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사인회에 참여한 정수빈. 노컷뉴스두산 외야수 정수빈(32)이 생애 첫 올스타전에서 숨겨진 재능을 발견했다.
정수빈은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 홈런 레이스에 출전한 노시환(한화)과 한동희(롯데)에게 배팅볼을 던져줬다. 그런데 두 선수는 나란히 홈런을 단 1개도 터뜨리지 못했다.
노시환은 올 시즌 전반기까지 홈런 19개를 때려 최정(SSG)와 이 부문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시즌 중 거포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홈런 레이스에서는 짜릿한 손맛을 보지 못했다. 한동희 역시 모처럼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았지만 사직구장 담장을 넘기는 데 실패했다.
정수빈은 얼떨결에 이들의 홈런을 저지해 '미스터 제로'로 등극했다.
1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올스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그는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본능적으로 타자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졸지에 에이스 투수가 돼버렸다"고 껄껄 웃었다. 이어 "(노)시환이와 (한)동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홈런 레이스에서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셈이다. 정수빈의 역투를 본 팬들은 두산에 특급 왼손투수가 등장했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에 정수빈은 "은퇴하기 전 마운드에서 꼭 한 번 공을 던져보고 싶다"는 농담 섞인 욕심을 드러냈다.
데뷔 14년 차 베테랑이지만 올스타전 출전은 생애 처음이다. 이에 취재진도 놀라 재차 물었는데 정수빈은 "다들 믿기 힘들다고 하시는데 정말 처음이다"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첫 출전인 만큼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정수빈은 "항상 올스타전이 열릴 때는 쉬는 날이었는데 모처럼 초대돼 좋은 것 같다"면서 "더 자주 뽑히고 싶지만 일단 은퇴하기 전에 한 번 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특별히 준비한 세리머니는 아직 없다. 정수빈은 "처음이라 오히려 아무런 준비 없이 몸만 왔다"면서 "경기에 출전하게 되면 그때 생각해보겠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소속팀 두산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까지 9연승을 달렸다. 최근 상승세에 힘입어 42승 1무 36패 승률 5할3푼8리를 기록, 3위로 올라섰다.
팀 최다인 10연승에 단 1승만 남겨둔 만큼 정수빈은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정수빈은 "계속 경기력이 안 좋다가 좋은 흐름을 타서 9연승으로 전반기를 마쳤다"면서 "팀 최다가 10연승인데 감독님께 대기록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흐름이 끊겨서 아쉽지만 그래도 잘 준비해서 연승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