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8일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우주항공청'의 청사진이 공개된 가운데 우수한 민간 인재 영입을 위해 만들었다는 취업제한 및 백지신탁 특혜 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 연구 조직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역할이 중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등에 힘입어 7대 우주강국 도약을 위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이 우주항공청의 윤곽이 27일 공개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우주항공 분야의 수요와 임무를 체계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300명 이내의 인력 규모로 설계하겠다"며 "분야별 핵심 전문 인력이 일하는 임무 조직과 이를 지원하는 기관운영 조직으로 설계할 계획"이라며 밝혔다.
앞서 정부‧여당은 연내 우주항공청 출범을 목표로 지난 4월 6일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세부 조직 구성과 예산 등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야당의 반발로 인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처음으로 우주항공청의 윤곽을 공개한 이 장관은 초기 인력은 약 300명, 예산은 약 7천억~72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임무센터를 모델로 삼았다는 우주항공청은 항우연 등 외부 기관들을 임무 센터로 두고 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러나 산하에 직접 센터를 두고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나사와 다른 구조로 설립을 추진할 경우, 각 기관의 역할 중복으로 인해 연구의 효율성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근 항공대 우주항공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우주항공청이 박사급 인력이 몰려 있는 연구‧개발 기관인 나사를 모델로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대표적 연구‧개발기관은 항우연"이라며 "우주항공청의 명확한 기능과 역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항우연과 함께 연구‧개발기관으로 꼽히는 천문연구원 역시 우주항공청 발족 이후에도 과기부 산하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기능적인 면에서 이들 연구기관이 우주항공청의 임무센터 역할을 하게 될 공산이 큰 상황에서 역량 분산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창윤 과기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아직 우주항공청은 시작 단계로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갖추고 나갈 순 없다"며 "민간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보장하면서 우주항공청과 업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생각했다"고 답했다.
당장 항우연 노조는 강력 반발했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항우연 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우주항공청 설립·운영 기본방안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과기부 안대로 우주항공청이 설립된다면 우주 개발을 담당하던 항우연과 천문연은 임무센터라는 명목으로 쪼개져 해체될 것이다. 우주개발 역량은 분산돼 국가적 차원 우주 역량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수한 민간 인재 영입을 위해 특별법에 담긴 주식 백지신탁 및 퇴직 후 취업제한에 대한 특혜 조항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능한 민간 전문가 확보를 위해 특별법 제12조와 제13조에는 각각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의무 특례조항'과 '퇴직공무원 취업제한 특례' 등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이 장관은 "임무를 수행하는 본부장에 한해 주식 백지신탁 제도 특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훌륭하신 분을 모시기 위한 수단으로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든지 그 부분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사 등 해외 우주항공 관련 조직에 이같은 특혜 조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보현 우주청설립추진단 전략기획팀 과장은 "저희가 모든 국가의 정책이나 이런 것을 다 분석한 건 아니다"라며 "미국 같은 경우는 퇴직 후에 취업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우주청 설립을) 진행하면서 엄격한 장치를 보완해 진행을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우주항공 분야가 첨단 기술로 꼽히는 만큼 우수 인재들이 통상 해외에 다수 포진한 점을 고려해 특혜 조항을 넣었지만 세부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특혜 조항은 우수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보인다"며 "일반적 규정들은 추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