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다머'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미국 연쇄살인범의 잔혹한 범죄 행각을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다머-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이하 다머)가 에미상 후보에 오르자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살인범 미화' '유족 트라우마'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까닭이다.
미국 TV 예술과학 아카데미는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제75회 에미상 각 부문 후보 목록을 내놨다. 에미상은 미국 방송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릴 만큼 높은 권위와 전통을 자랑한다.
해당 목록에 따르면 넷플릭스 시리즈 '다머'는 극중 제프리 다머를 연기한 배우 에번 피터스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올해 에미상 시상식은 오는 9월 18일 로스앤젤레스(LA) 피콕 시어터에서 열린다.
이번 에미상 후보 발표 뒤 현지 매체 피플은 15일 제프리 다머에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했던 변호사 토마스 제이컵슨의 성명을 보도했다.
제이컵슨은 "드라마 '다머'가 에미상 13개 후보에 오른 일은 살인범을 미화하고 유족에게 트라우마를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0부작으로 공개돼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는 지난 1978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일대에서 17명을 연쇄살인한 제프리 다머를 뒤쫓는다.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던 그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지난 1994년 다른 재소자에게 맞아 사망했다.
드라마 '다머'에서는 제프리 다머의 성장 과정, 특징 등을 재연하는 과정을 통해 그의 범죄 행각을 자세히 묘사하기도 한다.
변호사 제이컵슨은 "'다머'와 같은 프로그램에 에미상을 주는 것은 사회 폭력과 범죄를 미화하고 이에 둔감해지도록 만드는 일"이라며 "에미상 13개 후보에 오르는 식으로 사건과 관련한 화제가 이어지는 일은 이 괴물의 행동과 동기를 미화하고 유족에게 더 큰 트라우마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다머' 측은 사전에 유족 참여·동의를 얻지 않았는데, 이는 유족들을 더 힘들게 했다"며 "모든 이야기 초점이 살인자에게 맞춰져 있을 뿐 아무도 희생자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