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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섬뜩한 붉은 댕기 미스터리…"문을 열었네?"

문화 일반

    '악귀' 섬뜩한 붉은 댕기 미스터리…"문을 열었네?"

    극 전반 가득 미스터리 향연
    '그림자' '왼손' '문' 등 열쇠
    공포에 녹여낸 부조리 우화
    사회파 오컬트 확장성 입증

    드라마 '악귀' 포스터. SBS 제공드라마 '악귀' 포스터. SBS 제공'한국형 오컬트' 수식어를 앞세운 SBS 금토드라마 '악귀'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오컬트 장르에 사회 부조리를 녹여냄으로써 남다른 확장성을 지닌 까닭이다. 그 기세로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찍었다.

    작가 김은희와 배우 김태리 만남으로도 화제를 모은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여정을 그린다.

    극중 악귀는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들어 주면서 크기를 키우는 존재다. 이미 방송된 1, 2화에서 확인됐듯이 그 존재는 사회를 악으로 물들이는 범죄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악귀가 주인공 구산영(김태리)의 엄마 경문(박지영)에게 사기를 쳐 집 보증금을 갈취한 보이스피싱범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야기,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던 산영이 귀신을 보게 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아동 학대와 가정폭력 에피소드는 악귀의 이러한 설정을 오롯이 드러냈다.

    극중 악귀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사회 악이 다뤄질 테다. 드라마 '악귀'는 이를 통해 사회파 오컬트 장르물의 메시지 확장성을 새삼 입증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색다른 매력은 곳곳에 포진한 미스터리 코드에 있다. 악귀 탓에 사망한 민속학자 구강모(진선규) 교수가 딸 산영에게 붉은 댕기를 남긴 것을 시작으로 이러한 미스터리 단서들은 장진리 여아 살인 사건이 벌어진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록 만든다.

    산영이 악귀에 잠식된 계기는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 강모가 남긴 유품 탓이다. 친할머니 석란(예수정)으로부터 전해 받은 목각상자 안에는 붉은 댕기가 있었다. 이를 만지는 순간 산영은 "받았다!"라는 의문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후 귀신을 볼 수 있는 민속학자 염해상(오정세)은 산영에게 "그쪽한테 악귀가 붙었다. 싫어하거나 없어졌으면 하는 사람들이 죽는다. 악귀는 사람의 욕망을 들어주면서 커진다"고 경고했다. 이후 실제로 산영 주변 사람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강모가 해상에게 미리 "내가 죽으면 내 딸 구산영을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도 미스터리다. 해상은 강모가 쓴 논문에 주목해 여러 차례 만남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15년 전 은퇴한 강모의 행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그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측했다는 듯이 해상에게 편지를 남긴 것이다.

    '악귀' 측은 "강모가 어떤 이유로 딸에게 붉은 댕기라는 불길한 유품을 남겼는지, 어떻게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해상에게 딸을 보호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는지는 미스터리를 풀어갈 결정적인 단서"라고 전했다.

    작가 김은희 "악귀 탓에 기로에 서는 산영, 그녀다운 선택 보여주고파"


    드라마 '악귀' 방송 화면 캡처드라마 '악귀' 방송 화면 캡처지난 방송에서는 악귀를 나타내는 여러 징표도 드러났다. 해상이 산영과의 첫 만남부터 본, 머리를 풀어헤친 그림자가 대표적이다. 악귀는 보이스피싱범을 죽음으로 몰아간 끝에 그 그림자 크기를 키웠다.

    또 다른 징표는 바로 왼손이다. 오른손잡이인 산영은 이삿짐센터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떨어진 볼펜을 왼손으로 집어 들어 퇴근 장부에 왼손으로 서명했다. 이어 산영은 산책로 벤치에 앉아 이날 이사한 집 아이가 떼를 쓰며 찾던 애착인형을 왼손에 쥔 커터칼로 망가뜨리면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를 통해 악귀가 왼손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

    문 역시 미스터리를 풀 단서다. 악귀는 문을 통해 사람에게 접근한다. 악귀는 "문 좀 열어줘!"라고 소리치면서 문을 두드리다가 "문을 열었네?"라고 스산하게 읊조린다. 산영의 아버지 강모와 할머니 석란, 보이스피싱범, 그리고 과거 해상의 엄마(박효주)까지 열린 문으로 들어온 악귀 탓에 사망했다. 해상은 이를 두고 "문의 안과 밖은 다른 세상, 그걸 연결하는 통로가 문이다. 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리면 꼭 확인하고 열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산영의 2023년과 해상의 1995년, 그리고 1958년 장진리라는 이 드라마 배경은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극의 미스터리를 증폭시킨다.

    해상은 2023년 현재 산영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악귀를 봤다. 몇십 년 동안 그 악귀를 쫓아 온 그에게는 간절한 사연이 있었다.

    지난 1995년 아버지가 운명을 달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머니는 아픈 해상을 어딘가에 있는 민박집으로 데려갔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해상이 문을 열었고, 결국 목을 매는 어머니를 보고 말았다.

    이후 병원에서 깨어난 어린 해상에게 사람들은 어머니가 어린 자식을 두고 자살했다고 했다. 해상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어머니는 해가 가장 먼저 비춰 귀신이 싫어하는 동쪽으로 가고 있었고, 악귀에서 벗어나려다 죽임을 당했다고 그는 굳게 믿었다.

    그런데 해상의 어머니가 죽기 전에 가지고 있던 것이 바로 붉은 댕기였다. 이 댕기에 얽힌 사연은 지난 1958년 장진리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강모의 노트 속에 흑백 사진으로 존재했던 최만월(오연아)이 푸른 천으로 씌워진 채 쓰러져 미동도 하지 못하는 여자 아이를 붉은 생고기로 유혹하더니, 이내 곧 그 아이를 칼로 내리쳤다. 천 아래로 살짝 보이는 아이의 깡마른 손은 붉은 댕기를 쥐고 있었다.

    섬뜩한 악귀 미스터리는 그렇게 1958년에서 1995년을 거쳐 2023년으로 이어진다.

    극본을 맡은 작가 김은희는 드라마 '악귀'를 두고 "악귀에 씐 가난한 청춘 산영이 악귀를 볼 줄 아는 민속학자 해상과 악귀가 누군지 찾아나가는 이야기"라며 "산영에게 어떤 삶이 가장 중요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악귀의 존재다. 산영이 악귀로 인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그녀다운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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