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북적이는 집에서 사랑 넘치는 8남매…"서로 가장 좋은 친구" ②평균 출산율 3명인 교회…"아이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 덕분" ③다섯 남자아이 입양한 부부…6형제가 만드는 행복의 모양 ④부모는 슈퍼맨이 아니야…'같이 육아'로 아빠도 배운다 ⑤"내 자식 같아서" 온정 전하는 아버지들…"돌봄친화 사회로 이어져야" ⑥신생아 '1만 명' 만난 베테랑 의사가 말하는 '산부인과 의사생활' ⑦"나부터 먼저" 대한민국 1호 민간 출산전도사가 된 회장님 ⑧"아이는 공동체가 함께" 교회가 시작한 돌봄…부산에도 퍼지나 ⑨"한 지붕 아래 이모, 삼촌만 20명 넘어" 돌봄공동체 '일오집' ⑩"아이 가지려는 귀한마음, 비수로 돌아오네"난임여성 고군분투 임신기 ⑪초저출생 위기, '가임력' 높이는 냉동난자 지원 정책 고민해야 ⑫자발적 양육 공동체 '우가우가'…부산에 퍼져나간 돌봄의 가치 ⑬'노키즈존? 예스키즈존!' 아이 반기는 사회 분위기 조성해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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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다닐 때면 '맘충'이라는 소리 듣기 싫어서 저절로 신경이 곤두섭니다. 음식을 남기더라도 정량보다 조금 더 많이 주문하고, 바닥에 흘린 음식은 전부 닦고 나옵니다"곳곳에 '노키즈존'…외출할 때마다 '맘충' 시선 두려워
부산 남구 대연동에 사는 김희경(30대·여)씨는 최근 정원과 계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카페가 새로 생겼다는 소식에 아이를 데리고 찾아가려 했다. 하지만 "3세에서 13세 아이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해당 카페 안내에 방문을 포기해야 했다. 부산의 한 스파 시설에 가려 했다가 미취학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으로 운영된다는 소식에 마음을 접은 적도 있었다.
김씨는 "부산에서 아이와 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자연이나 박물관이 대부분인데,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다"며 "아이를 위한 공간이나 식기가 있는 가게도 찾기 힘든데, 가게가 갑자기 노키즈존으로 바뀌어 당황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부산 서구에 사는 강모(30대·여)씨 역시 아이를 키우며 노키즈존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특히 유명한 식당이나 새로 생긴 가게는 출입 제한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찾아가는 게 일상이 됐다.
강씨는 "아이들 출입을 제한하는 이유는 '조용하게 식사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거나 공간이 협소하고 계단이나 난간이 있어 위험하다, 식기가 비싸 조심스럽다' 등 다양하다"며 "업주의 입장도 존중하고 싶고 개인적으로 큰 차별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노키즈존이라는 이유로 방문할 수 없게 되거나 음식을 포장해야 할 때는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강인경 디자이너부모들은 아이와 외출할 때면 물티슈와 장난감, 기저귀와 여벌 옷 등과 함께 '눈치'도 함께 챙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칫 '맘충'이라는 비난은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언제든 따가운 시선을 참아낼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
두 아들을 키우는 차모(30대·남)씨는 "자칫 맘충 소리를 듣거나 그런 시선을 받을까봐 항상 주변을 의식한다"며 "아이들은 보통 음식을 많이 흘리니까 물티슈도 챙겨가고, 식당에서 나오는 쓰레기도 미리 준비한 비닐에 전부 담아서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소리라도 지를 때면 어쩔 수 없이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지자체들은 '예스키즈존' 선정하기도…"아이 반기는 분위기 만들어야"
부산 금정구의 한 식당이 '예스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 금정구청 제공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에 따르면 구글과 카카오맵에 등록된 전국 노키즈존은 542곳으로 집계됐다. 부산에는 모두 63곳이 등록됐는데, 이는 경기와 제주, 서울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수다.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노키즈존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키즈존 업소는 대부분 식당과 카페에 집중돼 있다.
노키즈존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번지자 부산지역 일부 지자체는 아이를 환영하는 이른바 '예스키즈존' 조성에 앞장서거나 이를 지원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동래구는 지난 2020년부터 부산에서 처음으로 지역 식당과 카페 중 아이 놀이공간과 식기 등 아동 동반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가게를 '웰컴키즈존'으로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동구와 금정구도 각각 20곳, 10곳을 '예스키즈존'으로 정하고 어린이용 의자와 식기세트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동래구청 관계자는 "웰컴키즈존 선정은 아동을 동반한 손님을 환대하고 편의를 제공해 육아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움직임"이라면서 "코로나19 이후 지역 내 웰컴키즈존이 9곳에서 4곳으로 많이 줄었지만,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확대해 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인경 디자이너 전문가는 지자체가 예스키즈존을 선정하는 것은 육아 친화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산이 '개인의 선택' 영역인 만큼 아이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이상림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아이를 위해 사회적 차별을 막는 데 앞장서고 아이와 부모를 고립시키지 않는 환경을 갖추는 데 나서는 현상은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며 "아이를 동반한 손님이 먼저 입장하는 일본의 '어린이 패스트트랙' 등의 사례처럼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존중감을 보여주는 시도를 통해 민간이나 시민 개인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손지현 교수는 "노키즈존의 경우 아이가 아닌 아이를 관리하지 못하는 부모를을 배제하는 공간"이라고 짚으면서 "출산은 개인의 선택인 만큼 아이가 울고 보채는 것을 사회가 '당연한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아닌가는 출산을 결심할 때도 개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자체의 웰컴키즈존 운영에 대해서는 "아이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위한 시설을 이미 갖춘 곳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보니 한계도 있을 것"이라며 "음식점에서 아이를 달래거나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하거나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치에 나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