터 다시 시작한 홍 감독. 부임 첫해 트레블에 도전했지만 울산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선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탈락에 이어 FA컵까지 놓쳤다. 리그 막판까지 '현대家 라이벌' 전북 현대와 우승 접전을 펼쳤지만 트로피는 전북이 거머쥐었다.

    3년 연속 준우승이자 10번째 준우승. 울산은 이번에도 전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 동시 홍 감독에게도 트라우마가 생겼다.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 울산 현대 제공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 울산 현대 제공
    홍 감독은 부임 전엔 전북을 걱정하지 않았다. 우승을 많이 한 것을 알았지만 리그에서 직접 맞붙은 적이 없어서 의미가 없었다.

    부임 후 울산에서 느끼는 것은 전혀 달랐다. 전북전이 다가오면 선수들은 지나치게 긴장했다. 좋은 긴장감이면 모르지만 불안한 긴장감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 제 실력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트라우마는 선수들에게만 있지 않았다. 울산 프런트, 팬들 모두 전북에 패배 의식을 느꼈다.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무거운 중압감. 홍 감독은 "'우리 울산이 전북의 고개를 넘지 못하면 안 되겠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해결책을 모색했다.
       
    첫 번째는 긴장감을 줄이는 것. 전북과 더비를 앞두면 오히려 훈련하지 않고 마음껏 놀 것을 주문했다. 긴장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이었다. 레크리에이션에 가까운 훈련도 도입했다. 홍 감독은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다"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우승은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었다. 전북을 꺾고 우승하지 못한다면 경험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2022시즌 막판, 울산의 우승을 좌우할 경기가 펼쳐졌다. 전북과 연속 더비.

    첫 경기는 FA컵 준결승, 두 번째는 리그였다. 울산은 무게 중심을 후자에 뒀다. FA컵은 살짝 힘을 뺐고 파이널A 35라운드에 총력전을 펼쳐 결국 역전승을 거머쥐었다. 이날 경기는 우승의 분수령이 됐다. 결국 울산은 전북을 뿌리치고 17년 만에 K리그1 정상에 올랐다.
       
    2022시즌 K리그1 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 울산 현대 제공2022시즌 K리그1 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 울산 현대 제공
    사실 당시 홍 감독은 2개의 전술을 준비했다. 그는 "FA컵에서 썼던 전술로 이기면 계속 가고, 좋지 않으면 다음 경기는 다른 전술을 준비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FA컵에서 졌기 때문에 다른 전술로 같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전략이 맞아 떨어져 우승했다고 설명했다.
       
    트로피를 들어 올린 울산은 전북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번 시즌 첫 맞대결도 승리했다. 비록 두 번째 대결은 졌지만 리그 선두 울산(승점 44)은 5위 전북(승점 27)과 승점 17 차로 달아났다. 홍 감독은 "이제는 선수들의 전북 트라우마가 사라졌다"며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확신했다.
       
    ■ 뜨거웠던 아마노 준의 이적…이번엔 인종 차별 논란
       
    지난해 울산의 중원을 책임진 건 일본인 미드필더 아마노 준(32·전북)이었다. 리그 30경기에 출전해 9골 1도움을 기록했고 17년 만의 우승을 도왔다.
       
    홍 감독의 믿음도 남달랐다. 부임 2년 차 우승을 도운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일본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 때문이었다.

    그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4년간 J리그에서 활약했다. 당시 가시와 레이솔을 지휘하던 니시노 아키라 전 감독은 홍 감독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 니시노 감독은 용병 신분이던 홍 감독에게 큰 울림이었다. 외국인 선수인 자신을 믿고 신뢰했다. 자국 선수가 즐비했지만 홍 감독에게 주장 완장까지 맡겼다.

    J리그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니시노 감독은 이른 아침부터 홍 감독의 집으로 찾아와 작별인사를 건넸다. 동료들도 짐을 들고 공항까지 배웅했다. 홍 감독에게 일본은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았다.  

    울산 현대 시절 홍명보 감독과 아마노 준. 울산 현대 제공울산 현대 시절 홍명보 감독과 아마노 준. 울산 현대 제공
    자신이 받은 신뢰를 일본인 선수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K리그 감독 부임 후 처음 사제의 연을 맺은 일본인 선수 아마노 준에 대한 애정이 컸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홍 감독은 팀의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아마노 준을 더 챙겼다. 자신이 받은 좋은 신뢰를 아마노 준이 느끼길 바랐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아마노 준은 전북으로 이적했다. 홍 감독은 충격이 컸다. 자신과 아마노 준이 다음 시즌을 함께할 것을 약속했는데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프로는 돈으로 움직인다. 홍 감독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아마노 준에게 쏟았던 신뢰와 믿음이 깨진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인간적으로 서운함이 컸던 홍 감독. 그는 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아마노 준을 향해 감정 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홍 감독은 "저는 원래 사람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면서 아마노 준 이야기를 시작했다. "프로라는 게 결과적으로 돈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고 저도 돈을 더 많이 주는 팀에 간다. 그건 당연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만약 아마노 준이 전북에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이이기만 해줬어도 괜찮았다"는 홍 감독. 애정을 쏟던 일본인 1호 제자가 아무 말 없이 떠난 것은 아직도 큰 상처가 됐다.

    흉터는 있지만 지금은 아마노 준에 무덤덤하다. 이번 시즌 함께하는 2호 제자 에사카 아타루(31)에게 정성을 쏟고 있다.    

    동료에서 적으로. 전북 현대 아마노와 울산 현대 김영권. 울산 현대 제공동료에서 적으로. 전북 현대 아마노 준과 울산 현대 김영권. 울산 현대 제공
    울산은 리그 단독 1위로 순항 중이다. 2위 포항 스틸러스와는 승점 13 차까지 달아났다. 패한 것은 단 2경기. 심지어 홍 감독 부임 후 연패조차 없다. 모든 게 완벽할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울산에 '인종 차별 논란' 먹구름이 드리웠다. 지난 11일 이명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이규성, 박용우, 정승현, 구단 직원이 태국 국가대표 수비수이자 2021년 전북에서 활약한 사실락 하이프라콘의 이름을 언급하며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곧바로 이슈가 됐고 울산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홍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정말로 해서는 안 될 말을, 오픈된 SNS에서 했다"면서 "우리의 수준이 따라가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스스로를 MZ 세대라고 하면서, 좋은 것을 원하면서, 행동하는 것은 예전과 똑같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줘서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동시에 "구단 선수를 잘 가르치지 못한 저한테도 책임이 있다"면서 재차 사과했다.
       
    구단 내에 SNS 관련 규정이 있다. 선수들의 SNS 이용을 막진 않지만 클럽에 불이익이 생기면 처벌하는 규정이다. 게다가 인종 차별 건이다. 해외에서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홍 감독도 가볍게 넘어갈 마음이 없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인종 차별을 한 선수의 상벌위를 개최한다. 울산은 연맹 상벌위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구단 징계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23일 <②"A대표팀 실패, 제겐 보약 같은 시간"…울산 홍명보 감독의 회상>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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