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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철 '강제 방콕'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OOO

전남

    긴 장마철 '강제 방콕'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OOO

    핵심요약

    비만 오면 일생상활 '멈춤' 꼼짝달싹 못해
    장애인콜택시, 예약제 아닌 선착순…기약 없다
    우산은 무용지물…이빨 빠진 보도블럭에 '낙상'
    가림막 없는 주차장, 차에서 내리면 비 '홀딱'
    장마, 폭설 등 기후위기 대응한 장애인 대책 있어야

    지체장애인 유승현 순천시의원과의 인터뷰

    긴 장마가 이어졌던 지난 18일 순천시의회에서 유승현 시의원을 만났다. 박사라 기자 긴 장마가 이어졌던 지난 18일 순천시의회에서 유승현 시의원을 만났다. 박사라 기자 
    올 여름, 50년 관측 사상 역대급 장마가 이어졌다. 지난 6월 25일 전남지역에 첫 장마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남부지방은 역대 최대인 553mm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평년 강수량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럴 때 누구나 그렇지만,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들의 생활은 '멈춤' 그 자체다. 우산을 쓴 채 휠체어를 움직이는 일이 쉽지 않아 잠깐의 외출도 아예 포기한다. 이번처럼 우기가 길 때는 집 안에서 꼼짝달싹도 못한다고 한다. '보편적 이동'을 위해 제반돼야 할 과제는 없는지 지체장애가 있는 순천시의회 유승현 비례대표 시의원을 만나 직접 물어봤다.

    Q. 긴 장마, 어떻게 지냈나.

    비가 정말 많이 내린 지난 주말, 순천 신대지구 운영회 3기 출범식이 있어 참석했다. 비가 내리면 그치기만을 기다렸다가 외출하곤 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일정이 있을 때는 비가 많이 내려도 가야하기 때문에 사전에 전화로 목적지에 지하 주차장이 있는지, 행사장까지 동선은 얼마나 되는지, 이동 구간에 가림막은 있는지 등을 계산한 후 움직인다. 그렇지 않으면 비가 오는 날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다가 예측하지 못한 난감한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다른 장애인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 같다.

    저와 같은 지체장애인은 하루에 8시간 활동 보조인이 옆에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가 많이 오면 차로 이동하는 것도, 가까운 거리마저 휠체어로 이동하는 일이 번거롭고 힘들어서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문다. 반드시 병원 진료를 가야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이번 같은 장마에 지체장애인들은 장애인지원센터도 못가고 열흘 동안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했다.  

    Q. 대체로 어떤 교통 수단을 이용하나 

    활동 보조인이 동행하면 직접 운전을 한다. 그러나 척수 장애와 같이 장애가 심한 분들은 운전이 불가능해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용자에 비해 장애인 콜택시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순천에 등록된 장애인 콜택시 대상 장애인은 1만 5700여 명인데 비해 장애인 콜택시는 24대뿐이다. 정부가 정한 특별 교통수단 법정 대수는 26대이다. 2대가 부족하지만 타 시도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정부 차원의 법 개정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장애인 콜택시는 예약제도 아닌 선착순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1시간 이상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고, 비가 오면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 외곽지역에 사는 장애인들은 이용하기가 더 어렵다.

    유승현 시의원이 활동 보조인과 이동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유승현 시의원이 활동 보조인과 이동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Q. 비 오는 날, 바깥 활동을 할 때 상황은 어떤가.

    지체 장애인들에게 우산, 우비는 무용지물이다. 정말 외출이 필요할 때는 활동 보조인과 같이 비를 맞는다고 생각하고 외출할 수밖에 없다.  
    비 맞는 셈 치고 휠체어를 타고 외출을 하더라도 장마 기간 도로에 물이 고인 웅덩이가 많고, 보도블럭 상태가 불량하는 등 변수가 많다. 비오는 날은 도로 실선에 휠체어가 더 미끄러지기도 한다. 한번은 보도블럭 이빨 빠진 곳에 걸려 넘어져서 휠체어에서 낙상한 적도 있다.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주차장에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은 차에서 휠체어로 옮겨 타면서 비를 홀딱 맞을 수밖에 없다.

    Q. 장애인 활동 편의를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은

    새로 지은 건물들은 지하 주차장이 있지만 여전히 없는 곳이 많다. 또한 지하 주차장이 있더라도 작은 건물들은 장애인 주차구역이 필수가 아니다. 차에서 휠체어로 이동하는 동안 비를 피할 수만 있어도 한결 장애인들 이동이 편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 주차장처럼 태양광 가림막을 전부 설치하기가 힘들 수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 중 한 면이라도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면 장애인과 활동 보조인들이 안전하고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활동 보조인들이 우산을 쓰지 않고 장애인을 차로 옮기고 트렁크에 휠체어를 싣는 등, 장애인이나 보조인 모두 비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순천시의 경우 민원실에 가장 가까운 장애인 주차구역 중 하나라도 설치되면 좋을 것 같다.

    Q. 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애인 시의원으로서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요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유니버셜 디자인 도시와 같이 모두가 편한 도시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간다면 좋을 것 같다. 현재 순천시는 정원박람회장을 무장애길로 기획할 정도로 장애인을 많이 배려하는 지자체다. 여기에 장마나 폭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장애인 대책이 마련된다면 더 살기 좋은 순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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