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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산불' 구상권 소송 1심 패소한 정부 항소…이재민들 '분통'

강원

    '고성 산불' 구상권 소송 1심 패소한 정부 항소…이재민들 '분통'

    핵심요약

    정부 '고성 산불' 구상권 청구 소송 1심 패소에 항소
    강원도 "산불 구상권 소송 첫 선례, 다퉈볼 여지 있어"
    주민 피해 보상 절차 2심 결과까지 '올스톱'
    이재민들 "당혹스럽고 분통 터질 일" 항소 비판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지난 2019년 강원 고성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지급할 정부 지원금을 두고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간 벌어진 치열한 법적 공방 끝에 패소한 정부가 다시 한번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항소를 제기했다.

    긴 시간 동안 소송 결과를 애태우며 기다렸던 산불 피해 이재민들은 정부의 항소 제기로 보상금 지급 문제가 무기한 연기되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행정안전부와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는 최근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낸 구상권 청구 사건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강원도 측은 "속초와 고성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어 항소를 포기하려 했는데 행안부에서 산불 구상권 소송 첫 선례인 만큼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전 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관련 소송에서 춘천지법 민사2부(윤경아 부장판사)는 원고(한전) 측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한전에게 정부에 28억 1300여만 원, 강원도에 15억  6천여만 원, 고성군에 13억7천여만 원, 속초시에 3억여 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피고들에 대한 비용상환 책임이 있음이 인정되나 (원고는)사건 발생 이후 자체적으로 손해사정을 실시해 피해 주민들 일부와 피해 보상에 관해 합의하고 보상금 약 562억 원을 지급했다. 원고에게 임시주거시설 설치 비용의 상환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가혹한 결과"라며 한전의 비용상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한전 측이 이번 사건의 '원인 제공자'에 해당되는 것은 분명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지급한 지원금도 비용상환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봤지만, 법령상 재난지원금 또는 구호비용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들을 일부 범위에서 제외했다.

    이번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정부가 2021년 산불 피해 이재민들에게 한전 대신 지원금을 지급한 데에 따른 구상권을 한전 측에 청구하겠다고 밝히자 한전이 300억 원 규모의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선제적으로 낸 소송이다.

    지난 5일 춘천지법에서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낸 구상권 청구 사건 1심 재판이 끝난뒤 발언하는 노장현 고성한전발화산불피해이재민비상대책위원장 모습. 구본호 기자지난 5일 춘천지법에서 한전이 정부와 강원도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과 정부와 강원도 등이 한전을 상대로 낸 구상권 청구 사건 1심 재판이 끝난뒤 발언하는 노장현 고성한전발화산불피해이재민비상대책위원장 모습. 구본호 기자
    정부의 항소로 한전이 지급한 보상금을 제외한 나머지 400억 원의 보상 절차가 항소심 결과가 나올때 까지 전면 보류되면서 산불 피해 이재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노장현 고성한전발화산불피해이재민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수해 현장과 재난들이 여러 곳에서 벌어지면서 이재민들이 나오고 있는데 국가가 이재민의 보상 문제로 이렇게 (항소까지)한다는 것은 당혹스럽고 분통이 터질 일"이라며 "이재민들은 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상태"라고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비대위 측은 "법적으로 종결되지 않고 힘든 상황에 처한 이재민들을 위해서라도 한전이 유연성을 갖고 보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며 조만간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성 산불'은 지난 2019년 4월 4일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전신주 개폐기 내 전선에서 불꽃(스파크)이 튀면서 초대형 산불로 확산됐다. 이 불로 산림 1260㏊가 잿더미가 됐으며 피해 재산 규모만 899억 원에 달했다. 사망자 2명도 발생했다.

    당시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로 전·현직 한전 직원 7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과 2심은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한 점은 인정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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