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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경유차 '가짜 DPF 필터' 장착 의혹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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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경유차 '가짜 DPF 필터' 장착 의혹 사실이었다

    편집자 주

    정부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2005년부터 추진한 '자동차 매연저감 사업'이 관리 부실과 기업 비리로 멍들고 있다. 매연을 걸러야 할 장치가 오히려 환경을 망치고, 환경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우리 정부의 허술한 자동차 매연 관리 실태와 그에 따른 환경 피해, 낭비되는 혈세 등의 문제를 기획보도를 통해 연속 고발한다.

    [보조금 빼먹는 '가짜 매연필터'…속 빈 대기환경정책⑩]
    환경부, A업체 미인증 필터 사용 80여대 확인…물량 배정 중단
    미인증 필터 만들어 노후 경유차량에 장착 의혹…경찰 수사
    경유차 매연검사 기준 강화·DPF 필터 추적 시스템 도입 방침

    DPF 장착차량을 알리는 스티커. 주영민 기자DPF 장착차량을 알리는 스티커. 주영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단독]"차 주인에겐 쉿!"…매연차량 '2만대' 날개 달았다
    ②[단독]경찰버스도 단 '가짜 매연필터'…2010년부터 전국 활개
    ③CBS, '가짜 DPF필터' 의혹 보도… 환경당국, 긴급 '합동점검' 돌입
    ④[단독]'가짜 의혹' DPF 제작사들…경찰, 보조금 '수백억 횡령' 혐의도 수사 중
    ⑤[단독]단속 '제로'…'가짜 DPF' 제조사에 단속 맡긴 환경부
    ⑥'가짜 DPF' 제작·보급 의혹 경찰 수사…환경부로 확대
    ⑦"내용 안보고 결과만" 환경부 성과주의 가짜 필터 부추겼다
    ⑧환경부, DPF 제도개선 추진…가짜 필터도 전면 실태조사
    ⑨[단독]경찰, '자동차환경협회' 압수수색…가짜DPF 의혹 관련
    ⑩노후경유차 '가짜 DPF 필터' 장착 의혹 사실이었다
    (계속)

    국내 한 매연저감장치(DPF) 제작업체가 가짜 필터를 만들어 노후 경유차량에 부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정부는 관련 경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해당업체의 DPF 부착 지원사업 물량 배정을 중단하기로 했다.
     

    환경부, A업체 미인증 필터 사용 80여대 확인…물량 배정 중단

    환경부는 DPF 제작업체인 A사에 대한 미인증 필터 사용 사실이 확인돼 경찰 수사 종결 시까지 'DPF 부착 지원사업' 물량 배정을 중단한다고 27일 밝혔다.
     
    환경부는 폐차나 계약만료 등으로 사용이 끝나 반납 후 재활용을 위해 한국자동차환경협회가 임시보관하던 DPF 2694대를 조사했다. 이 가운데 가짜 필터 부착 의혹이 제기된 A업체의 필터 1800대를 전수조사한 결과 80여대(4.5%)의 DPF에서 미인증 필터가 발견됐다.
     
    미인증 필터는 DPF가 자동차 배출가스를 모아 여과하는 장치인데도 필터가 빛을 투과할 정도로 구멍이 크거나, 애초 인증받은 필터와 전혀 다른 성분으로 제작된 필터들이다.
     
    환경부는 임시보관하던 타 제작업체의 장치 894대에 대해서도 10%가량 표본조사했지만 미인증 필터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디젤 미립자 필터)는 배출가스 5등급인 경유차에 장착해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장치다. 차량에서 배출되는 매연을 모아 500도가 넘는 고온에서 태워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정부는 대기질 개선을 위해 2005년부터 새 경유차에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으며, 부착 비용의 90%(국비 50%·지방비 50%)를 지원해왔다.
     
    환경부는 A업체의 DPF에서 미인증필터가 발견됨에 따라 A업체의 올해 DPF 신규 장착 지원사업 물량 배정을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박연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수사기관과 적극 협조하면서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A업체가 차량에 장착한 DPF필터의 종류. 왼쪽부터 재생필터, N필터, 정상필터. 주영민 기자A업체가 차량에 장착한 DPF필터의 종류. 왼쪽부터 재생필터, N필터, 정상필터. 주영민 기자

    미인증 필터 만들어 노후 경유차량에 장착 의혹…경찰 수사

    앞서 올해 2월 CBS 노컷뉴스는 국내 한 DPF 제작업체가 수년째 정부의 성능·유통 인증을 받지 않은 무허가 필터를 만들어 노후 경유차량에 몰래 장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DPF 장착차량은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10개월마다 또는 주행거리 10만㎞ 경과시 마다 DPF 필터를 청소해야 하는데 이때 인증을 받지 않은 필터를 장착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경찰도 해당 업체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들어갔다. 인천남동경찰서는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A업체와 A업체의 협력업체 등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A업체의 본사 사무실과 공장, 필터 청소 협력업체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A업체는 필터 청소를 요청한 DPF 장착 차량에 가짜필터를 교환하는 수법으로 대기환경 오염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을 저해하고, 정부에는 정품 필터를 장착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환경부도 지난 3월말부터 이달말까지 배출가스 5등급 경유차에 DPF(매연저감장치) 부착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일시중단하고 국립환경과학원 등 관련 기관과 함께 DPF의 이상 유무를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A업체가 필터청소 업무를 맡는 협력업체에 보낸 공지문자. 독자 제공A업체가 필터청소 업무를 맡는 협력업체에 보낸 공지문자. 독자 제공

    경유차 매연검사 기준 강화·DPF 필터 추적 시스템 도입 방침

    환경부는 또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DPF 부착 차량에 대한 운행차 배출가스 검사 기준을 강화하고 필터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관련 제도들도 손 볼 계획이다.
     
    우선 전체 배출가스 가운데 매연의 비중을 25~45% 허용했던 기존의 운행차 배출가스 검사 기준을 10% 내외로 대폭 강화한다. 환경부는 DPF가 기존 노후경유차량 배출가스의 매연을 90%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어 정품을 장착했다면 충분히 검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DPF 장착 차량에 대해서는 3년간 매연 검사를 면제해줬던 혜택도 1~2년으로 줄일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한국환경공단과 협업해 '자동차배출가스 종합전산시스템(이하 미카)'에 DPF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미카는 자동차 매연저감장치 장착 차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 시스템이다. 이 기능이 추가되면 앞으로 정부도 각 DPF차량의 필터 교체 이력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는 매연검사 기준 강화는 입법을 통해, DPF 필터 이력관리 시스템은 한국환경공단과의 협업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올해 지원 예정인 소형차용 DPF의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이날부터 소형차량에 한해 DPF 장착 지원 사업을 재개한다. 소형차용 장치가 전체 지원 물량의 95%를 차지한다. 환경부는 중·대형용의 경우 올 하반기에 지속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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