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혁신기구 1차 회의에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가칭)가 혁신 방안들 중 하나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민주당 전체 의원들에게 적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가 먼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다른 의원들의 동참 기류가 강하지 않은 만큼, 관련 혁신안이 제시되면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기구, '윤리 문제 해결' 차원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검토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은경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혁신기구는 윤리 문제 대응 차원에서 향후 불체포특권 포기를 모든 의원에게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 20일 본격 출범한 혁신기구는 23일 오후 두 번째 회의에서 앞으로 다룰 의제와 활동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혁신기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다음 총선에서 국민에게 민주당이 얼마나 기득권을 내려놓는지 보여주는 게 활동의 핵심"이라며 "이재명 대표 외 다른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문제도 100% 논의된다. 그런 게 제일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해 혁신기구 김남희 대변인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어디까지 제시할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면서도 "중요한 방향성으로 정치에 대한 실망을 극복하기 위해 윤리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포함하는 건 맞다"고 설명했다.
'李 선언'에 선긋기 중 논란 불가피…'입법부 권한' 반대 의견도
혁신기구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문제가 안건으로 올라간다면 당내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이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부·여당이 야당을 방탄 프레임에 가둘 빌미를 주지 않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하자 당내에선 계파를 불문하고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뒤이어 '다른 의원들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이 주를 이뤘고, 이에 국민의힘은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각서를 받으며 민주당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혁신기구가 첫 검토 과제로 '돈봉투 의혹'을 꼽은 데 이어 불체포특권 포기 확대 방안까지 검토하기 시작하자 검·경 수사선상에 오른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새다. 한 재선 의원은 "혁신기구 출범 당시 국회의원을 기득권으로 표현하는 등, 김은경 혁신기구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세다고 느꼈다"면서 "김 위원장이 전권을 가지면 앞뒤 안 보고 휘두를 스타일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자체는 헌법에 명시된 권리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꼭 필요하다는 시각도 많다.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련해 또 다른 민주당 수도권 재선 의원은 "우리나라처럼 행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불체포특권까지 없으면 의원들이 나서서 대통령이나 행정부를 비판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수사를 받고 있거나 조금이라도 켕기는 게 있는 의원이라면 아예 입을 닫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